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서머 클럭 경험쌓아 행운…"
"서울서 서머 클럭 경험쌓아 행운…"
  • 기사출고 2006.02.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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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예의 로스쿨 유학기]다음엔 홍콩, 싱가포르 지원계획한국의 여러 변호사들 만나고…'로펌은 이런 곳' 체험 유익
벌써 두달여 전인 지난해 12월 초.

◇조경예
나는 오클랜드가 아닌 서울 광화문의 잘 꾸며진 한 유명 로펌의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마주하고 앉아 있다.

이곳 로펌의 변호사님을 도와 미국 SEC(Securities Exchange Committee)의 홈페이지에서 한 미국 회사의 자산상태와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있는 중이다.

오클랜드의 여름방학을 이용해 서머 클럭(Summer Clerk, 서울은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이지만)으로 대학을 다녔던 서울의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지금은 긴 방학이다.

계절상 여름인 남반구는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간다.

로스쿨 학생으로서는 학기중 누적된 학업에 대한 중압감과 과제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고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학기 말 즈음해서 학생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제각각 CV(Curricular Vitae : 이력서)를 만들고 Cover Letter를 만들어 자기가 원하는 로펌에서 Summer Clerkship을 하려고 이리저리 분주한 모습이었다.

로스쿨이 위치한 오클랜드 시내 중심의 로펌에만 이러한 학생들의 이력서가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의 호주는 물론 싱가포르, 홍콩 등 로펌이 있는 곳은 어디든 이력서를 넣고, Summer Clerkship(인턴쉽)을 지원한다.

변호사로 지원하는 친구들은 로펌에서 인턴쉽을 하지만, 정부 기관이나 회계법인, 국제기구 등에서 일하고자 하는 친구들은 물론 자신들이 나중에 일하고자 하는 분야에 인턴쉽을 지원한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싱가포르에서, 또 중국에서 온 유학생 친구는 호주에 가서 인턴쉽을 한다고 들었다.

보통 2학년이나 3학년을 마치고 인턴쉽을 하는 것과, 졸업전의 마지막 방학에 인턴쉽을 하는 것은 학생으로서도, 로펌의 입장으로서도 조금 그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호주나 뉴질랜드의 경우 2학년이나(이곳의 로스쿨은 4년제다), 5년 동안 학교를 다니는 경우의 3학년을 마치고 하는 인턴쉽은 로펌에서 서머 클럭으로 일했다고 해서 졸업 후 그곳에서 일한다는 것과 직접 연관이 없지만, 졸업을 앞둔 학생의 경우에는 마지막 학년에 Summer Clerkship을 하게 되면 큰 변동이 없는 한 졸업 후 그 로펌으로의 취직을 보장해 준 다는 것이다.

물론 졸업 직전의 Summer Clerkship이 학생들에게는 취직이 되느냐의 첫 관문이자 커다란 도전이 되게 된다.

Summer Clerkship 혹은 Winter Clerkship이란, 이를 테면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서 단기간 동안 로펌에서 이러저러한 일을 해 봄으로써 실무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배운 것들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변호사 인턴과정이다.

로펌의 입장에서도 훌륭한 학생들을 소개받아 미리 훈련시키고 변호사로서 겪게 될 여러 경험을 미리 맛보게 함으로써 나중에 변호사로 채용한 후의 업무의 효율을 꾀하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

나 역시 인턴쉽을 지원하게 되었는데, 운 좋게도 서울의 한 로펌에서 이를 체험하게 된 것이다.

내게 과제로 주어지는 계약서나 의견서 등 법률서류를 번역하고, 방대한 자료를 검색하는 외에 무엇보다도 피상적일지 모르지만 '로펌이란 이런 곳이구나'하는 체험을 하게 된 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어떠한 종류의 법률적인 사건이 의뢰되더라도 그것을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해결해 내는 만능해결사 같은 곳이 로펌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변호사들은 총성없는 전선에 나서는 전사들이었고, 당사자간의 거래는 곧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루는 싱가포르와 홍콩의 주식시장에서의 회사 상장요건에 대해 자료를 검색하고 보고서를 올린 적이 있다.

처음으로 그 곳의 자료를 찾으면서 느꼈던 호기심과 신비감은 일을 끝낸 후 뿌듯한 성취감으로 돌아왔다.

또 법률서비스라는 게 얼마나 완벽한 정확성과 신속함을 요하는 것인가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돌이켜 보면, 로펌의 하루는 매우 분주하고 바쁘게 돌아갔다.

1시간을 여러 단위로 쪼개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배운 것도 이번 견습에서 얻은 또하나의 소득이다.

무엇보다도 변호사님들이 해 주신 조언들은 로스쿨의 교수님들로부터는 들을 수 없는 또다른 교훈이었다.

이름을 대면 많은 사람들이 금방 알 수 있는 두 변호사님의 열심히 일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또 사법연수원장을 지내신 한 원로 변호사님을 만나 뵌 일이 특히 생각한다.

미국법에도 매우 정통하신 분인데, 미국에서 공부할 때의 경험을 들려 주시면서 한국인 법학도로서 영미법을 공부하는 나에게 많은 격려를 해 주셨다.

친구들도 오클랜드, 호주, 홍콩 등에서의 나와 비슷한 경험을 안고 로스쿨로 돌아 오겠지만, 고국에서의 서머 클럭 2개월이 두고두고 추억으로 떠오를 것이다.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또다른 경험을 위해 다음 서머 클럭때는 같은 영연방 나라인 싱가포르나 홍콩의 법률사무소 견습을 지원해 봐야지 하는 생각 등이 머리를 스쳐가고 있는 가운데 오클랜드로 향하는 비행기는 점점 서울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이화여대에서 법학과 영문학을 공부한 후 동 대학원에서 수학중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로스쿨로 유학, 2학년을 마치고 3학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학생입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국내의 한 로펌에서 인턴쉽을 했습니다.

조경예(kcho130@ec.auckland.ac.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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