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식이장애 조현병 환자 카스테라 먹다가 질식사…병원 책임 40%"
[손배] "식이장애 조현병 환자 카스테라 먹다가 질식사…병원 책임 40%"
  • 기사출고 2017.08.1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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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음식물 섭취 직접 관찰 · 감독했어야"
식이장애를 가진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가 병원에서 간식으로 제공한 빵을 먹다가 질식해 사망했다. 법원은 병원 측에 40%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이원 부장판사)는 7월 25일 은평병원에서 빵을 먹다가 사망한 조현병 환자 유 모(당시 56세)씨의 형제자매 5명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은평병원을 운영하는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2017가합532343)에서 은평병원의 책임을 40% 인정, "서울시는 원고들에게 1억 6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79년 5월 육군에 입대하여 1980년 5월 하사로 임관한 유씨는 군 복무 중 분대원들의 구타로 조현병이 발병해 1981년 3월 의병전역한 후 1994년 6월부터 여러 병원을 옮겨다니며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장기간의 입원치료에도 불구하고 망상, 환청 등과 더불어 스스로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가 계속되자 2014년 3월 4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종합병원인 은평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후 닷새가 지난 3월 9일 병원 의료진이 간식으로 나누어준 카스테라 빵을 먹다가 빵이 목에 걸려 컥컥대는 유씨를 발견한 간호사가 응급처치를 취했으나, 3일 뒤 질식에 따른 심폐정지 등으로 유씨가 사망하자, 유족들이 소송을 냈다. 유씨가 기존에 입원치료를 받은 국립서울병원의 2013년 9월 6일자 의무기록에 의하면 유씨가 고형식 식사를 그냥 삼키는 모습이 관찰되었다고 기재되어 있고, 이 병원의 2013년 10월 1일자 심리검사결과보고서에 의하면 유씨가 식사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급하게 식사를 하는 등 스스로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치아의 소실로 인하여 식사 시 보호자에 의한 밀착된 보호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도 기재되어 있다. 또 유씨는 국립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을 당시에도 음식물을 섭취하다가 기도가 폐색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 질식사고의 경우와 같이 급하게 섭취한 음식물로 인하여 기도가 폐색되는 경우, 환자가 3∼4분 내에 의식을 잃게 되고 4∼6분이 지나면 산소 결핍증이 동반되며 그로 인해 뇌 또는 심장에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하는 등 상당히 중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고, 유씨가 입원하고 있던 병원은 일반 병원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종합병원으로 평소 유씨를 관찰 · 감독할 수 있는 보호자가 병원 내에 따로 상주하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이와 같은 중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기적인 식사시간뿐만 아니라 그 밖에 유씨가 간식 등의 음식물을 섭취할 때에도 항상 유씨를 면밀하게 직접 관찰 · 감독하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병원 의료진은 유씨가 조현병과 더불어 식사속도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등의 식이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씨에게 카스테라 빵을 간식으로 제공한 후 이를 섭취하는 것을 제대로 관찰 · 감독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하여 질식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유씨는 질식에 따른 심폐정지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유씨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유씨의 사망에 따라 유씨와 원고들이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비록 식이장애가 있었다고는 하나, 유씨 스스로의 행동에 의해 질식사고가 발생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서울시에게 유씨의 월 소득을 2,429,000원으로 보아 산정한 유씨의 일실수입에 책임제한 비율을 곱하고, 여기에 위자료 1억 3000만원을 더한 1억 6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유씨는 2010년 1월 인천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내 1심을 거쳐 서울고법에서 2014년 1월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유씨 사망 이후인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인천보훈지청은 유씨의 상이등급을 1급 1항으로 판정한 후, 관련 법령에 따라 유씨의 사망 당시까지 생활을 같이 하고 있던 원고 중 1명에게 사망일시금 1,504,000원을,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한 2010년 1월분부터 유씨가 사망한 2014년 3월분까지의 보상금 253,563,000원을 지급했다. 유씨가 사망했을 당시 구 국가유공자법 시행령(2014. 4. 28. 대통령령 제25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별표 4호 1항에 의하면 유씨와 같이 상이등급 1급 1항 판정을 받은 공상군경에 대한 보상금 지급액은 월 2,429,000원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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