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변협 인권보고서" 주요 내용
"2017 변협 인권보고서" 주요 내용
  • 기사출고 2018.03.3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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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새 체포영장 청구 44% 감소낙태죄 폐지 청원 23만건 접수

대한변협이 지난 한해 국내의 인권상황을 검토 · 평가한 "2017 인권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특히 2017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새 정부가 탄생한 의미 있는 해로, 이후 전개되고 있는 적폐청산 결과 인권신장 측면에서도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변협 인권보고서는 그러나 "2017년의 각 부문별 인권상황을 살펴보면 어떤 부문에서는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던 부문도 있지만 과거 10여년과 비교하여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부문도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 인권보고서는 1988년 처음 발간되어 올해로 서른두 번째로, 500쪽이 넘는 올 인권보고서엔 부록으로 2017년의 주요 인권 관련 뉴스를 정리한 '2017년도 인권일지'가 붙어 있다. 2017 인권보고서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1) 생명권 · 신체의 자유

2017년은 한국이 국제엠네스티가 인정하는 '사실상 사형폐지국가'에 속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사형 집행은 물론, 1990년대 후반부터 연간 사형선고 건수가 10건을 넘기지 않았고 2011년부터는 1~2건을 유지하다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3년 동안은 단 한 건의 사형도 선고되지 않고 있다. 반면 검찰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는 흉악 살인사건이 발생한 경우 대개 사형을 구형하고 있다.

◇2017 변협 인권보고서

한국법제연구원이 실시한 2015년 국민법의식 조사에서는 사형제도폐지에 반대하는 비율이 65.2%였고, 2016년 법전문가 법의식 조사에서는 사형집행에 찬성하는 비율이 59.2%에 달했다. 법전문가 직역 중에서는 판사와 로스쿨교수를 제외한 다른 직역군에서 모두 사형집행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한편 2016년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은 2017년 8월 4일 제도의 준비과정에 필요한 일부 조항들(보건복지부 소속 관련 조직 구성, 국가의 종합계획 수립 등)이 시행되었고, 실제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결정은 2018년 2월 4일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2017년 10월에는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 청원이 23만여 건이나 접수되기도 했다. 현행법상 불법임에도 처벌과 단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의료보험체계를 거치지도 않기 때문에 통계가 집계되지는 않지만, 추정되는 전체 낙태 건수에 의료보험체계를 거치는 건수를 감안해 재추정하는 방식으로 파악할 때 5% 정도만 모자보건법에 따른 합법적 낙태이고, 95%는 불법이라고 추정되고 있음에도, 연간 낙태죄로 기소되는 건수는 10~20건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2016년 10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낙태허용 의견은 74%로 나타났다. 이 중 67%에 달하는 이들이 현행법상 불법인 사유(원하지 않음, 미혼 등으로 감당할 수 없음, 경제적 어려움, 개인 선택 등)로도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변협 인권보고서는 "낙태를 다루는 법규범과 현실의 괴리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고, 그 괴리의 원인이 규범과 현실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함으로써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고 지적하고, "사형제도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올바른'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달았다.

교정시설의 열악한 의료서비스 제공수준이나 과밀화 문제는 별다른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2016년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노역장유치로 구치소에 수용된 사람을 1인당 1.06㎡나 1.27㎡ 정도의 공간만 주어지는 비좁은 혼거실에서 지내도록 한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2) 사법제도

미성년자 범죄의 흉포화와 관련하여 소년법 폐지 논란이 2017년 하반기에 뜨겁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미성년범죄에 대한 교화와 계도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근본적 방안을 도외시한 채, 미성년자를 성인과 같은 형벌로 다룸으로써 대응할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반대논의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2016년 인신보호구체 현황을 보면 603건이 접수되어 32건이 인용되었고, 기각은 183건, 신청취하는 277건이었다. 2017년은 8월을 기준으로 569건이 접수되어 28건이 인용되었고, 기각은 177건, 신청취하는 263건이었다. 인신보호법 시행 후 구제 청구 건수는 크게 늘었으나, 인용률은 계속 10% 미만의 매우 낮은 상태에 그치고 있다. 대법원은 2015년부터 '인신보호제도 통합안내 콜센터'를 운영하여 인신보호구제 청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하고 있으나, 청구 건수에 비해 인용되는 빈도가 너무 낮은 현상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사이 연간 체포영장 청구 건수는 83,055건에서 46,783건으로 44% 감소하였다. 이는 범죄수사 과정에서 애초에 구속의 필요성이 없는 사안인 경우 체포영장 단계에서부터 불구속수사를 진행하는 경향이 정착되고 있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구속영장의 경우에도 청구건수가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발부율이 80%를 상회하는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검찰에서도 실질적인 구속 필요성이 있고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한해 영장을 청구하는 실무가 정착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국정농단사태와 관련해서는 영장기각과 구속적부심의 결과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이 날카롭게 대립하기도 하였다.

