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경품 응모권에 1mm 고지' 홈플러스 유죄
[형사] '경품 응모권에 1mm 고지' 홈플러스 유죄
  • 기사출고 2017.04.10 07: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 취득 · 동의"
경품행사를 통해 입수한 개인정보 600만건을 119억원을 받고 라이나생명과 신한생명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와 임직원 등에게 1, 2심 법원은 무죄 판결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이 하급심을 뒤집고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4월 7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와 도성환(61) 전 대표이사 등 홈플러스의 전 · 현직 임직원과 생보사 관계자 등 8명에 대한 상고심(2016도13263)에서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모두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특히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수집 및 제3자 제공에 관한 내용을 경품행사 응모권에 약 1㎜의 읽기 어려운 작은 크기로 기재했음에도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어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다. 대법원은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동의를 받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경품행사를 위하여 사용된 응모권에 기재된 동의 관련 사항은 약 1mm 크기의 글씨로 기재되어 있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아 그 내용을 읽기가 쉽지 않고, 여기에 더하여 광고를 통하여 단순 사은행사로 오인하고 경품행사에 응모하게 된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응모권을 작성하거나 응모화면에 입력을 하면서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조치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에는 각각의 동의 사항을 구분하여 정보주체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피고인들이 경품행사 광고 및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숨긴 채 사은행사를 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한 다음 경품행사와는 무관한 고객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하여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점, 피고인들이 이와 같은 행위를 하면서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개인정보 보호 원칙 및 제반 의무를 위반한 점, 피고인들이 수집한 개인정보에는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정보나 심지어는 고유식별정보 등도 포함되어 있는 점 및 피고인들이 수집한 개인정보의 규모 및 이를 제3자에게 판매함으로써 얻은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개인정보 보호법 72조 2호에 규정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72조 2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또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 약 443만건을 라이나생명과 신한생명에게 제공한 혐의로도 기소된 홈플러스 직원 3명과 그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라이나생명 또는 신한생명 직원 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판결했다.

1, 2심 법원은 "이른바 퍼미션 콜 업무나 그에 부수하여 퍼미션 콜 대상자를 선별하는 업무인 사전필터링은 홈플러스의 업무이고, 사전필터링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퍼미션 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홈플러스에 귀속되었을 뿐 사전필터링을 통해 라이나생명과 신한생명이 유의미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에 위 보험회사들이 단순히 사전필터링을 해주기 위한 용도로 이전받은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그 목적 범위 내에서 기계적으로 필터링 한 후 위 데이터베이스를 자신들의 시스템에서 삭제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전필터링에 있어 라이나생명과 신한생명은 홈플러스를 위하여 홈플러스의 퍼미션 콜 업무 일부를 수행한 수탁자로서의 지위를 가질 뿐, 개인정보 보호법 17조와 정보통신망법 24조의2에 정한 '제3자'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사전필터링 업무는 홈플러스의 업무임과 동시에 보험회사들의 업무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보험회사들은 이와 같은 업무 처리에 관하여 독자적인 이익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며 "라이나생명과 신한생명은 단순한 수탁자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독자적인 이익과 업무 처리를 위하여 홈플러스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제3자'에 해당하고, 백 모씨 등 홈플러스 직원 3명이 라이나생명과 신한생명 직원에게 사전필터링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전해준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결했다.

김앤장이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임직원, 생보사 관계자 등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