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국제중재' 관련, 용인시에 무슨 일이…
'용인경전철 국제중재' 관련, 용인시에 무슨 일이…
  • 기사출고 2017.09.24 08: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율촌 vs 태평양, 로펌 선정 관련, "수임료 차액 10억원 청구하라"
용인시민들이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경전철 사업비를 배상하라며 현 용인시장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이 국제중재 사건의 대리인 선정 과정에서의 잘못을 물어 김학규 전 시장 시절 정책보좌관인 박 모(여)씨에게 10억 2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1심보다 손해배상청구 인정액이 약 5억원 늘어난 것으로,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용인시는 박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피해액의 일부를 구제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19세 이상의 주민은 지자체 업무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감사를 청구할 수 있고, 주무부장관이나 시 · 도지사가 감사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60일이 지나도 감사를 끝내지 아니한 경우 등에는 해당 지자체 장에게 책임있는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 즉,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김주현 부장판사)는 9월 14일 용인시민들이 현 용인시장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의 항소심(2017누35082)에서 "용인시장은 박씨를 상대로 법무법인 선정과 관련해 선임료 차액인 10억 2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판결했다.

경전철과 관련해 국제중재 재판을 받게 된 용인시의 소송대리인 선정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항소심 판결문을 토대로 내용을 추적해본다.

재판부에 따르면, 용인시는 2007년 10월 법무법인 태평양을 용인경전철 사업의 특별고문변호사로 위촉하고, 2010년 8월 태평양과 용인경전철 사업의 법률자문 용역 약정을 체결하였으며, 두 달 후인 10월 태평양과 수임료를 시간당 보수로 지급하는 기존의 시간제 지급방식에서 총액계약 방식으로 약정을 변경했다.

용인시가 2010년 7월과 12월 2차례에 걸쳐 용인경전철의 준공보고서를 반려하자, 용인경전철사업의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주)는 2010년 1월 용인시를 상대로 수원지법에 부분준공확인자의 지위 등을 정하기 위한 가처분을 신청했고, 용인시 경량전철과에서는 가처분 사건의 대리인으로 태평양을 선임하고자 하였으나 2010년 11월 25일부터 정책보좌관으로 일을 시작한 박씨가 소송대리인 변경을 주장하여 결국 법무법인 율촌과 민 모 변호사가 가처분 사건의 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가처분 사건의 수임료는 율촌 3000만원, 민 변호사 2000만원.

그러나 가처분 사건은 2011년 2월 용인경전철이 신청을 취하해 종결되었다. 용인경전철은 그대신 용인시를 상대로 홍콩에 있는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용인시가 국제중재업무를 수행할 소송대리인을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하기로 결정, 경량전철과 소속 직원 장 모씨가 '가격: 50점, 국제중재 실적: 20점, 수행계획 20점, 면접: 10점'으로 구성된 평가기준표를 작성했으나, 박씨는 2011년 3월 8일경 경전철 프로젝트팀 사무실에서 경량전철과장 서 모씨와 직원 김 모씨 등에게 "기존에 법률자문을 맡았던 태평양은 시장의 신임을 잃었으니, 율촌과 소송수행자 선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하고, 다음날 평가기준표를 들고 온 김씨 등에게 "변호사 선임은 이미 내정된 사안인데, 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느냐, 어느 세월에 면접을 하느냐, 시장님 취지대로 율촌을 당장 선임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금요일까지 제안서를 받아 월요일에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추진하고, 평가항목과 배점은 내정된 법무법인에 맞취서 다시 작성하라"고 말하는 등 평가기준표 항목을 율촌에 유리하도록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박씨의 지시에 따라 장씨는 3월 10일 평가기준표를 '가격: 30점, 수행계획: 50점, 사업의 이해도: 20점'으로 수정한 다음, 태평양, 율촌, 법무법인 광장과 세종에 소송수행자 입찰 제안을 요청했다. 국제중재를 신청한 용인경전철의 대리인은 김앤장이 선임되었으며, 용인시가 입찰 제안을 요청한 태평양, 율촌, 광장, 세종은 모두 김앤장과 함께 국제중재 사건을 수행하는 한국의 주요 로펌들이다.

