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철로 쪽 승강문 열고 내리다 열차에 치여 사망…철도공사 책임 30%"
[손배] "철로 쪽 승강문 열고 내리다 열차에 치여 사망…철도공사 책임 30%"
  • 기사출고 2017.06.0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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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경고문구, 안내방송만으론 부족"
기차 승객이 실수로 플랫폼 반대 방향의 철로쪽 승강문을 열고 내리다가 다른 기차에 치여 사망한 경우 철도공사에 30%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철도공사의 책임을 인정하되 승객의 과실을 들어 책임을 30%로 제한한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신상렬 판사는 5월 30일 기차에 치여 사망한 A(사고 당시 56세 · 여)씨의 아들 2명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6가단5204076)에서 철도공사의 책임을 30% 인정, "철도공사는 3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2월 8일 서대전역에서 여수엑스포행 무궁화호 열차의 서대전 출발 함열역 도착 승차권을 구매하고 가장 맨 끝에 위치한 1호차에 탑승했다. 기차가 오후 9시 10분쯤 목적지인 함열역에 도착하자 A씨는 하차할 플랫폼 방향을 착각해 플랫폼의 반대방향인 철로쪽인 우측 승강문의 개별제어용 핸들을 잡아당겨 문을 열고 내리다가 인접선로를 진행하던 상행선 KTX 열차에 충돌해 사망했다. 사고 당시 1호차 객실을 기준으로 뒷쪽 자동문을 지나면 좌측에 승강문이 있고, 앞쪽 자동문을 지나면 좌측에 화장실과 우측에 A씨가 하차한 승강문이 있으며, 이를 통과하면 객실 연결부분이 있고 이를 지나면 2호차 객실과 연결된 좌 · 우측에 각 승강문이 있다. 그러나 당시 1호차 뒤쪽에 위치한 승강문이 작동하지 않아 하차를 위해서는 1호차와 2호차에 연결된 객실연결부분을 지나 2호차 좌측 승강문을 이용하여야만 하였다. A씨가 하차한 승강문을 비롯한 열차 내 승강문에는 '이 문은 자동으로 열립니다. 운행 중에 기대거나 주변기기를 만지지 마십시오'라는 경고문구가 부착되어 있고, 열차승무원은 여객들에게 승강문을 임의로 취급하면 위험하다는 취지의 안내방송을 했다.

신 판사는 "피고는 여객운송인으로 상법 148조 1항에 따라 자기 또는 사용인이 운송에 관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는 이상, 여객인 A씨의 운송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여객운송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거나 면책되었다는 철도공사의 주장에 대해, "A씨가 하차한 승강문을 비롯한 열차 내 승강문의 개폐와 관련하여 피고가 경고문구를 게시하거나 안내방송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여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 피고의 입장에서는 여객의 안전에 관하여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정도만으로 그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적어도 승강문에 '정차 중이라도 비상시 등이 아니면 승강문을 조작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성 문구를 게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여객승무원을 통하여 방송과 구두로 그러한 취지를 여객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여야만 자신의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자신의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판사는 다만 "열차가 A씨의 목적지인 함열역에 도착할 무렵 피고가 내리는 문이 왼쪽이라는 방송을 하였음에도 A씨는 이를 주의 깊게 듣지 아니한 채 닫혀 있던 승강문을 임의로 수동으로 조작하였고 나아가 그 승강문을 열었다고 하더라도 (물론 그 시간이 야간임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그 앞에 보이는 것은 플랫폼이 아닌 철로로서 자신이 반대쪽 문을 열었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그대로 하차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A씨의 과실은 면책에 이를 정도는 아니지만 사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라며 철도공사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법무법인 동인이 원고들을, 한국철도공사는 유식 변호사가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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