2016년 1심 형사공판에 대한 항소율은 합의사건이 67%, 단독사건이 40.9%로 나타났다. 1심 판결 건수에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2012년과 비교하여 항소율이 13~16%정도 증가한 것은 재판에 대한 신뢰 제고 방안의 모색을 필요로 한다. 1심 형사판결이 항소심에서 파기된 비율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0% 후반대를 유지하다가 2016년에 33.6%로 2015년의 37.3%에 비해 3.7%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고등법원이 항소심인 경우는 2016년에 41.7%의 파기율로 항소심 전체 파기율에 비해 꽤 높은 비율이 수년 간 계속 이어지고 있다.

(3) 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제한과 관련해서는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hate speech)은 그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인격권과 평등권(차별받지 않을 권리)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혐오표현이 난무한다는 이유로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에 대한 폐쇄청원을 비롯하여 혐오표현을 집단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거나 차별행위로 간주하여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격하하고 북한군이 개입되었다는 주장과 함께 헬기 사격과 계엄군 발포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한 광주지방법원의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결정 역시 명백한 역사적 사건을 부정하는 표현은 혐오표현의 한 양태로서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 손연재에 대한 비방의 댓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남성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사건은 모욕죄 폐지론과 맞물려 이른바 공인(public figures)에 대한 비판적 표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의문을 다시 한 번 제기하였다. 현행 모욕죄의 구성요건 규정은 합헌이라는 것이 다수의견이지만 모욕의 개념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고, 모욕죄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는 소수의견이 존재한다.

적어도 공인에 대한 비판적 글쓰기는 표현의 자유에 의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욕죄의 적용에 엄격성이 요구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언론 권력의 횡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에 대해서 문화방송(MBC) 전 · 현직 임원들이 법원에 제기한 상영중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결정은 참고할 만하다. 법원은 이 결정에서 문화방송 전 · 현직 임원들은 공적 인물에 해당하며 이들의 업무와 직위 관련된 사진, 영상 등은 공적 관심사에 해당되고 공적 장소에서 촬영됐거나 이미 수년간 공개돼 온 것들로 초상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으며, 영화의 상영으로 문화방송 임원들을 향한 비판 여론이 강해지고 과거 행적이나 발언이 재조명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언론인으로서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유사한 사례인 고(故) 김광석 씨의 사망 원인에 의문을 제기한 다큐멘터리 영화 의 경우 뉴스나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관련 인물들의 명예가 훼손되고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합리적 의심이 상당히 존재하는 경우에조차 관련 당사자들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고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의혹 제기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 영화에 대한 상영중지가처분도 법원에 계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저서 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박유하 교수에 대하여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 사건은 명예훼손죄와 관련하여 의견과 사실의 한계를 어떻게 규정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서울 강남구 세곡지역주민연합회가 세곡동 아파트 주민들에게 교통망 확충, 지하철역 건설, 도서관 및 학교 등 기간시설 확대를 주장하는 인쇄물을 돌리자 세곡동 주민센터가 이를 무단으로 수거한 사건에 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부 명예훼손 소지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구청장의 독선적 행정을 비판하는 등 지역주민들에게 호소하는 여러 내용이 공공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여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있는 인쇄물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활동을 비판하는 글도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된다는 사실과 함께 글의 전체적 성격에 따라 공익적 목적이 명백하면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확정된 민사재판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과 다른 견해를 제기한다고 해도 이것이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토론의 여지를 인정한 점에서 긍정적인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해당 이슈에 관하여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정치인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무더기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이른바 '문자폭탄'에 대해서는 시민의 적극적 정치참여의 한 형태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에, 인격모독적인 내용과 함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어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 대립된다. 이 문제는 결국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하는 영역에 속하지만 일정한 경우에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일반론으로 귀결되는 문제라고 할 것이다.

