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소송 기각…강제집행 길 열려
[민사]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소송 기각…강제집행 길 열려
  • 기사출고 2018.02.26 20: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지법] "절도 무죄 불구 소유권 인정 부족"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의 소장자가 인도판결의 승계집행문을 넘겨받은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대구지법 상주지원 민사부(재판장 신헌기 지원장)는 2월 22일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55)씨가 "강제집행을 허가하지 말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소송(2017가합69)에서 배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배씨가 소장한 훈민정음해례본은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국보 70호 훈민정음해례본과 동일한 목판 인쇄본으로 '상주본'으로 불린다.

배씨는 2008년 "집을 수리하다가 훈민정음을 발견했다"며 상주본을 공개했으나, 골동품업자 조 모(2012년 사망)씨가 도난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민 · 형사 소송이 벌어졌다. 조씨는 배씨가 자신의 가게에 있던 상주본을 훔쳐갔다고 주장하며 대구지법에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배씨의 절취 사실을 인정해 상주본을 조씨에게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11년 5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조씨는 숨지기 전인 2012년 5월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증했고, 문화재청은 2016년 12월 대구지법에서 상주본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받았다.

그러나 상주본을 훔쳤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0년의 유죄판결을 받은 배씨가 항소심 무죄판결에 이어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배씨가 "절도 혐의가 무죄로 확정됐으므로 상주본의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배씨와 국가 사이에 소송이 시작된 것이다.

재판부는 "형사판결에서 원고가 무죄를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 상주본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있어 민사판결의 집행력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상주본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확정판결이 집행권원인 경우 청구이의의 소의 이의사유는 변론종결일 후에 생긴 것이 아니면 주장할 수 없고, 이보다 앞서 생긴 사정은 청구이의의 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데(민사집행법 44조 2항),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는 이 사건 민사판결이 있기 이전부터 고서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므로 이는 민사판결 변론종결일 이전의 사유임이 분명하고, 비록 형사판결이 민사판결 변론종결일 이후에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형사판결은 원고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사후에 법적으로 평가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것만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가 민사판결 변론종결일 이후에 생긴 사유라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