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에서 첫 학기를 마치며…
칭화에서 첫 학기를 마치며…
  • 기사출고 2005.12.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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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리 통신원]
Karl Larenz의 "법학방법론 입문"과 씨름하면서 박사과정 첫학기가 훌쩍 가버렸다.

◇유예리 통신원
법학을 갓 시작할 때 공부해야 할 법학방법론을 박사과정 민법총론 수업시간에야 마주하게 됐다.

법학이 법을 통해서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학문이라면, 법학방법론은 바로 그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임무가 부과된 법을 올바로 이해하고, 해석하여 적용하는 방법에 관한 학문이다.

그만큼 중요한 분야인데, 늦게나마 접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위로하며 수업에 임했던 기억이 난다.

공부도 공부지만 한 학기동안 꽤 많은 중국 친구들을 사귄 것 또한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사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로 있다가 북대(북경대) 석사를 거쳐 칭화(청화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한 친구는 상법을 전공하는데, 한번은 민법시간에 뒤에 앉아있던 여학생과 떠들다가 걸려 할 얘기가 있으면 큰소리로 하라고 교수님이 지적하자 한치의 떨림도 없이 10분간 아예 강의를 해버린 사람이다.

여학생과의 대화 내용도 다름 아니라 헌법상의 권리와 민법상의 권리에 대한 일장연설이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내공이 상당한 친구다.

또 한 친구로 30세가 안된 나이에 법관학교 선생으로 있는 우(五)모씨가 있다.

법관학교 선생이 뭐 더 배울게 있어서 입학하였느냐고 했더니, 당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왔다며 씩 웃었던 친구이다.

산동에서 변호사를 하다 온 선배도 한 명 있는데, 그는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를 두루 섭렵하고 있을 만큼 한류에 관심이 많다.

여기서도 민법 전공 학생들을 만나면 물권행위의 독자성과 무인성에 대한 얘기가 화제에 오르는 일이 많다.

公司법(회사법) 전공 학생들로부터는 회사를 뜻하는 중국어의 公司가 청나라때 鄭成功이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의 명칭을 쓰면서 회사를 公司로 표기한데서 비롯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어로 회사를 뜻하는 company의 앞부분에 나오는 'com'은 라틴어에서 온 말로, 이를 중국에서 公으로 음역하면서 公司가 되었다고 한다.

公은 私가 없는 공동의 의미이고, 司는 관리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올해 중국 최초의 LL.M.과정이 칭화에 개설된다는 얘기를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지난 9월 개설된 칭화의 LL.M.과정에 외국인이 14명 등록했다.

미국인이 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호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캐나다 등 세계 각지에서 중국법을 배우기 위해 칭화를 찾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중국 법률시장의 잠재력을 인지하고 중국에 유학오는 외국 학생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LL.M.과정에서 C를 받으면 졸업후 취업하는데 아무래도 좋지 않기 때문에 LL.M.과정의 교수들이 가능하면 C는 주지 않되 시험과 성적을 엄격히 해 LL.M.과정을 너무 쉽게 딸 수 있게는 하지 말자는 내부 방침이 섰다는 얘기도 나돈다.

외국 학생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외국 교수들의 강의도 칭화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열린다.

그만큼 중국법, 중국 법대와의 교류가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2월 8일 밍리로우(칭화법학원) 모의법정에서 열린 버클리 로스쿨의 프리드 교수의 주식회사제도에 관한 강연은 최근 중국이 공사법 개정을 마친 뒤여서 그런지 특히 칭화법대생들의 호응이 컸다.

또 지난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로스쿨의 학장인 M. Harris가 칭화를 방문, "중국과 미국의 의료사고법률제도 비교(Comparing the Law of Medical Accidents in China and the United States)"를 주제로 강의했는가 하면, 이보다 앞선 6월엔 듀크 로스쿨 학장인 Katharine T. Bartlett이 "법률교육에서의 도전(Challenges in Legal Education)" 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물론 이들 강의들은 석, 박사생을 가리지 않고 칭화법학원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강의이다.

◇필자는 대만 정치대 교환학생(1999-2000)을 거쳐 2002년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습니다. 미국 뉴욕대(NYU)에서 국제조세를 전공, 2003년 LL.M.(법학석사학위)을 받았으며, 지난 9월부터 중국 칭화대 법대에서 국제경제법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북경=유예리 통신원(yrr2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