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장애 동생 보험금으로 자기 빌라 매매대금 지급한 '성년후견인' 친형, 징역 8월 실형
[형사] 장애 동생 보험금으로 자기 빌라 매매대금 지급한 '성년후견인' 친형, 징역 8월 실형
  • 기사출고 2017.11.2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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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친족상도례 적용 불가"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앓는 동생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친형이 동생의 보험금으로 자신 명의로 산 빌라의 매매대금을 지급했다가 횡령 유죄와 함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은 친족상도례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성년후견인에게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제주지법 신재환 판사는 11월 8일 횡령 혐의로 기소된 현 모(52)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2017고단284)

현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뇌병변 1급 장애와 사지마비 상태가 된 친동생의 성년후견인으로 2014년 7월 선임되었으나, 이듬해 1월 동생의 교통사고 보험금 1억 4400여만원을 자신 명의의 농협 계좌로 송금받아 보관하던 중 한 달 후인 2월 그 중 1억 2000만원을 출금하여 자신 명의로 매수한 빌라의 매매대금 명목으로 임의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씨는 2016년 10월 24일쯤 성년후견인의 직무집행이 정지되었다.

현씨는 "동생에 대한 개호비청구권과 성년후견인으로서의 보수청구권이 있었고 그 합계액이 보험금 수령액을 상회하였으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현씨의 동생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제주지법은 2014년 4월 1심에서 동생을 위하여 2013년 7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성인남녀 2인의 개호가 필요하다고 판결하였고, 2015년 1월 항소심에서는 동생을 위하여 같은 기간 성인남녀 1인의 개호가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현씨는 성년후견인 직무가 정지되기 전인 2016년 10월 7일 제주지법에 성년후견인에 대한 보수를 달라고 청구했다.

신 판사는 "(현씨의 동생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판결은 피해자가 교통사고 가해자의 자동차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으로 그 판결에서 개호비를 산정한 내용이 곧바로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개호비를 받을 수 있다는 법적인 근거가 될 수 없고, 성년후견인 보수 청구도 아직 법원에서 심리 중이어서 피고인의 보수 청구권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법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이 피해자의 보험금을 수령하여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기화로 본인 명의로 매수한 빌라의 매수대금 중 상당액을 피해자의 보험금으로 지급하였는데,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개호비와 성년후견인 보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이 임의로 피해자가 받은 보험금을 사용하여 자신의 단독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어서, 명백하게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현씨는 재판에서 "피해자의 형으로서 동거친족에 해당하기 때문에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형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판사는 그러나 "친족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성년후견인으로 임명되는 경우에는 법률상 공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서 피후견인의 재산 및 신상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게 관리하여야 하고 즉, 성년후견인의 후견인으로서의 업무는 친족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공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법행위는 가까운 가족구성원 사이의 재산 문제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인 친족상도례의 규정을 적용하기 힘든 영역이며, 더구나 성년후견인의 상당수가 친족후견인으로 지정되는 현 상황에서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 후견인의 피후견인에 대한 재산 관리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수 없게 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본건과 같은 성년후견제도를 기반으로 한 후견인의 피후견인 재산관리상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사적 관계인 친족관계에 기반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법 328조 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권리행사방해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규정은 361조에 의해 횡령죄 등에 준용되고 있다.

신 판사는 현씨가 2011년 2월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지마비 상태가 된 피해자를 현재까지 성의껏 간병해 온 점, 빌라를 새롭게 매수하여 이사한 이유 중에는 피해자의 간병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이는 점, 피해자의 유일한 혈육인 현씨가 당장 구속되는 경우 피해자를 돌보아 줄 사람이 없어 오히려 피해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 등을 특별히 고려하여, 현씨를 법정구속 하지는 않았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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