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철거 위기' 사랑의교회, 주민소송 또 패소
[행정] '철거 위기' 사랑의교회, 주민소송 또 패소
  • 기사출고 2018.02.0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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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대법 파기 이어 원상복구 판결 "서초구청, 도로점용허가처분 취소하라"

서울 서초구 주민들이 서초구에 위치한 사랑의교회에 도로 지하 공간을 점용하도록 허가한 것은 위법하다며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에서 또 이겼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1월 11일 황일근 전 서초구 의원 등 서초구 주민 6명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의 파기환송심 항소심(2017누31)에서 "서초구가 사랑의교회에 대하여 한 도로점용허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환송 후 1심인 서울행정법원과 마찬가지로 서초구의 도로점용허가는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가 피고보조참가했으나 원고들의 청구를 막지 못했다.

사랑의교회, 상고 여부 주목

판결이 대법원에서 이대로 확정되면 사랑의교회는 도로 지하 공간에 설치된 예배당 등을 철거하고 원상복구해야 하는 상황. 사랑의교회 측은 고법 판결에 대해 "관계법규 해석에 있어 법원이 구청과 입장이 다른 만큼,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남은 법적 절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상고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서초구로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았던 참나리길 지하공간 1077㎡에 대해 원상복구 판결을 받은 사랑의교회의 위용. 이 건물을 짓는 데 2900억원의 공사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약 8년 전인 2010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6월 대법원 건너편 꽃마을 지역의 토지 6,861.2㎡를 매입한 사랑의교회는 이 부지 서쪽으로 인접한 참나리길의 지하공간을 사용하여 교회건물을 짓기로 계획, 그해 3월 3일 도로관리청인 서초구에 도로점용 허가를 신청했다. 서초구가 서울특별시장, 국토해양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등에게 질의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사랑의교회는 한 달쯤 후인 4월 9일 신축 교회 건물 중 남측 지하 1층 325㎡를 어린이집으로 기부채납하는 것을 조건으로 참나리길의 지하 1077㎡(폭 7m×길이 154m)를 사용하는 내용의 도로점용허가를 받아냈다. 이에 반발한 황일근 당시 서초구 의원과 주민들이 2011년 12월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해 서울시가 도로점용허가 처분의 시정을 요구했으나, 서초구가 응하지 않자 황 전 의원 등이 주민소송을 냈다. 사랑의 교회는 이후 도로 지하 부분을 포함한 교회부지 지하 부분에 지하 1층부터 지하 5층까지 예배당, 영상예배실, 교리공부실, 성가대실, 방송실 등을, 지하 6층부터 지하 8층까지 주차장, 기계실, 창고, 진입램프 등을 설치했으며, 2900억원의 공사비가 든 것으로 알려진 사랑의교회는 2014년 9월 3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2014년 9월 사용승인 받아

원고들은 도로점용허가의 무효 또는 취소와 건축허가의 취소, 손해배상 등을 요구했으나, 재판은 도로점용허가의 위법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도로점용허가가 과연 주민소송의 대상 여부를 둘러싼 본안전 다툼으로 진행됐다. 지방자치법 17조 1항에 '재산의 취득 · 관리 · 처분에 관한 사항' 등 주민소송의 대상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

1, 2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2013. 7. 9. 선고)과 서울고법(2014. 5. 15. 선고)은 "도로점용허가처분이 실질적으로 '재산의 관리 · 처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원고들의 소가 지방자치법 17조 1항이 정하고 있는 주민소송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고법의 각하 판결로부터 2년쯤 지난 2016년 5월 27일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주민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판결(2014두8490)하면서 이후 재판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대법원은 "도로점용허가로 인해 형성된 사용관계의 실질은 전체적으로 보아 도로부지의 지하부분에 대한 사용가치를 실현시켜 그 부분에 대하여 특정한 사인에게 점용료와 대가관계에 있는 사용수익권을 설정하여 주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도로점용허가는 실질적으로 도로 지하부분의 사용가치를 제3자로 하여금 활용하도록 하는 임대 유사한 행위로서,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인 도로부지의 재산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법 17조 1항의 '재산의 관리 ․ 처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대개의 경우 대법원은 항소심 법원에 파기환송하나 이 사건은 소가 부적법하다고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취소하는 경우여서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으로 사건을 내려보낸 것이다.

1심 법원으로 파기환송

1심부터 도로점용허가의 위법 여부,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대해 다시 재판이 열렸다. 건축허가처분 취소청구 부분은 원고 측이 구체적으로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않아 상고기각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사랑의교회 사건 경과

파기환송심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본안 심리에 나서 "도로 지하 부분에 사실상 영구시설물에 해당하는 예배당 등의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영구적인 사권을 설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가져와 도로법에 위배된다"며 도로점용허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또 "피고가 도로점용허가를 함으로써 서울특별시 서초구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공간 325㎡를 확보할 수 있고, 도로 지하 부분에 대한 점용료를 징수하여 서초구 재정에 기여하며 도로의 확장으로 주민들의 통행이 개선되는 등의 순기능이 있지만 이와 같은 순기능적 측면보다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역기능적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도로점용허가에 관련 공익과 사익을 비교 · 형량함에 있어서 비례 · 형평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례 · 형평 원칙 위반"

이어 열린 항소심에서도 서울고법 재판부는 모두 10가지의 이유를 들며 "도로관리청인 피고는 도로점용허가를 하면서 공익과 사익을 비교 · 형량함에 있어 비례 · 형평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도로점용허가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예배당 등은 교회 건물과 관련 시설의 이용에만 주로 제공되고 있을 뿐, 도로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 또는 인근 주민의 공적 또는 공공적 이용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공적 이용에 제공되는 정도도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참가인은 교회를 건축함에 있어서 도로 지하 부분을 이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도로 지하 부분의 점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지하구조물 설치를 통한 지하의 점유는 그 원상회복이 쉽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유지 · 관리 및 안전에 상당한 위험과 책임이 수반될 수 있는바, 피고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그러한 문제점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거나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도로점용허가 과정에서의 서초구청 공무원들의 위법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이 "서초구청 공무원들이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위 공무원들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원고들이 이 부분에 대한 항소를 취하해 1심 판결대로 마무리됐다.

법률대리전 치열

항소심에서 법무법인 신아와 법무법인 이공, 이제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서초구청은 법무법인 세종이, 사랑의교회는 법무법인 율촌, 로고스, 지평과 김오수 변호사가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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