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계획적으로 성년 신분증 사용한 청소년에 주류 제공했어도 과징금 처분 위법"
[행정] "계획적으로 성년 신분증 사용한 청소년에 주류 제공했어도 과징금 처분 위법"
  • 기사출고 2017.04.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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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의무해태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 있어"
계획적으로 성년 신분증을 사용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한 유흥주점 업주에게 영업정지 7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태규 부장판사)는 3월 30일 김 모씨가 "영업정지 7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울산 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6구합6522)에서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청소년인 A, B는 2014년 10월 11일 오전 6시 20분쯤 성년인 일행 2명과 함께 김씨가 운영하는 울산 남구에 있는 유흥주점에 들어왔다. 유흥주점 종업원인 C는 A, B로부터 신분증을 제시받아 이를 확인했고, 특히 B의 신분증을 확인함에 있어서는 다른 일행들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당시 A, B는 유흥주점에 가기 전에 다른 음식점에서도 술을 주문하여 마셨을 뿐 아니라, 유흥주점에 들어간 후에 C가 이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려고 하자 B는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갔고, A는 C로부터 신분증을 확인받자마자 이를 들고 화장실로 따라들어가 B에게 신분증을 건넸으며, 이후 B가 화장실에서 나와 A로부터 건네받은 신분증을 C에게 제시했다.

울산 남구청은 김씨의 종업원인 C가 업소 내에서 A, B 등 청소년 2명에게 주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2015년 1월 김씨에 대하여 식품위생법 75조 등에 따라 영업정지 2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김씨가 행정심판을 청구, 영업정지 7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감경되었으나, 김씨는 이것도 억울하다며 소송을 냈다. 한편 C가 청소년들에게 주류를 제공한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김씨는 정식재판을 청구, 2016년 2월 C가 A, B에게 청소년임을 알면서 주류를 판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 검사가 항소했으나 2016년 7월 항소가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행정질서벌은 행정질서유지를 위한 의무의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과하는 제재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원칙적으로 위반자의 고의 · 과실을 요하지 아니하나, 위반자가 그 의무를 알지 못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어 그것을 정당시할 수 있는 사정이 있을 때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을 그 당사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는 사정이 있을 때 등 그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평소 C를 비롯한 업소의 직원들에게 미성년자에 대한 신분증 확인을 철저히 하도록 교육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C는 원고의 교육에 따라 A, B에 대하여도 신분증 검사를 실시하였으나, 이 청소년들이 계획적으로 성년의 신분증을 사용한 탓에 C로서는 이들이 청소년인 사실을 알 수 없어서 성인인 것으로 믿고 주류를 판매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청소년들에게 주류를 제공하게 된 데에는 그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영업정지 7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처분은 그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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