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로펌 운영하는 김중호 변호사
프랑스서 로펌 운영하는 김중호 변호사
  • 기사출고 2017.10.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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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완전히 다른 법률시스템한국식, 영미식으로 접근했다간 낭패"

이번 IAKL 서울 총회에서 만난 김중호 변호사는 프랑스에서 직접 로펌을 운영하는 프랑스 변호사로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인으로 프랑스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첫 한국계 프랑스 변호사인 그는 민간단체를 대리해 외규장각 도서 반환소송을 제기, 프랑스 정부가 임대 형식으로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하게 하는 데 기여한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중호 변호사는 한국인으로 프랑스 변호사가 된 첫 주인공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직접 부티크펌을 운영하며 한국 기업의 프랑스 진출 등을 지원한다.

또 IMF때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삼성자동차 인수부터 최근 세모그룹의 유병언 전 회장 가족의 해외도피 자산 회수 소송까지 프랑스와 관련된 주요 사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프랑스 전문가로 유명하다.

유병언 자산 회수 소송도 수행

"80년대 후반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에 가서 법학을 공부하겠다고 했더니 지도교수님이 많이 말리셨어요. 그때만 해도 프랑스는 법률분야의 유학 대상지로는 불모지나 다름없었거든요. 대학시절 프랑스 친구에게 우리말 과외를 하며 불어를 공부한 게 계기가 되어 프랑스로 떠난 셈인데, 지금 돌이켜보면 보람을 느끼지요."

1988년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그는 Paris II Assas 법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 92년 과 수석으로 국제경제법 석사과정을 마치고, 96년 이 대학의 최수우 논문으로 선정된 "미국 및 유럽의 판례를 중심으로 본 공정거래법상 역외관할권의 확대 적용"이란 주제의 논문으로 법학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번 IAKL 학술대회에선 파산(Insolvency) 세션에 패널로 참가해 프랑스와 유럽의 파산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삼성전자 법무팀 근무

프랑스 변호사가 된 그는 IMF 외환위기가 닥친 90년대 후반 한국으로 돌아왔다. 삼성전자 법무팀의 선임변호사와 법무법인 대륙의 유럽팀장을 차례대로 역임하고, 싱가포르 투자회사의 부사장과 법무팀장으로도 활약한 그는 2003년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파리에서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알레리옹(ALERION)'이라는 로펌을 창립하여 아시아팀장 겸 대표변호사로 활약했다. 알레리옹은 10년 만에 변호사 80명 규모의 중견 로펌으로 성장할 정도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그가 아니었다. 김 변호사는 2014년 9월 함께 일하던 팀원들을 데리고 나와 로펌 '아르케(ARCHE)'를 직접 설립하고 아시아와 해외 불어권 국가들로의 역진출을 모색하는 국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2014년 부티크로 독립

프랑스를 기반으로 한국과 함께 홍콩,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아 유럽 기업 등의 아시아 진출에 관련된 자문에 역할을 하고 불어권인 북아프리카까지 진출하겠다는 것. 김 변호사는 "동남아와 인도 자문에 주력하는 일본 로펌과도 추가적인 업무협력을 통한 자문 지역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케는 변호사 10명 규모의 부티크펌이지만 세계적인 그룹의 계열사와 정부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탄탄한 로펌으로, 많은 기업들이 프랑스 또는 불어권 투자 시 자문을 받는 '작은 거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물론 한국에도 아르케의 자문을 받는 고객 기업이 적지 않다. 김 변호사는 IAKL 총회 기간 중에도 강남에 위치한 클라이언트 회사 관계자와의 미팅을 위해 학술대회가 진행된 한양대 로스쿨과 광화문의 만찬장 등 강북과 강남을 부지런히 오가며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김 변호사에게 프랑스에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절대 한국식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제일 먼저 하고 싶어요. 여기는 룰이나 레귤레이션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곳입니다. 한국에서 하던 식으로 덤벼들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는데, 일이 터진 후엔 저희를 찾아와도 수습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는 이어 "한국의 기업들이, 심지어 상당한 규모의 법무팀을 가동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외국 하면 우선 영미법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프랑스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며 "프랑스는 영미법이 아닌 대륙법계 나라이고, 완전히 다른 법률시스템과 문화"라고 거듭 주의를 요망했다.

프, 비정규직 없어

김 변호사에 따르면, 프랑스에선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직원은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단기로 6개월만 쓰지, 이런 식으로 접근했다간 불법이고, 소송 들어오면 100% 패소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 김 변호사는 "프랑스에 진출한 기업들이 특히 인사 · 노무와 관련해 당황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덧붙였다.

1998년 프랑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김 변호사는 시카고의 노스웨스턴 로스쿨(LLM)을 졸업하고, 미국변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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