(4) 교육과 인권

해고교원이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교조가 그 통보처분의 취소를 청구한 사건은, 제1심에서는 법외노조통보 효력정지결정이 있었지만 1심 본안 취소소송에서는 패소하였다. 2014년 9월 19일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및 법외노조통보처분 효력정지결정을 하였으나, 2015년 5월 18일 헌법재판소는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서울고법이 한 법외노조통보처분 효력정지결정을 파기하고 이를 다시 서울고법으로 환송하였는데, 파기환송된 효력정지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제10행정부는 다시금 법외노조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본안재판부는 다시 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

상고심에서 아직 심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거나 국제노동기구(ILO)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협약'과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대한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ILO협약들은 국내 현행 교원노조법 등과 상충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 협약을 비준할 경우 관련 국내법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

(5) 환경권

2017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환경 이슈는 탈핵 논의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2월 7일 서울행정법원은 월성 1호기 계속운전허가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계속운전허가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정책을 천명하면서 신고리 5 · 6호기 운영 여부를 사회적 합의에 맡기겠다고 표명하였다. 그러나 이에 관한 공론화 과정은 건설재개로 결론을 내렸다. 이와 같은 탈핵논의는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믹스의 변화, 에너지 요금 체계의 변화 등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가로놓여 있음을 보여주었다.

2017년 1월 20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의 무산, 정부의 책임 조항 배제 등으로 미완의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한편 이 법 시행 이후 마련된 시행령에 따라 처음으로 열린 제1차 특별구제계정위원회에서는 옥시, SK케미컬, 애경산업 등 원료물질 및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18개사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 1,250억 원(살균제 제조업체 1000억, 원료물질 제조업체 250억원)을 부과하였고, 2차 회의에서는 그 동안 논란이 되었던 천식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로 인정하는 인정기준을 의결하였다. 특별법 제정 당시 피해인정 범위가 좁다는 비판에 대응하여 위원회에서 관련 실질심사를 하고 피해인정 범위를 조금씩 확대해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관련 소송은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데,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사건은 존 리 전 옥시 대표를 제외하고는 1, 2심 모두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

(6) 이주외국인 · 난민의 인권

2017년 10월말 현재 체류외국인은 2,135,049명에 이르고 있다. 외국인범죄자 검거율을 토대로 추산한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 정도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외국인범죄의 전체 건수가 2014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러한 양상은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에 대해 실제 이상으로 위험한 존재라고 인식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2017년 이주노동자 등이 밀집한 서울의 특정 지역을 무대로 한 영화가 상영되어 해당 지역을 무법천지로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급증하는 농촌이주노동자의 적절한 관리와 여전히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는 여성이주노동자에 대한 성폭행 및 열악한 처우 문제도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2000년대 급격하게 증가추세를 보인 다문화가족 이혼건수는 2014년 9,754건, 2016년 7,665건으로 완만하게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추이를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결혼중개업법이 정한 정보제공의무를 회피하고 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외국 업체를 계약당사자로 내세운 국제결혼중개업체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 자녀를 낳고 이혼한 외국인에 대한 체류 연장 불허가처분은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봉쇄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한 판결, 한국 남성의 귀책사유로 이혼하게 된 결혼 이민자에 대한 체류기간연장 불허가 처분은 결혼이민자가 대한민국에 터전을 잡고 살아왔던 삶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조치이므로 위법하다고 본 판결, 한국 남성과 이혼에 이른 과정에 대한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고려하여야 할 사정을 공평하게 참작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혼한 결혼 이민자에 대한 귀화불허가처분을 취소한 판결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법부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난민인정 판례에 있어서, 박해가능성을 판단함에 있어 형식적인 사유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당 국가의 정치 상황을 살펴본 사례,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난민인정을 한 사례,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귀화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법무부의 태도를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부실한 난민 면접을 기초로 한 난민불인정결정을 취소한 사례, 여성할례를 박해로 판단한 사례 등은 난민 인정에 관한 법원의 태도가 국제규범 수준에 접근하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재정착난민을 수용한 사례, 난민 장애인들도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장애인복지법 개정 역시 긍정적 사례로 거론되었다.

