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검사 인사를 보고
판, 검사 인사를 보고
  • 기사출고 2006.02.0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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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월1일 오후.

◇김진원 기자
법조 기자실에 검찰과 법원의 고위 간부 인사 명단이 한꺼번에 뿌려졌다.

검찰 인사가 이날 나온 것은 당초 1월중으로 예정됐었으나 청와대 검증으로 여러 날 미뤄진 결과고, 대법원이 이날 열린 인사위원회 결과에 대한 보안문제 등을 이유로 예정을 앞당겨 발표하는 바람에 두 기관의 주요 인사 발표가 겹치게 된 것이다.

관심을 끌었던 인사인 만큼 화제도 무성하다.

그 중에서도 검찰 인사에 여러 뒷얘기가 이어지고 있다.

음주운전 전력이 들통나고 재산형성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는 바람에 2명의 잘 나가던 중견 검사가 검사장 승진에 탈락했다는 후문에다, '코드 인사' 시비도 빠지지 않고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인사는 천정배 장관의 국민여론 수렴 공개 천명과 청와대의 검증 등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돼 더욱 눈길을 끌었는데, 요지는 인사 기준과 절차의 강화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법무부는 검사장 승진과 관련, "기존의 복무평가 자료, 검사장들과 동기검사들의 우수자원 추천 등을 통해 축적된 객관적 자료와 감찰결과, 사건처리 분석결과를 활용하는 한편, 그 동안의 업무처리실적, 관리자로서의 지휘통솔 능력과 자질, 검찰 내외의 신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으며, 특히 검사 기수별 출신지를 적절히 안배하고, 출신고등학교, 대학교 등도 충분히 고려함으로써 다양성 확보에도 노력했다"고 보도자료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날 검찰 인사보다 2시간 가량 늦게 발표되는 바람에 언론의 주목을 덜 받았을 지 모르지만, 고위 법관 인사에도 짚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

특히 고법부장 승진은 대법관 제청과 함께 발탁으로 이뤄지는 주요 법관 인사인데다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후 인사제도를 바꿔 실시하는 첫 인사여서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의 설명을 빌면 "종래 기수와 근무평정 위주의 심사기준을 극복하고 기수와 근무평정은 물론 직무실적, 법원에 대한 기여도 등 다양한 인사요소를 폭넓게 고려한다는 인사원칙을 세웠고, 이러한 인사원칙 아래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하여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적임자를 발탁하는 새로운 인사를 시행했다"고 한다.

예고한 대로 임관성적과 근무평정 위주의 인사를 지양하고, 서열과 근평은 물론 폭넓게 인사 요소를 고려하며 적재적소의 인사를 했다는 의미라고 풀이되나, 고려할 인사요소가 넓어지면서 그만큼 인사권자의 재량은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한 고법부장 승진자는 동기들보다 서열이 좀 뒤편이지만, 이번에 고법부장으로 발탁돼 서열이 더이상 절대적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또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나 한 해 늦춰 사법연수원에 입소해 14기와 함께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른바 13.5기 11명의 경우 사시 24회의 순수 14기보다 서열이 앞이지만 4명만이 고법부장으로 승진했고, 14기 승진자 8명중 나머지 4명은 순수 14기가 채워 이점에서도 서열은 많이 후퇴하고 있다.

기수와 근평은 물론 다양한 인사요소를 폭넓게 고려한다는 인사원칙은 그동안 법관들 사이에 회자돼 오던 인사를 둘러싼 여러 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법관들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행정불패' '행정처 불패' '형사 합의부 불패'의 신화가 사실상 깨졌다고 한다.

'행정불패'란 승진 대상 사법연수원 기수의 서울행정법원 부장으로 고법부장에 승진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데서 생겨진 말이고, '행정처 불패'는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경력의 지법부장치고 고법부장이 되지 않은 경우가 없었던 그동안의 인사 패턴을 가리킨다.

또 '형사 합의부 불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장으로 고법부장이 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던 데서 붙여진 말이라고 한다.

이들 자리는 그만큼 잘 나가는 법관들이 맡는 보직으로 그동안 거의 예외없이 고법부장으로 승진했는데, 어떤 자리에 가면 고법부장으로 승진한다는 식의 이런 조어(造語)도 인사 원칙과 기준이 바뀌면서 더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인사를 놓고 '될 사람이 됐다'는 식의 공감대를 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법원의 인사제도 개편은 일단 고무적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대법원이 보도자료에서 지적한 대로 객관성과 공정성, 조직의 안정과 적임자 발탁 등은 모두 인사에서 역점을 둬야 할 요체중의 요체일 것이다.

법원의 발전을 더욱 담보하는 방향으로 인사제도가 한층 성숙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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