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이어야"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이어야"
  • 기사출고 2006.02.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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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법원장, 법관 임명식서 '감동하는 재판' 강조가족 초청하고, 206명 법관에 일일이 임명장 수여
최근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단의 뜻을 피력했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재판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한다"고 밝혀 주목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20일 열린 ..
이 대법원장은 20일 대법원에서 열린 2006년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훈시를 통해 "법관이 내리는 판단은 항상 공정하고 보편타당하여야 하지만 결과가 공정하고 보편타당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훌륭한 재판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명력이 없는 죽은 판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임 법관들에게 "여러분이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은 피곤하고 어려운 삶에 지친 시민들이다. 어디 한군데 마음 놓고 호소할 길이 없어 마지막으로 찾아 온 사람들"이라며, "여러분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기를 원하고 있는 이런 사람들의 말을 들어 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관에게는 분쟁해결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넘어서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할 소명이 있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며, "이 성스러운 소명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여론에 맞서는 불굴의 용기가 있어야 하며, 그 압력이 법원 내부로부터 올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우리 법언은 사법권 독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법관의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며, "대법원장으로서 법관들이 소신을 제대로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이라도 아끼지 않겠으나, 법관의 독립은 그 마지막에 있어서는 법관 개개인이 법관으로서의 모든 것을 걸고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법관들은 용기만을 앞세워 사사로운 감정이나 독선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하여 올바르고 균형잡힌 판단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대법원장은 "법관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외롭게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의 심정으로 재판 하나하나에 자신의 혼을 불어 넣어야 한다"며, "재판을 하는 본인까지도 감동하는 재판은 사법부의 모습을 바꾸어 나갈 것이고, 결국에는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법부가 될 것"이라고 훈시를 맺었다.

이날 이 대법원장 취임후 처음으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은 이 대법원장이 206명의 신임 법관 전원에게 손수 임명장을 수여하는 등 종전의 임명식과는 다른 모습으로 진행됐다.

대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법관 대표에게만 임명장을 수여하고, 나머지 법관들에게는 악수만 하는 계획안을 올렸으나 이 대법원장이 "대한민국 법관이 어떤 자리인데 편의만을 우선시킬 수 있느냐, 마음 같아서는 법관 한명 한명에게 법복을 직접 입혀주고 싶다"고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이름만 호명하던 예전의 방식을 바꿔 법관 개인별로 '판사에 임함' '예비판사에 임함'이라는 인사명령문을 낭독해 가며 임명장을 수여했다.

신임 법관의 가족들을 임명식에 초청한 것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

"법관에 임명되기까지 무한한 사랑과 성원을 베푼 가족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것이고, 법관이라는 직책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더 일깨우자는 뜻"이라고 대법원 관계자가 설명했다.

1층 대강당에서 신임 법관들이 착석한 가운데 진행된 임명식이 끝난 후엔 2층 소연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원행정처장 등 대법원 간부들이 신임 법관 및 가족들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환담하며 법관 임용을 서로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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