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신호등 고장 난 횡단보도 건너다 교통사고…지자체 책임 20%"
[교통] "신호등 고장 난 횡단보도 건너다 교통사고…지자체 책임 20%"
  • 기사출고 2018.03.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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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운전자 과실 ,신호기 하자 경합해 사고 발생"
초등학생이 보행자 신호등 적색등이 고장 나 아무런 신호도 표시되지 않은 것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승합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법원은 신호등을 설치 ·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에 2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한소희 판사는 12월 13일 사고차량의 보험사인 롯데손해보험이 신호등을 설치 · 관리하는 김해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2017가단5010148)에서 김해시의 책임을 20% 인정, "피고는 원고에게 2억 3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3년 12월 4일 오후 7시 40분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권 모양은 김해시에 있는 병원 앞 왕복 6차로 도로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김 모씨가 운전하던 승합차에 치어 골반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횡단보도에는 보행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그 중 적색등이 단선으로 작동하지 아니하고 있었고, 김씨의 승합차 진행방향 1차로에는 횡단보도 앞쪽 삼거리 교차로에 설치된 직진신호의 차량신호에 따라 죄회전을 위한 차량들이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하고 있었다. 이에 권양에게 치료비와 손해배상금으로 보험금 11억 6500여만원을 지급한 롯데손해보험이 "신호기의 오작동을 방치해 둔 채 아무런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김해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한 판사는 "사고가 발생한 곳은 왕복 6차로의 도로로 인근에 주택, 학원 등이 밀집하여 평소에도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많은 곳으로 보이고, 사고가 발생한 횡단보도 바로 앞에는 교차로에 차량용 신호기가 별도로 있으므로 교차로를 통행하는 운전자는 차량용 신호기가 진행신호인 경우 횡단보도에 설치된 보행자 신호기는 정지신호일 것으로 신뢰할 것이므로 횡단보도에 설치된 보행자 신호기가 고장이 나서 보행자 신호기의 신호와 차량용 신호기의 신호가 불일치 또는 모순되는 경우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 판사는 이어 "실제로 사고의 피해자는 사고 당시 초등학생으로 실제로는 보행신호가 적색등임에도 적색등이 고장 나 신호기에 아무런 표시가 되지 아니하자 도로를 횡단하게 된 점, 사고 이전에 신호기에 대한 고장접수가 된 자료는 찾을 수 없고, 사고 발생 일주일 전에 신호기의 적색등 전구를 교체한 사실은 인정되나, 사고 직후에 피고는 신호기의 적색등이 고장난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사고 후 열흘쯤 지난) 2013. 12. 13.경 이 사건 신호기를 포함한 8개소의 신호등을 LED 신호등으로 교체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했을 뿐 신호기의 고장부분을 수리하기 위한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자신이 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영조물인 신호기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고 당시 신호기에는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결국 사고는 원고차량 운전자의 과실과 신호기에 대한 관리상의 하자가 경합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전부 배상한 원고에게 피고는 피고의 과실비율에 상당한 부분을 구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 판사는 사고의 발생경위,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하여 횡단보도 위에서 보행하고 있던 피해자를 뒤늦게 발견한 원고차량 운전자의 과실, 신호기의 고장을 방치한 피고의 과실 등을 종합, 피고의 과실비율을 20%로 보았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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