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해외펀드 첫 형사처벌
'주가조작' 해외펀드 첫 형사처벌
  • 기사출고 2006.02.01 17: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헤르메스 前펀드매니저 체포영장, 법인엔 벌금
(서울=연합뉴스) 검찰이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에 의해 고발된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와 전 펀드매니저를 형사처벌해 금융계 등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해외펀드의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해 형사처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한국 시장을 노린 해외 투기 자본의 움직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31일 "영국계 투자법인 헤르메스의 전 펀드매니저 로버트 클레멘스씨가 언론 인터뷰를 이용해 삼성물산 주가를 띄우고 보유 주식을 팔아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가 인정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 중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증권거래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클레멘스씨를 고용한 헤르메스 펀드를 벌금 73억원에 약식기소키로 했다.

양벌규정이란 법인대표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등이 법인 ㆍ 개인의 업무에 관해 위법행위를 했을 때 행위자 처벌과 별도로 그 법인이나 개인도 처벌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증선위는 고발장에서 헤르메스가 주가조작으로 292억원을 거둬들였다고 밝혔으나, 검찰은 순수한 부당이득으로 산출된 83억여원 가운데 수수료 등을 제외한 73억원을 벌금으로 부과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은 "헤르메스 경영진이 클레멘스씨와 주가조작을 공모한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 클레멘스씨 개인의 범행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밖에 클레멘스씨와 국내 일간의 인터뷰를 주선한 대우증권 김모(34)대리는 주가조작에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클레멘스씨가 증선위 고발 직후 해고돼 이스라엘로 출국,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두 차례에 걸친 e-메일 조사를 거쳐 이달 중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클레멘스씨는 헤르메스 법인의 주식 외에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8300주도 함께 매각해 3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물산 주식의 5%(약 777만주)를 보유한 헤르메스가 2004년11월 언론 보도를 활용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모두 매각해 292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로 헤르메스 펀드와 클레멘스씨, 김씨를 각각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했다.

헤르메스의 리처드 버네이스 회장과 토니 왓슨 CEO 등 경영진 4명은 지난달 2일 검찰 조사에서 "헤르메스 펀드는 투기 자본이 아니라 건실한 장기 투자 자본이다"며 주가조작설을 부인했다.

헤르메스는 영국의 우체국 및 전화국 직원의 적립 퇴직 연금 등을 운용하는 펀드로 총 운영자산이 91조2000억원에 달하며 한국 시장에만 4982억원을 투자하는 굴지의 투자펀드다.

조성현 기자[eyebrow76@yna.co.kr] 2006/01/31 11:41:07

Copyright 연합뉴스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