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비보호 좌회전하다가 과속 직진 차량과 충돌…직진 차량도 40% 잘못"
[교통] "비보호 좌회전하다가 과속 직진 차량과 충돌…직진 차량도 40% 잘못"
  • 기사출고 2017.08.26 15: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제한속도 60km 도로를 106~110km로 통과"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하다가 직진해오는 차량과 충돌한 경우 비보호 좌회전 차량에게 6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지난 6월 유사한 사건에서 비보호 좌회전 차량에 100%의 책임을 인정했으나, 이번에는 직진 차량이 과속한 점을 인정, 비보호 좌회전 차량의 책임을 낮춘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판사는 6월 29일 비보호 좌회전 차량의 보험사인 롯데손해보험이 직진 차량의 보험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2016가단5234596, 5234602)에서 비보호 좌회전 차량의 책임을 60% 인정, "롯데손해보험은 삼성화재에 삼성화재가 지급한 보험금의 60% 상당액인 2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삼성화재는 롯데손해보험에 롯데손해보험이 지급한 보험금의 40% 상당인 65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김 모씨는 2016년 1월 11일 오전 9시 40분쯤 박 모씨 소유의 EF쏘나타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강대 정문 앞 교차로에서 직진차량 녹색신호에 비보호 좌회전을 하던 중 맞은 편에서 직진해오는 이 모씨가 운전하던 벤츠 E350 승용차의 앞부분과 충돌했다. 이에 자기차량 보험금으로 65만원을 지급한 롯데손해보험이 이씨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직진하다가 사고가 났다며 삼성화재를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며, 벤츠 수리비로 4856만원을 지급한 삼성화재도 김씨가 몬 차량의 보험사인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구상금을 요구하는 반소를 냈다.

이씨는 사고 당시 시속 106∼110km로 과속을 한 과실로 김씨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되었는데,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취하하여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됐다. 김씨는 사고 당시 도로교통법 48조의 안전의무를 위반한 사실로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았다.

허 판사는 "비보호 좌회전이 허용되는 교차로에서 직진 신호에 좌회전을 하는 것이 신호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좌회전 차량 운전자로서는 다른 차량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좌회전을 할 의무가 있으므로, 통상적인 경우 직진 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에게 비보호 좌회전 차량을 회피하기 위해 교차로 진입 전 일시정지를 하거나 서행해야 할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나, 이 교통사고는 원고 차량 운전자의 일방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고 차량 운전자의 과속으로 진행한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고, 피고 차량의 과실이 사고의 발생과 손해 확대에 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

허 판사는 "원고 차량은 교차로에 이르러 교차로 진입 전에 1차로에서 속도를 줄인 채 대기하고 있다가 비보호 좌회전을 시작하였으나, 피고 차량이 교차로까지 진행해 온 도로는 편도 3차로의 직선도로이고 당시 날씨가 맑고 다른 시야장애 요소도 없는 상태였으므로, 피고 차량 운전자가 진행방향 전방의 상황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원고 차량이 비호보좌회전을 시도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을 충분히 미리 발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피고 차량은 과속으로 진행하던 중, 좌회전을 하는 원고 차량을 피해 우측으로 약간 방향을 바꾸다가 그대로 원고 차량과 충돌하였는데, 주변 도로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차량은 교통사고 발생 직전까지 전방주시를 게을리 한 채 진행하였거나, 아니면 원고 차량 운전자가 고속으로 진행해 오는 피고 차량을 보고 좌회전을 단념하리라고 막연히 기대하여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교차로를 통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허 판사는 또 "피고 차량은 제한속도 60km인 직선도로를 약 106~110km로 진행하다가 교차로에 진입하였는바, 만약 위와 같은 정도로 과속을 하지 않았다면 설령 원고 차량이 좌회전을 끝내고 피고 차량의 교차로 상 예상 진행경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못했더라도 피고 차량이 제동을 하여 충돌을 피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했다.

허 판사는 "비보호 좌회전 차량은 다른 차량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좌회전을 할 의무가 있으므로 직진차량 운전자가 전방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차량을 미리 발견한 경우에도 반드시 속도를 줄여 서행하거나 제동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 차량 운전자가 과속을 한 정도가 심하고 전방주시를 태만히 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한 점,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해 차량 수리비로 다액이 소요되고 원고 차량 운전자가 부상을 당하는 피해가 발생하였는데, 위와 같은 사정이 피해 확대에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는 점, ▲원고 차량 운전자와 달리 피고 차량 운전자가 형사처벌까지 받았다면 피고 차량 운전자의 잘못은 과실상계 사유인 약한 부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의무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이 있는바,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 차량의 잘못은 일반적인 직진차량의 경우와는 달리 상당한 비율의 과실로 평가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며 원고 차량과 피고 차량의 과실비율을 60%, 40%로 판단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