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5개 혐의 모두 유죄
이재용, 5개 혐의 모두 유죄
  • 기사출고 2017.09.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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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승계 관련 묵시적 청탁 인정"징역 5년 선고, 최지성, 장충기 법정구속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8월 25일 뇌물공여 · 횡령 · 재산국외도피 · 범죄수익 은닉 · 국회 위증 등 이 부회장의 다섯 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이같은 형을 선고했다.(2017고합194)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겐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의 선고를 앞두고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OBS 방송 화면캡쳐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도 이 부분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 도움 바라고 뇌물 제공"

재판부는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한 것이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바라고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승마 지원 관련 뇌물 인정 액수는 최씨 측에 제공된 77억 9735만원 가운데 72억 9427만원으로, 선수단과 마필 수송차량은 삼성 명의로 되어 있어 뇌물액에서 빠졌다. 재판부는 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금 16억 2800만원도 뇌물로 봤다. 다만 정씨의 승마와 관련해 최씨 측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213억원 중 건너가지 않은 136억원은 "앞으로 소요될 예산을 추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미르 · 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도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 금융위원회 승인 추진 등 삼성의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재용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라는 목적 아래 이루어지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의미하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 추진이 인정되고, 승마 지원과 영재센터 지원에 관하여는 승계작업에 관하여 대통령에 대한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된 이유다.

재판부는 "이재용 등 피고인들이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최순실과의 공모에 따른 정유라 개인에 대한 승마 지원 요구임을 알고 있었고, 큰 금액의 용역대금과 마필을 최순실이 지배하는 코어스포츠 또는 최순실에게 귀속시킨 점, 최순실에 대한 이익 제공이 은밀하게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대통령의 직무와 승마 지원행위 사이의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공모관계 확정적 인식"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2014. 12.경 내지 2015. 1.경 무렵에는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정권 실세의 딸인 정유라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았고, 2015. 3.경 내지 같은 해 6.경에는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사실은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 요구이며 그 배후에 최순실이 있었음을 알았으며, 2015. 7.말경 이후에는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 실질적으로 최순실에 대한 지원이고, 이는 곧 대통령에 대한 금품의 공여와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이재용 등은 2015. 3.경 내지 같은 해 6.경에는 미필적으로나마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모관계에 관하여 인식하였고, 2015. 7말경 이후에는 이 공모관계를 확정적으로 인식하였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서도, "이재용 등은 영재센터가 정상적인 비영리 · 공익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대통령의 지원 요구가 지원 대상, 규모, 방식을 매우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대통령의 직무와 지원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판단에 따라 이재용 등이 대통령과 최순실에 의한 공갈죄, 사기죄, 강요죄 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을지언정 뇌물공여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지원은 "전경련에서 '사회협력비 분담비율'에 따라 정해준 가이드라인을 따라 수동적으로 응하여 출연금 액수가 정해지고, 대통령이 여러 대기업 총수들에 대하여 재단 설립에 대한 출연을 요청함에 있어서 유독 이재용과의 관계에서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 해결에 대한 대가관계라는 것을 인식하고 출연 요청을 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대가관계를 부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모관계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최순실과 오래 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을 맺어 왔고,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정 운영에 있어서도 최순실의 관여를 수긍하고 그의 의견을 반영하는 관계에 있었던 점, 이재용과의 단독면담에서도 승마지원에 관한 특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지원이 미흡한 경우에는 이재용을 강하게 질책하고 임원 교체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였으며, 승마지원이 이루어진 후에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해 인정했다.

"경제공동체 불필요"

특히 "신분자인 공무원과 비신분자가 공모하여 공동정범인 비신분자가 뇌물을 받은 경우에, 이들에 대한 단순수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신분자인 공무원에게 뇌물이 실질적으로 귀속될 것을 필요로 한다거나, 비신분자인 공동정범이 받은 것을 신분자인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경제적 관계에 있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승마 지원의 이익이 대통령에게 귀속되지 않고 전부 최순실에게 귀속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형법 129조 1항의 단순수뢰죄에 대응하는 뇌물공여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혐의도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다. 다만 유죄로 인정된 횡령액은 삼성 소유로 판단한 마필 일부와 차량 구입 대금 등을 제외한 80억 9095만원이며, 재산국회도피 액수도 코어스포츠 명의 독일 KEB하나은행 계좌로 송금된 금액만 인정해 37억 3484만원 상당으로 줄었다.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특경가법에 따라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재판부는 형이 가장 무거운 특경가법상 횡령죄에 경합범 가중을 적용, 이 부회장에게 법정형의 최하한인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작량감경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하여 이재용으로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꾸준히 준비하던 이재용을 비롯한 삼성그룹 임원들이 우리나라 경제정책에 관해 막강하고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이 승계과정에 대한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자금의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범행에 나아간 사건"이라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한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이 관련된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더욱이 피고인들이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임원들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해선 "뇌물공여 범행에서 대통령에 대한 청탁의 대상이었던 '승계작업'의 주체이자 승계작업의 성공으로 인한 이익을 가장 많이 향유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고, 삼성그룹의 사실상 총수로서 범행에 대한 실제 가담 정도나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하고, "다만, 피고인들은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나 이를 구성하는 개별 현안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적극적, 명시적으로 청탁을 하고 뇌물을 공여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하여 뇌물을 공여한 것이고,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지배구조개편 과정이 이재용 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양형에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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