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삼성 반도체 하청업체 근무 중 유방암 발병…산재"
[노동] "삼성 반도체 하청업체 근무 중 유방암 발병…산재"
  • 기사출고 2017.08.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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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밀폐 작업 공간에서 유해화학물질 노출"백혈병 이어 유방암도 삼성 반도체 관련 산재 인정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근로자가 산재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하청업체 근로자의 유방암 발병을 산재로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근무와 유방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심홍걸 판사는 8월 10일 유방암에 걸린 삼성전자 반도체 하청업체 근로자 김 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5구단56048)에서 업무상 재해라고 판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006년 9월 삼성전자 반도체 하청업체에 입사하여 생산팀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07년 6월경부터 리볼링 공정 반장으로 승진하여 근무하던 김씨는 56세 때인 2011년 11월 오른쪽 유방암 진단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김씨는 창문을 열 수 없는 밀폐된 작업 공간에서 적절한 개인보호장비를 갖추지 못한 채 각종 공정의 플럭스, BCFC 141B 등을 이용하여 작업을 하면서 국소배기장치 등 환기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인쇄회로기판 타는 냄새, 전깃줄 타는 듯한 냄새 등을 그대로 흡입하거나 맨손으로 직접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했다. 김씨는 상병 발병 전 흡연이나 음주를 한 적이 없고, 김씨의 가족 중에 상병과 관련된 병증을 보인 사람도 없다.

심 판사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에게 책임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정에 관하여는 증명책임에 있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상병의 발병 경로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다소 비정상적인 작업환경을 갖춘 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산화에틸렌 등 발암물질을 포함한 각종 유해화학물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야간 · 연장 · 휴일근무를 함으로써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심 판사는 "원고는 리볼링 공정 중 드레싱, 솔더볼 어태치, 솔더링 작업과 스태킹 공정 중 솔더링 작업을 하면서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는 산화에틸렌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비록 작업환경노출 허용기준에는 미달하는 수준이기는 하나, 적어도 22종의 화학물질에 노출되었으며, 특히 그 중 스토다드 솔벤트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고, 니트로메탄, 납, 스티렌, 염화메틸렌(디클로로메탄, 메틸렌클로라이드)은 암을 일으킬 것으로 의심되는 물질"이라며 "원고가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수준이 낮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면, 그 유해성과 상병과의 관련성을 쉽게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심 판사는 이어 "원고는 5년 2개월의 근무기간 내내 비정상적인 근무환경에서 야간 · 연장 · 휴일근무를 함으로써 상당기간에 걸쳐 피로가 누적되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비록 원고의 근무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아 상병의 직접적인 발병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면역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다른 요인들과 결합하여 복합적으로 상병을 발병하거나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심 판사에 따르면, 김씨 외에도 이 회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여성근로자 중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3명 더 있다.

임자운, 박애란 변호사가 김씨를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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