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ME에서 SH로 옮기는 최홍빈 영국변호사
DSME에서 SH로 옮기는 최홍빈 영국변호사
  • 기사출고 2017.06.1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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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법 수요 많아…후배들 많이 도전했으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외국변호사들은 대부분이 미국변호사들로, 같은 영미법계이지만 영국변호사는 매우 적은 편이다. 로펌도 그렇고 기업체서 활동하는 변호사들도 영국변호사는 수요에 비해 희소가치가 매우 높은 편이다.

◇최홍빈 변호사
대우조선해양 국제법무부의 최홍빈 영국변호사는 이런 점에서 상당히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모두 11명의 국내외 변호사가 포진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법무실에서도 영국변호사는 그가 유일하다. 변호사 경력 14년째인 그는 특히 경영정상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국제법무 파트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주인공으로, 해상법 등 영국법을 공부한 것이 회사 업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6월부터 영국계 로펌인 스티븐슨 하우드(Stephenson Harwood)로 옮겨 서울사무소에서 활동할 예정인 그를 만나보았다.

영국 법대 선택한 이유는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미 로스쿨로 유학을 떠나 미국변호사 자격을 따 미국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로스쿨이 아니라 영국 법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을 마치고 삼성물산에 입사해 처음 1년 반은 석유화학제품의 무역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나머지 3년 반을 법무팀에서 근무했는데, 이때 주로 국제무역, 신용장, 선하증권, 용선계약, 금융계약 관련 일을 많이 했다. 매매, 운송, 보험, 금융 등 대부분의 업무가 영국법이 발달한 분야여서 자연스럽게 영국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영국 법대를 유학 행선지로 정했다."

한양대 법대와 같은 대학원(민사법 석사)을 졸업한 최 변호사는 삼성물산 법무팀에서 근무하던 1998년 영국 브리스톨대 법학과로 유학을 떠났다.

-영국은 변호사가 되는 과정이 미국과 매우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변호사 자격을 따는 데 미국이 더 빠르다는 얘기도 있는데.

"미국의 뉴욕주 등은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외국 학생의 경우 로스쿨의 LLM 과정 1년만 다니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변호사 자격을 딸 수 있다. 이에 비해 영국은 별도의 변호사시험이 없고, 외국에서 법학을 공부한 사람도 변호사가 되려면 법대 3년 또는 단기 대체과정과 법무직무과정(LPC) 1년, 수습변호사(trainee) 2년 등 총 6년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특히 수습변호사 자리를 얻지 못하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어 수습변호사 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데, 그 대신 실무수습 이후 수습변호사 과정이 사실상 변호사 실무를 익히는 시간이어 무엇을 하든 나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trainee 경쟁 치열

또 영국 법대가 미 로스쿨보다 학비가 당시만 해도 4분의 1 수준으로 저렴했고, 법대 2학년 때 로펌으로부터 수습변호사 내정을 받아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을 받으면서 공부했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을 텐데, 이런 것을 떠나 회사 법무팀에서 영국법에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영국법에 대한 수요를 많이 느꼈고,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영국변호사에 더 관심이 갔다고 말하고 싶다."

◇최홍빈 변호사는…
2001년 브리스톨대 법학과를 졸업한 최 변호사는 Richards Burtler 수습변호사를 거쳐 나중에 Richards Burtler와 합친 Reed Smith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어 삼성전자 해외법무팀을 거쳐 대우조선해양 법무실에서 약 7년간 활약했다.

-영국변호사나 미국변호사나 하는 일이 비슷할 것 같은데, 업무수행에 있어서 차이가 있나.

"국제법에 관한 자문은 영국변호사나 미국변호사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준거법이 영국법인지 뉴욕법인지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차이가 없지 않을 것이다. 내 경험에 비춰 보아도 조선과 해상, 보험, 분쟁발생 시의 LMAA(런던해사중재인협회), LCIA 중재 등 대우조선해양에서 다룬 업무는 약 95%가 준거법이 영국법이었다. 반면 삼성전자 근무시절엔 영국법이 준거법인 사안이 훨씬 적었다. 산업에 따라 영미법에 대한 수요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사법적극주의와 거리 멀어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영국은 입법을 담당하는 의회와 법을 해석, 적용하는 사법부의 역할이 엄격하게 나뉘어 있다. 사법적극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한 법대 교수가 '영국 계약법은 안 바뀐다, 나중에 네 아들이 공부하러 와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만큼 법이나 판례가 예측가능성이 있다. 물론 새로운 입법 등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행위 분야 등은 좀 사정이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에선 주로 어떤 일을 수행했나.

"우선 최근 1~2년 사이의 경영정상화와 관련된 업무를 빼놓을 수 없다. 외부엔 채권단과의 협상, 대주주의 지원 등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법무팀 입장에선 이들 업무가 다 법적으로 따져보아야 할 자문수요가 상당한 중요한 업무들이다. 예컨대 대주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은 분명 호재라고 할 수 있는데, 투기적으로 선박건조를 의뢰한 발주자 중엔 이를 트집 잡아 계약위반이라고 공격해오는 사람이 없지 않다. 건조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금액 조정 등을 요구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는데 법무팀에선 이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해두어야 한다.

◇최홍빈 변호사
이 외에 조선사의 사내변호사로서 상선 건조계약과 해양시추설비(offshore) EPC 계약의 협상과 자문, 분쟁발생에 대비한 자문과 중재 수행 등 수많은 업무를 경험한 것이 나에게는 커다한 행운이었다.

선박과 해양구조물에 관한 한 일반 상선과 유조선은 물론 쇄빙 LNG선, 시추선, 생산정 등 거의 모든 유형의 신조계약 및 해양 EPC 계약에 관여했다. 턴키 계약의 검토와 협상, 자문을 담당했고, 이행지체와 추가비용 등에 관련된 수많은 분쟁과 중재를 수행했다. 처음 3년은 수주 관련 계약검토와 협상, 나머지 4년은 분쟁해결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했다."

상선, 시추선 등 다양한 선종 관여

-시기적으로 보면, 2010년 호황기에 대우조선해양에 합류해 이후 경기 악화로 경영이 어려워지는 시기에 많은 업무를 수행한 것 같다.

"그런 측면이 있다. 2010년으로 돌아가 보면 상선은 이미 건조가 충분히 되어 전 세계 바다에서 운항 중인 상황이었고, 그러다 보니 발주자들이 해양시추설비로 눈을 많이 돌렸다. 그러나 그 후 해운 및 조선업계에 불황이 드리워지며 법무 쪽에선 오히려 분쟁발생 등 자문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큰데, 이제 다시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기가 회복되려는 시기에 로펌으로 옮기게 되어 한편에선 마음이 홀가분하고 부담이 덜하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영국변호사 중 한 사람인 최 변호사는 후배들 중에서 더 많은 영국변호사가 나오길 희망했다. 해상, 보험, 매매, 중재 등 국제거래와 분쟁해결 분야에서 사용되는 영국법 볼륨이 상당한데 영국법을 아는 영국변호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한국기업 등을 상대로 자문하는 영국 로펌의 한국계 변호사에 대한 수요도 상당하다는 게 그의 의견. 최 변호사는 "한국의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면서 영국 로펌들이 한국말이 되는 영국변호사를 많이 찾고 있다"며 "법대 졸업 후 따내야 하는 수습변호사 계약도 열심히 하면 다 해결되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영국변호사 등 다양한 나라에서 한국계 변호사가 배출되어 활동하는 것이 본인은 물론 기업,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거라고 생각해요. 미국 로스쿨, 미국변호사만 고집할 게 아니죠. 후배들이 많이 도전하길 바랍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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