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강제추행죄는 自手犯 아니야…간접정범 해당"
피해자를 협박해 셀카로 나체사진 등을 찍게 한 후 이를 전송받은 경우도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월 8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모(28)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17733)에서 이같이 판시, 나머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 부분도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A(여 · 22)씨와 B(15)양을 알게 된 이씨는 2015년 5월부터 12월까지 A씨와 B양을 협박해 나체사진과 성기에 볼펜을 삽입하여 자위하는 동영상 등을 촬영하게 하여 전송받은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됐다. 이씨는 과거에 두 사람과 채팅을 하면서 받은 나체사진과 개인정보 등을 유포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A씨와 B양을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또 자신의 성기 부위를 찍은 동영상을 B양에게 보낸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등으로도 기소됐다.
1심은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에 3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이씨의 행위를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있는 경우와 동등한 정도로 성적 수치심 내지 혐오감을 주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라고 판시하고, 그대신 "피해자들을 협박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강요죄를 적용해 1심과 같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죄로서 정범 자신이 직접 범죄를 실행하여야 성립하는 자수범(自手犯)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간접정범의 형태로도 범할 수 있고, 여기서 강제추행에 관한 간접정범의 의사를 실현하는 도구로서의 타인에는 피해자도 포함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겁을 먹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나체나 속옷만 입은 상태가 되게 하여 스스로를 촬영하게 하거나,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거나 자위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들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들의 신체를 이용하여 성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서, 행위의 내용과 경위에 비추어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들은 피해자들을 이용하여 강제추행의 범죄를 실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피고인이 직접 이와 같은 행위들을 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들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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