다음날인 3월 11일 소송수행에 대한 선임료로 태평양은 9억 5000만원을, 율촌은 40억원을 각각 제안한 수임제안서를 제출했다. 또 태평양의 위 수임제안서는 '용인경전철의 각 주장에 관한 구체적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있는 반면, 율촌의 수임제안서는 '국제중재의 일반적 절차 진행과 율촌의 국제분쟁팀 소개'에 그치고 있었다. 광장은 당시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s) 때문에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씨는 경량전철과 직원 김씨로부터, 수정된 평가기준표에 의하더라도 율촌의 선임료(40억원)가 너무 높아 소송수행자로 선임되기 힘들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게 되자, 김씨에게 "알았다, 내가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한 뒤, 율촌으로 하여금 선임료를 30억원으로 감액한 수정 제안서를 다시 제출하도록 했다.

박씨는 3월 14일 김씨로부터 이와 같이 수정된 평가기준표와 30억원으로 감액한 수정 제안서에 따라 재채점된 가평가서(율촌의 모든 항목에 최우수 점수를 주어 총점수를 79.5점으로 내정하고, 태평양은 위 79.5점에 미치지 못하도록 평가항목을 보통 이하로 조정하여 평가한 가평가서를 말한다)를 보고받고, 김씨에게 "다 결정된 사항이니 이대로 일을 진행하고, 빨리 율촌과 사이에 소송수행자 선임 계약을 체결하라"고 지시함으로써, 김씨로 하여금 평가위원들인 정책기획과장, 재정법무과장, 경량전철과장 및 경전철 프로젝트팀 팀장 등에게 '율촌을 선임하는 것이 시장님의 의중이다, 태평양에게 보통 이하의 점수를 주어야만 율촌이 선임될 수 있다'라는 취지로 말하도록 하고, 결국 평가위원들로 하여금 평가기준표 중 '수행계획'과 '사업의 이해도' 부분에서 율촌에 '최우수' 평가를 하고, 태평양에는 '보통' 내지 '미흡'의 평가를 하도록 함으로써 율촌이 용인시를 대리하여 국제중재 소송수행자로 선임되게 했다. 박재신 전 용인시 시의원이 2011년 8월 용인경전철조사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율촌이 태평양보다 100점 만점에 2점을 더 얻어 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이후 진행된 국제중재에서 ICC 국제중재법원은 2011년 9월 26일(1차)과 2016년 6월 11일(2차)에 "용인시의 준공반려사유는 준공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이에 용인경전철은 유효하게 실시협약을 해지하였다는 이유로 용인시는 용인경전철에게 미지급 공사비 및 기회비용 명목의 7786억 63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중재판정을 하였다. 용인시가 패소한 것이다.

주민소송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박씨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경량전철과 직원 김씨에게 용인시를 대리하여 국제중재업무를 대리할 소송대리인으로 율촌을 선임해야 하고 이는 내정된 사안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며 김씨 등으로 하여금 율촌에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기준표 항목을 수정하게 하고, 율촌으로 하여금 평가기준표에 적합하도록 선임료를 감액한 수정 제안서를 다시 제출하도록 하였으며, 평가위원들로 하여금 평가기준표에 율촌에 일방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도록 하는 등의 위법한 방법으로 율촌이 국제중재업무에서 용인시의 대리인으로 선정되도록 하였다고 보이고,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용인시로서는 태평양과 율촌의 수임료 차이만큼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된다"며 "박씨는 용인시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 관심은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수.

1심 재판부는 박씨가 용인시에 배상할 손해액을 5억 5000만원으로 제시했다. 용인시가 율촌에 착수금 15억원만 지급하고 성공보수는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15억원에서 태평양이 제시했던 선임료 9억 5000만원을 빼 배상액을 산정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용인시가 율촌에 착수금 이외의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태평양에 지급하였을 금액도 착수금 상당액이라고 할 것"이라며, 용인시가 율촌에 지급한 착수금 15억원에서 태평양이 용인시에 제안한 착수금 4억 7500만원을 뺀 10억 2500만원을 박씨가 지급할 손해배상청구액으로 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1심에서 박씨와 함께 수임료 차액 5억 5000만원에 대해 부진정 연대책임을 인정한 김 전 시장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법무법인 선정에 개입하거나 그 선정과정의 위법을 알면서도 묵인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경과실을 넘어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국가나 지자체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공무원에 대해서만 구상할 수 있어 김 전 시장의 책임이 부정된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박씨는 입찰방해 혐의로 기소되어 1, 2심에서 2015년 2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이 선고된 가운데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위민과 박영규, 현근택 변호사가 원고들을, 피고 용인시는 법무법인 태평양, 박씨는 법무법인 위드유가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