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00대 로펌' 첫 진입 코브레앤김
'미 200대 로펌' 첫 진입 코브레앤김
  • 기사출고 2017.10.2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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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플릭트 프리', 끊임없는 혁신 추구RPL은 미국내 9위, PPP는 39위
최근 아메리칸 로이어가 발표한 총매출 기준 '미 200대 로펌' 선정에서 한국에도 사무소가 있는 코브레앤김(Kobre & Kim)이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2003년 뉴욕에서 문을 열어 불과 14년 만에 미 200대 로펌에 처음 진입한 것도 놀라운 결과지만, 코브레앤김의 전략과 지향하는 방향이 워낙 남다르기 때문. 아메리칸 로이어는 코브레를 가리켜 '지속적인 혁신의 모델'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여러 국제 관할에 걸친 독특한 업무와 고도로 전문화된 지원을 필요로 하는 클라이언트 대리가 코브레의 자랑이라고 설명했다.

◇코브레앤김의 창립 파트너 중 한 사람인 김상윤 뉴욕주 변호사. 그는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 미 연방검사로 활동한 후 동료 연방검사였던 스티븐 코브레와 함께 2003년 코브레앤김을 설립했다
코브레앤김은 또 두 명의 창립 파트너 중 한 사람이 한국계 미국변호사인 김상윤 대표로, 한국계 변호사가 지휘하는 미국 로펌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코브레앤김에서 '김'이 김상윤 대표의 성을 딴 것으로, 김 대표는 같은 미 연방검사 출신인 스티븐 코브레(Steven Kobre)와 함께 14년 전 코브레앤김을 출범시켰다.

한국계가 창립 파트너중 한 명

아메리칸 로이어가 집계한 코브레앤김의 2016년 매출은 200대 로펌 중 191위인 1억 100만 달러. 그러나 77명의 전체 변호사로 나눈 변호사 1인당 매출(RPL)은 131만 달러, 27명의 지분파트너 1인당 수익을 가리키는 PPP는 193만 달러로, RPL은 100대 로펌을 포함해 전체 9위, PPP 순위는 39위로 뛰어오른다.

무엇보다도 당사자를 중복해 맡지 않으며 복잡한 금융소송 등에 특화한 '컨플릭트 프리(Conflict-Free)' 정책이 코브레앤김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으로 소개된다. 특정 클라이언트를 계속해서 대리하는 것을 피함으로써 거기에서 촉발될 수 있는 이해관계 충돌(conflicts of interest)을 차단하고, 어떠한 기업이나 기관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변호사, 로펌으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코브레앤김은 그 대신 높은 전문성으로 고객의 신뢰에 부응하고 있다.

두 번째 사건은 원래 로펌에 소개

실제로 코브레앤김이 수행하는 일의 대부분이 유명 대형 로펌들로부터 의뢰된 것이라고 한다. 투자은행 등 거대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워낙 많은 것을 자문하는 대형 로펌들은 컨플릭트 때문에 이들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 등의 업무를 맡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브레앤김 관계자는 그러나 "그렇게 해서 일을 도와준 그 클라이언트가 또 다른 사건을 가져오면 그때는 처음 사건을 소개한 원래의 로펌에 그 클라이언트를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꾸준히 변호사가 늘고 업무영역이 확대된 코브레앤김은 금융소송 외에도 ▲정부 조사에 대한 방어 ▲기업 내부 조사 및 모니터링 ▲국제적인 판결 집행 ▲자산회수, 파산, 채권-채무자 분쟁 ▲신탁 및 부동산 소송 ▲지식재산권 소송 등 크게 7개 분야에 걸쳐 업무를 수행한다.

물론 다른 로펌들도 수행하는 업무로, 코브레앤김에만 특유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지만, 니치마켓 중에서도 또 다른 틈새를 추구하며 이들 사안의 특이한 면을 파악해 성공률을 높이려 한다는 게 코브레앤김 관계자의 설명. 그는 또 "코브레앤김에선 컨플릭트를 최소화한 가운데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고객들에게 '프랙티스(practices)' 대신 '생산물(products)'을 제공한다는 표현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practices 대신 products 제공

그러나 매출 증가 등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코브레앤김 사람들이 마냥 행복해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상윤 대표는 "그동안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과 관계없이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성장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문제"라고 말했다.

"젊은 변호사들에게 의미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선 로펌이 성장해야 하겠지만, 로펌이 커질수록 업무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기가 점점 어렵습니다."

그는 "이런 이유 때문에 매년 10% 밑으로 성장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실제로 코브레앤김에선 나중에 정식 사건이 될 수 있는 매년 800~1000개의 사안 중 80%를 돌려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고수익의 일감을 추구하는 코브레앤김의 전략에도 리스크가 없지 않다. 점점 많은 경쟁자들이 같은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고, 코브레앤김에선 다시 생산라인을 개조하고 있지만, 경쟁 결과 전문분야에서의 수익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마리화나법 실패

코브레앤김이 찾아낸 아이디어가 모두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다. 김 대표는 의욕을 갖고 추구했지만 차별화에 실패한 예로 비트코인과 마리화나법을 들기도 했다. 또 컨플릭트 금지가 많은 시장에서 완화되는 한편 더 많은 로펌들이 '컨플릭트 프리'를 추구하는 등 코브레앤김이 차별화를 추구하던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브레앤김이 예상하는 2017년 매출은 1억 5000만 달러. 2년 전 문을 연 서울사무소도 일감이 늘며 상주변호사가 3명으로 늘었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업무를 지휘하는 김상윤 대표 외에 채권회수 등 강제집행 업무와 파산사건에 밝은 백재형 미국변호사와 올 1월 외국법자문사(FLC) 자격승인을 받은 이원준 미국변호사가 함께 서울사무소에 포진하고 있다. 이원준 변호사는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노스웨스턴 로스쿨(JD)에서 공부해 뉴욕주 변호사가 되었다. 지식재산권과 기술 관련 소송이 전문분야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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