'덕수클럽'과 테헤란로
'덕수클럽'과 테헤란로
  • 기사출고 2006.03.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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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회사들의 이사가 한창이다.

얼마전 법무법인 지평이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에서 강북의 남대문로에 있는 대한상의 빌딩으로 이전한 데 이어 최근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이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대치동으로 자리를 옮겨 진용을 새로 갖췄다.

◇김진원 기자
합병 법인인 법무법인 광장은 이달 말 포스코센터에 입주해 있는 강남사무소를 폐쇄하고, 중구 남대문로의 해운센터에 있는 강북사무소로 통합할 예정이라고 한다.

변호사를 지속적으로 영입하며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대형 법률회사들이 사무실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시내에 빈 사무실이 적지 않다지만, 법률회사에 걸맞는 적절한 규모에다 법원 등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사무실을 확보하는 게 손쉬운 일만은 아닌가 보다.

법률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법률회사 사무실로는 평면적이 너무 넓지도, 그렇다고 비좁지도 않은 건물이 '딱'이라고 한다.

작은 건물은 사용하는 층이 늘어나면서 층마다 탕비실 등을 확보해야 해 낭비요소가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큰 건물은 창가를 따라 변호사 방을 배치한 후 가운데를 차지할 일반 사무공간이 남아 돌 경우 이의 처리가 여의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송무의 비중이 높은 법률회사의 경우 가급적 서울중앙지법 등이 위치하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과의 교통여건 등도 따져 보아야 하는데, 서초동 인근에 대형 법률회사가 드문 것을 보면 이런 건물이 법원 근처엔 많지 않은 것 같다.

대형 법률회사들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법원청사가 위치했던 서울 서소문을 중심으로 인근에 둥지를 틀어 이른바 강북, 그것도 덕수궁 주변에 집중돼 있었다.

김&장, 태평양, 세종, 한미, 김,장&리, 김 신&유, 우방, 동서 등이 덕수궁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방향에 위치한 채 발전을 거듭했던 시절이다.

당시 '덕수클럽'이란 로펌 변호사들의 친목 모임이 있었는데, 로펌들의 이런 지리적 특성에 착안해 덕수궁에서 이름을 따다가 지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대법원마저 서초동으로 옮겨와 본격적으로 서초동 시대가 열리면서 90년대 후반 이후 로펌들이 새로 둥지를 튼 곳은 지하철 2호선을 따라 강남역에서 삼성역으로 이어지는 테헤란로 일대.

'테헤란로 시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크고 작은 법률회사들이 동서로 난 이 도로를 따라 법무법인 화우가 위치하고 있는 아셈타워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삼동의 한국타이어빌딩에 자리잡은 법무법인 태평양, 포스코 센터의 광장 강남사무소, 섬유센터빌딩에 둥지를 튼 율촌, 도심공항타워의 법무법인 로고스, 이번에 대치동의 D&M빌딩으로 옮긴 바른 등 내로라 하는 로펌들이 테헤란로에 간판을 내걸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6년전 테헤란로에 입성했던 법무법인 지평이 강북에 새 사무소를 마련해 옮겨 갔으며, 광장도 한미 시절부터 사용해 온 해운센터빌딩으로 강남과 강북 두 사무소를 통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평은 테헤란로의 종전 사무소가 너무 멀어 불편하다는 강북에 있는 고객들의 요청을 고려해 리모델링을 마친 상의빌딩으로 옮겼다는 전언이며, 광장은 여러 전문팀 사이의 업무 효율 제고를 위해 오래동안 자문 업무 등을 의뢰해 온 고객이 많은 강북사무소로 통합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요컨대,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김&장, 광장, 세종, 충정, 지평 등 전통적으로 여러 로펌이 자리잡고 있는 덕수궁 주변과 테헤란로 일대에 특히 많은 법률회사들이 집중적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리고, 그것은 고객의 편리와 법원과의 거리, 적절한 사무실 공간 등을 함께 고려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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