재외동포와 관련해서는 조선적(籍) 재일동포 등 무국적 재외동포의 자유로운 고국 방문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 재외동포 정책 대상에 국내 체류 조선족·고려인과 해외 입양 한인, 제3세계 거주 북한이탈주민, 재일 조선적(朝鮮籍)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고려인동포 합법적 체류자격 취득 및 정착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은 고려인 4세가 재외동포의 지위를 받을 수 있도록 고려인 동포의 정의를 수정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고려인 동포에 대한 정착 및 생활안전 지원, 고려인 동포통합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근거를 담고 있다.

(7) 노동권

개별 근로관계에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계속고용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쪼개기 계약이 지적되었다. 마필관리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연이은 자살사건은 마사회경남본부에 대한 특별감독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산업안전 관련 525건, 근로감독 관련 107건의 법 위반사례 적발로 드러났다.

파리바게뜨 역시 근로감독 결과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가 지적되었다. 2017년 말 현재 파리바게뜨의 불복으로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과거 유사 사례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던 태도와는 반대되는 입장이다. 근로자 불법파견 문제는 만도헬라, 아사히, 삼표시멘트 등에서도 문제가 되었는데, 삼표시멘트의 경우 다른 사업장과 달리 불법파견 노동자 39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복직시키는 합의에 이르렀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바뀐 이후 정부가 간접고용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개별적인 사안별로 법원의 판결을 통해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온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대해서도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정권의 교체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2017년 5월 정권 교체 이후 정부 차원에서 성과연봉제를 철회하기에 이르렀고, 법원에 계류 중이던 소송은 쌍방 합의로 종결되었다. 종래 대법원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데, 근로자의 동의 없이 변경된 불이익한 취업규칙을 무효로 하는 명문의 규정을 도입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한편 성과연봉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제시된 직무급제 역시 운용 방식에 따라서는 성과연봉제보다 갈등을 심화시킬 소지가 있어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이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에서 판시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요건의 적용에 관하여 하급심 법원마다 그 판단이 엇갈려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시급한 해결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통상임금의 범위 규정을 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

산재은폐와 관련하여 주무관청인 고용노동부의 자력에 의한 적발 건수가 138건에 불과한 데 비하여, 건강보험공단이 부당이득금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적발한 건수가 105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용노동부의 감독소홀이 문제로 드러났다. 산재와 관련하여 법원의 판례에서는 전향적인 사례가 몇 건 나타났다. 업무 중 유해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유방암 산재를 인정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삼성 LCD 공장 근로자의 다발성 경화증을 산재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산업재해를 당한 이후 자살한 경우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을 산재로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판결,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판단의 전제로서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업무 자체의 강도, 절대적인 업무 시간뿐만 아니라 충분한 휴식을 통해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본 서울행정법원 판결 등이 그것이다. 국회에서도 업무상재해 범위를 통상적인 출퇴근재해까지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값싼 임금에 충성도 높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편법으로 활용되어 온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은 현장실습생의 자살, 작업 중 사망사고 등으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건설현장에서 하청에 재하청을 거듭하는 고용구조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였고 이는 결국 연이은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로 이어졌다.

정권의 교체는 집단적 노사관계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철도 민영화 등을 반대할 목적으로 2013년 12월에 23일간의 1차 파업, 이듬해 1월에 하루 동안의 2차 파업을 벌인 182명의 철도노조 조합원 중 재판이 진행 중이던 피고인 95명에 대하여 2017년 9월 일괄적인 공소취소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쟁의기간 발생한 손실을 과도하게 책정해 청구하거나 손배소송을 근로자 지위확인의 소 취하, 노조 탈퇴, 퇴사 등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부당노동행위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서는 유성기업이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를 무력화하기 위하여 설립한 유성기업노동조합을 무효로 본 1심의 태도를 유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 금속노조 유성지회를 와해한 유성기업의 회장에 대하여 1심보다 감형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당초의 검찰구형보다 높은 양형을 유지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2017년 5월과 10월에 특수고용직의 노조설립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권고가 있었고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택배연대노조의 설립 허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으며,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9월 23일 청원경찰의 복무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 제665조 제1항을 준용하여 노동운동을 금지하는 청원경찰법 제조 제4항 중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가운데 '노동운동' 부분을 준용하는 부분에 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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