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에르메스 켈리백 · 버킨백 모방 시비…플레이노모어, 2라운드 승소
[지재] 에르메스 켈리백 · 버킨백 모방 시비…플레이노모어, 2라운드 승소
  • 기사출고 2017.02.2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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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새로운 심미감 · 독창성 구현""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아니야"
국내 패션 브랜드 플레이노모어가 프랑스의 대형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와의 가방 디자인 소송 2라운드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2월 16일 에르메스 본사와 에르메스 코리아가 자신들의 유명 제품인 '켈리백', '버킨백' 제품을 베꼈다며 플레이노모어 대표 김채연씨와 플레이노모어 명동점 대표 오 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6나2035091)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에르메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플레이노모어는 2014년 디자이너 김채연씨가 설립한 패션 브랜드로, 김씨와 오씨는 켈리백, 버킨백과 유사한 모양의 핸드백에 큰 눈알 모양의 도안을 부착한 핸드백(일명 '눈알가방')을 만들어 1개당 10만~20만원에 판매했다. 이에 에르메스 측이 "버킨백과 켈리백의 형태를 무단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며 김씨 등을 상대로 제품의 제조 · 판매 금지와 폐기, 3억원의 배상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타인의 성과 모방이나 이용행위의 경과, 이용자의 목적 또는 의도, 이용의 방법이나 정도, 이용까지의 시간적 간격, 타인의 성과물의 취득 경위, 이용행위의 결과(선행자의 사업이 괴멸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 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거래 관행상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로서, 절취 등 부정한 수단에 의하여 타인의 성과나 아이디어를 취득하거나 선행자와의 계약상 의무나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양태의 모방, 건전한 경쟁을 목적으로 하는 성과물의 이용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경쟁자의 영업을 방해하거나 경쟁지역에서 염가로 판매하거나 오로지 손해를 줄 목적으로 성과물을 이용하는 경우, 타인의 성과를 토대로 하여 모방자 자신의 창작적 요소를 가미하는 이른바 예속적 모방이 아닌 타인의 성과를 대부분 그대로 가져오면서 모방자의 창작적 요소가 거의 가미되지 아니한 직접적 모방에 해당하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타인의 성과 모방이나 이용행위에 공정한 거래질서 및 자유로운 경쟁질서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아 민법상 불법행위 또는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차)목에서 규정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는 즐거움과 재미, 행복의 공유를 목표로 하여 피고들 제품을 통하여 수요자들이 즐겁고 유쾌하여야 하며 겉치장이나 물질에 억압받는 것이 아닌 인간 본연의 본질에 대한 사랑과 즐거움을 느끼게 하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널리 공유하기 위한 목적에서, 'Fake for fun'이라는 구호 아래 '값비싼 물건에 구애받지 말고, 패션 본연의 즐거움, 재미, 행복을 회복하자'는 의미를 피고들 제품을 통하여 전달하고자 하였다"며 "원고들 제품과 피고들 제품 사이에 형태의 유사성이 인정된다는 사실만으로는 피고들의 피고들 제품 제작 · 판매행위가 공정한 거래질서 및 자유로운 경쟁질서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원고들 제품 형태 이용행위를 보호하지 아니하면 원고들 제품 형태를 창출한 원고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하게 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들에게 원고들 제품 형태의 인지도에 무단으로 편승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피고들은 '가치 소비', '합리적이고 가치있는 창조' , '명품에 대한 패러디' 등 피고들의 디자인 철학, 표현 또는 가치 등을 전달하기 위하여 '클래식', '럭셔리', '명품' 등에 해당하는 원고들 제품 형태를 일부 차용한 다음 '팝아트', '위트', '패러디' 등에 해당하는 피고 김채연의 창작물인 도안을 전면 대부분에 크게 배치하여 대비되게 함으로써 낯선 조합인 다양한 이미지를 혼합하여 새로운 심미감과 독창성을 구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들이 피고들 제품을 제작 · 판매하는 등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차)목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플레이노모어를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의 한동수 변호사는 "이 사건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의 적용 범위와 한계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특히 법원에서 대표적인 K패션 제품 중 하나인 피고들 회사 제품의 독창적인 디자인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기술의 변화 등으로 나타나는 새롭고 다양한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보충적 일반조항으로서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규정하는 2조 1호 (차)목을 신설했다.

에르메스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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