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국립묘지에 안장된 부친, 장남 마음대로 이장 불가"
[행정] "국립묘지에 안장된 부친, 장남 마음대로 이장 불가"
  • 기사출고 2017.10.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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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다른 유족들 동의 받아야"
국립묘지에 안장된 부친을 다른 유족들의 동의 없이 장남 마음대로 이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9월 3일 장남인 이 모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된 아버지 묘의 이장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립영천호국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50690)에서 이씨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부친이 생전 선산에 묻히기를 원했다"며 2016년 4월 호국원에 이장을 신청했으나, 아버지의 생존 배우자와 다른 자녀 2명의 이장동의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한 이씨가 상고했다. 호국원은 국립묘지에서 국립묘지 외의 장소로의 이장신청이 있는 경우, 이장을 신청한 유족에게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 또는 제적등본, 이유소명서 외에 유족들의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도 호국원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유족들 사이에 이장 여부를 둘러싼 다툼이 있어 각각 상충되는 요구를 할 경우 국립묘지의 적정한 운영에 장애가 생길 수 있으므로, 유족 중 일부가 국립묘지 외의 장소로 이장하겠다는 신청을 한 경우, 국립묘지를 관리하는 행정청으로서는 망인의 배우자뿐만 아니라 국립묘지의 적정한 운영과 영예성 유지라는 입법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의 '유족들'로부터 동의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그들 모두의 동의가 없다면 이장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여기서 배우자 이외 '유족'의 범위에 관하여는, 국가유공자의 유족 또는 가족의 범위를 규정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5조 1항을 그 원칙적 판단기준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판결을 인용, "이씨 아버지의 유골이 국립영천호국원에 안장됨으로써 이에 대한 수호 및 관리권이 피고에게 이전되었고,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7조 2항 본문에 따라 유족이 원하는 경우 이씨 아버지의 유골을 국립묘지 외의 장소로 이장할 수 있는데, 원고가 다른 유족인 이씨 아버지의 배우자와 다른 자녀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원고의 이장신청을 불승인한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상속인 자신의 유체 · 유골 역시 제사용 재산에 준하여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고,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망인의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한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법(私法)상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망인의 유체 · 유골 등을 승계할 자를 정하는 법리를 선언한 것으로서 사안을 달리하고, 공법(公法)인 국립묘지법에 의하여 매장 유골의 관리 · 수호권을 취득한 국립묘지관리소장에 대한 관계에서 곧바로 원용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6 · 25전쟁 참전유공자인 이씨의 아버지는 2013년 12월 사망 후 차남의 신청으로 국립영천호국원에 안치됐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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