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여성 할례'도 난민 사유
[행정] '여성 할례'도 난민 사유
  • 기사출고 2017.12.1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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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라이베리아 10대 여성에 승소 판결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국적의 10대 여성이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여성 할례'를 받을 수 있으니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여성 할례는 의료 목적이 아닌 전통적 · 문화적 · 종교적 이유에서 여성 생식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거하거나 여성 생식기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대법원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2월 5일 라이베리아 국적의 D(여 · 14)씨가 "난민불인정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출입국관리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두42913)에서 D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라이베리아 인접국인 가나 난민촌에서 태어난 D씨는 어머니를 따라 2012년 3월 한국에 입국해 "라이베리아로 돌아가게 되면 여성 할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난민신청을 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에서 "원고에게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받자 D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D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여성 할례'는 여성의 신체에 대하여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난민신청인이 국적국으로 송환될 경우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여성 할례를 당하게 될 위험이 있음에도 국적국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국적국을 벗어났으면서도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여기에서 '여성 할례를 당하게 될 위험'은 일반적 · 추상적인 위험의 정도를 넘어 난민신청인이 개별적 · 구체적으로 그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를 의미하고, 여성 할례를 당하게 될 개별적 · 구체적인 위험이 있다는 점은 원고가 속한 가족적 · 지역적 · 사회적 상황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원고의 어머니가 난민으로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만을 들어 원고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아니한 난민불인정처분은 법령상 근거 없이 행하여진 위법한 처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난민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하는 행정청과 그에 관한 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법원으로서는, 원고의 나이와 성장 환경, 출신 부족, 원고의 국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 할례의 현황, 원고 어머니가 국적국을 떠나게 된 경위, 국적국 정부가 여성 할례를 없애기 위하여 실효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되는지 등 원고가 속한 가족적 · 지역적 · 사회적 상황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심사하여, 원고가 국적국으로 돌아갈 경우 여성 할례의 위험에 노출될 개별적 · 구체적 위험이 인정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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