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욕설 취객 자동차전용도로에 하차시켜 숨지게 한 택시기사…유기치사 유죄"
[형사] "욕설 취객 자동차전용도로에 하차시켜 숨지게 한 택시기사…유기치사 유죄"
  • 기사출고 2017.08.2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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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승객 친 후행 차량 운전자는 무죄
광주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8월 18일 술에 취해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승객을 자동차전용도로에 하차시켜 후행 차량에 치여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기소된 택시기사 정 모(23)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2017고합146) 승객을 친 후행 차량 운전자 김 모(22)씨에게는 과실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는 2017년 1월 14일 오후 10시 30분쯤 광주 서구에 있는 호텔 앞 도로에서 술에 취한 A(27)씨를 K5 택시에 승차시켜 목적지인 광주 광산구에 있는 고등학교로 가기 위해 자동차전용도로인 빛고을대로를 진행하던 중 A씨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 하면서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승차 후 7분 후인 10시 37분쯤 광주 북구에 있는 아파트 공사현장 부근 빛고을대로에 하차시키고, 하차한 A씨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방치했다. 약 28분간 방향감을 잃고 입구를 찾아 헤매던 A씨는 오후 11시 5분쯤 김씨가 운전하던 인피니티 승용차에 들이받혀 허리가 절단되어 사망했다. 이로써 정씨는 유기치사 혐의로, 김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 "당시 술에 취한 피해자를 손님으로 태운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 줄 계약상 주의의무가 있고, 그곳은 자동차전용도로로 자동차만이 통행하는 곳으로 사람의 통행이 불가능하며 도로구조상 걸어서는 쉽게 그 밖으로 나갈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는 심야시간대이어서 시야가 매우 불량한 관계로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으며, 위와 같은 장소와 상황에 승객을 하차시킬 경우 진행하는 다른 자동차에 의하여 사고를 당하거나 여타 다른 위해요소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과 특히 술에 취한 승객의 경우 사고와 행동이 정상적이지 못하여 보호자의 부조가 필요한 상황임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시,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에 대해서는, "사고 발생 도로는 왕복 6차선의 자동차전용도로이고 시속 80km가 제한속도인 구간인바, 피고인에게 이 도로에서 술에 취하여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것까지 예견하여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대비하면서 운전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무단횡단을 미리 예상할 수 있어서 그에 따라 즉시 감속하거나 급제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면 보행자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사고 당시 제한속도인 80km를 상당한 정도 초과하여 과속한 사실은 인정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자동차전용도로 운전자로서의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가사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과실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의 도로 사정 및 정황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충돌 직전에 발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피고인이 사고 당시 전방 및 좌우주시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 등도 보이지 아니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운전자로서는 일반적인 경우에 자동차전용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것까지 예견하여 보행자와의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급정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운전할 주의의무가 없고, 다만 자동차전용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충격하여 사고를 발생시킨 경우라도 운전자가 상당한 거리에서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고, 그에 따라 즉시 감속하거나 급제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면 보행자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자동차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과속으로 진행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잘못과 교통사고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사고 당시 제한속도인 80km보다 약 24∼55㎞ 과속하여 운전하고 있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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