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시 · 청각 장애인들에게 화면해설 · 자막 제공하라"
[민사] "시 · 청각 장애인들에게 화면해설 · 자막 제공하라"
  • 기사출고 2017.12.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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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CJ CGV, 롯데쇼핑, 메가박스에 패소 판결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간접차별 · 차별행위 해당"
시 · 청각 · 언어장애인들이 화면해설과 자막 등을 제공하라며 영화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재판장 박우종 부장판사)는 12월 7일 김 모씨 등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오 모씨, 청각 · 언어장애인 함 모씨 등 모두 4명이 CJ CGV와 롯데쇼핑, 메가박스 등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소송(2016가합508596)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화면해설과 자막, FM 보청기 등을 제공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웹사이트를 통하여 화면해설 또는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와 그 상영관 및 상영시간 그 밖에 장애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의의 내용을 제공하고, 영화상영관에서는 점자자료 또는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를, 한국수어 통역 또는 문자에 의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문화 · 예술사업자인 피고들은 장애인인 원고들에게 영화관람에 필요한 (음성으로 된) 화면해설, 자막을, 영화 관련 정보를 얻는 데 필요한 점자자료, 한국수어 통역 등을 제공하지 아니하고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기준을 적용하여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 관련 정보를 제공하였으므로, 이는 피고들이 장애인인 원고들에게 형식상으로는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하여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수준의 영화관람서비스와 영화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4조 1항 2호에서 금지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 · 이용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장애인에게도 웹사이트를 통한 접근 · 이용가능성과 영화상영관을 통한 접근 · 이용가능성이 함께 보장되어야 하고,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의 영화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 · 이용가능성은 웹사이트 내에 텍스트 낭독 기능을 구비하는 등 접근성 지침에 맞춰 제작된 웹사이트의 제공을 통하거나, 영화상영관에서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점자자료,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 등의 제공, 청각장애인에 대한 한국수어 통역 등의 제공을 통하여 확보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들이 제공하는 영화관람서비스와 영화 관람 정보만으로는 장애인인 원고들에게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영화와 영화 관련 정보에 접근 · 이용하거나 영화를 관람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단과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4조 1항 3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피고들은 "오픈형 화면해설, 자막의 경우 장애인 아닌 사람의 영화관람에 지장을 초래하는 점에 비추어 이를 시행하기에는 영리를 추구하는 영화사업자인 우리들에게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고, 폐쇄형 화면해설, 자막의 경우 이를 안정적으로 시연할 수 있는 상용화된 장비가 없으며 장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비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시행하기에는 과도한 부담이 있으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4조 3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 DMZ국제영화제 등에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자막과 화면해설이 포함되어 시 · 청각 장애인들과 비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영화의 화면해설을 제공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배리어 프리 영화의 자막을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 안경이 유통되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영화상영관 좌석 뒤에 화면을 설치하여 자막을 제공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은 장비나 기기는 영화상영관 별로 소수의 장비나 기기 설치로도 설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들은 2014년 기준 국내 전체 스크린 2281개 중 각각 948개, 698개, 452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사업자이므로, 피고들의 국내 스크린 점유율, 보유하고 있는 영화상영관 규모에 등에 비추어 장비나 기기 설치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피고들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배리어 프리 영화에 관한 화면해설, 자막 및 이를 재생할 수 있는 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피고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들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원고들이 관람하고자 하는 영화 중 제작업자 또는 배급업자 등으로부터 화면해설 또는 자막 파일을 제공받은 영화에 관하여 김씨 등에게 화면해설을, 오씨 등에게 자막과 FM 보청기기를 제공하고, 원고들이 영화와 영화관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원고들에게 웹사이트를 통하여 화면해설 또는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와 상영관 및 상영시간 그 밖에 장애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의의 내용을 제공하며, 영화상영관에서는 김씨 등에게 점자자료 또는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를, 오씨 등에게 한국수어 통역 또는 문자에 의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지평과 김재왕, 이정민, 이주언, 서치원, 최현정 변호사가 원고들을, CJ CGV는 법무법인 세종, 롯데쇼핑은 법무법인 화우, 메가박스는 법무법인 청신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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