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수년에 걸친 노사분규로 '적응장애'…업무상 재해"
[노동] "수년에 걸친 노사분규로 '적응장애'…업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18.03.2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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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받아"
수년에 걸친 노사분규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생산직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심홍걸 판사는 3월 8일 충남 아산에 있는 자동차 엔진부품 생산업체인 Y사가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생산직 근로자 A씨에게 한 요양승인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6구단59464)에서 Y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1994년 8월 Y사에 입사해 생산1과에서 슬라브 라이너의 선삭과 가공 업무 등을 해 온 A씨는 수년에 걸친 노사분규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입사 후 21년이 지난 2015년 4월 적응장애 진단을 받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 심사청구를 거쳐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이에 Y사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이 잘못되었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Y사는 2011년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놓고 노사 간 마찰을 빚다가 그해 5월 민주노총 산하인 노조가 부분파업을 실시하자 사측이 직장폐쇄로 대응하면서 심각한 노사 분규가 시작됐다. 조합원들이 공장에 대한 직장폐쇄가 개시된 후 공장 내부로 진입해 공장을 점거하자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해 이들을 해산시켰고, Y사가 공장 폐쇄 3개월 후인 그해 8월 직장폐쇄를 종료하고 노조원들이 회사에 복귀했으나 사측은 이중 A씨를 포함 27명을 징계해고했다. 해고된 근로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 등을 냈고, Y사가 항소심 계속 중인 2013년 5월 해고처분을 취소하고 해고된 27명 전원을 복직시켰다. A씨는 또 회사에 복귀한 후 쟁의행위 등을 이유로 3차례에 걸쳐 출근정지 1∼3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며, Y사의 관리직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선고유예 판결을, Y사의 지원을 받아 별도로 설립된 Y사 노조 소속 조합원을 모욕한 혐의로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A씨는 2001년 9월경부터 2003년 8월경까지 기존의 민주노총 산하 노조의 지회장을 맡기도 했다.

심 판사는 "A씨는 원고에서 생산직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원고의 불법적인 직장폐쇄로 인하여 직장폐쇄가 종료될 때까지 약 3개월 동안, 그리고 이후 부당하게 징계해고되었다가 복직할 때까지 약 2년 동안 A씨의 귀책사유 없이 일을 하지 못하였고, 그에 따라 임금도 제때 지급받지 못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움 등을 겪으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원고의 징계해고 취소로 원고에 다시 복귀한 이후에도 A씨가 소속된 노조와 원고 노조를 차별 대우하는 등의 원고의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근무하는 내내 원고를 비롯하여 원고 노조 소속 조합원들과 원고의 관리직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반목함으로써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원고의 위법한 직장폐쇄 이전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A씨가 스트레스에 다소 취약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A씨가 원고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복직한 이후에도 원고 노조 소속 조합원들과 원고의 관리직 직원들과 대립하면서 지속적으로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상병이 유발되었거나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업무와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이와 같은 전제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요양승인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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