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건축조합 인계전 지출 확정 14억 3000만원인데 회계감사 안 받아…조합장에 벌금 80만원
[형사] 재건축조합 인계전 지출 확정 14억 3000만원인데 회계감사 안 받아…조합장에 벌금 80만원
  • 기사출고 2017.06.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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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시공사 선정 전이라도 용역채무 성립"
대구지법 하종민 판사는 6월 15일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서 재건축조합으로 인계되기 전까지 지출이 확정된 금액이 14억 3000여만원에 달하는데도, 조합으로 인계되기 전 7일 이내에 외부감사의 회계감사를 받지 않은 혐의(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로 기소된 재건축조합장 A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2017고단1887)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서 조합으로 인계되기 전까지 납부 또는 지출된 금액과 계약 등을 통해 지출될 것이 확정된 금액의 합이 3억 5000만원 이상인 경우 조합으로 인계되기 전 7일 이내에 외부감사의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A씨는 2007년경부터 대구 동구 일대에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추진하던 B 뉴타운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을 맡아오다가 이후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까지 이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을 맡고 있다. A씨는 그러나 2007년 11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이후 2013년 7월 재건축조합으로 인계되기 전까지 지출 또는 지출이 확정된 금액의 합이 14억 3000여만원인데도 조합으로 인계되기 전 7일 이내에 외부감사의 회계감사를 받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추진위원회와 4개의 용역업체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은 '시공사 선정'이라는 조건이 성취된 경우에만 그 효력을 발생하는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여서 이 계약에서 정해진 용역대금을 도시정비법 76조 1항 등에서 정한 '계약 등을 통해 지출될 것이 확정된 금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용역계약에서 추진위원회의 용역대금 지급채무의 성립을 전제로 그 지급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점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업체의 용역업무는 재건축조합의 시공사 선정 여부와 무관하여 개시되고, 추진위원회에서 재건축조합으로 인계될 무렵 이미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업무의 상당 부분이 완료된 것으로 보이는 점 ▲용역계약의 용역업체들이 시공사 선정이라는 불확실한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용역계약 체결을 강행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고, 계약 내용에 '시공사가 선정되지 않을 경우 계약이 효력이 상실된다'는 취지의 내용을 어렵지 않게 편입시킬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용역계약의 내용대로 용역계약의 체결 시에 이미 추진위원회의 용역대금지급채무는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도시정비법 76조 1항과 같은법 시행령 68조 1항 1호에서 일정 액수 이상의 돈이 지출되거나 지출될 것이 확정된 추진위원회에 외부 감사인의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정한 취지는 추진위원회의 법률행위 효과가 재건축조합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재건축조합 설립 전 추진위원회의 재정 운영에 관한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인데,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계약상 대금지급의무의 이행기가 언제인지에 따라 회계감사 여부가 결정된다면 계약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이 조항을 잠탈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의무가 성립하였다면 그 이행기가 도래되지 않은 채무액도 도시정비법 76조 1항과 같은 법 시행령 68조 1항 1호에서 정한 '계약 등을 통해 지출될 것이 확정된 금액'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용역계약 대금도 계약 체결 당시 이미 성립된 추진위원회의 채무이어서 그 이행기 도래 여부와 무관하게 도시정비법 76조 1항과 같은법 시행령 68조 1항 1호에서 정한 '계약 등을 통해 지출될 것이 확정된 금액'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추진위원회는 도시정비법 76조 1항 1호와 같은법 시행령 68조 1항 1호에 따라 조합으로 인계되기 전 7일 이내에 외부 감사인의 회계감사를 받아야 함에도, 대표자인 피고인이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판시하고, "피고인은 추진위원회의 대표로서 용역계약의 체결 사실과 그 내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도시정비법 제76조 제1항 제1호에서 요구하고 있는 회계감사를 받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인의 범행에 대해 범의는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설령 피고인이 도시정비법 76조 1항 제1호에 따른 작위의무 발생 여부 자체에 대해서는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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