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무장 병원이라도 의사 면책 불가"
[의료] "사무장 병원이라도 의사 면책 불가"
  • 기사출고 2016.11.1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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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간호조무사 시술 후 집단 감염에 의사 책임 70% 인정
간호조무사가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등 비위생적인 시술로 환자들을 박테리아 등에 집단 감염시킨 병원 측에 70%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또 나왔다. 이 병원의 의사는 간호조무사가 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이며, 자신은 명의만 대여한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했으나 법원은 그렇더라도 의사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김종원 부장판사)는 11월 2일 서울 영등포의 한 병원에서 통증 치료 주사를 맞았다가 박테리아 감염, 화농성 관절염 등에 감염된 백 모씨와 신 모씨가 이 병원 원장인 산부인과 전문의 이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5가합548191)에서 이씨의 책임을 70% 인정, "백씨에게 6900여만원을, 신씨에게 2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간호조무사 조 모씨는 2009년 9월경부터 이씨와 함께 병원을 운영하며 2012년 10월경까지 허리, 어깨, 무릎 등의 통증으로 병원을 내원한 환자들에게 그 용태를 묻거나 엑스레이 필름을 판독하는 등의 진찰행위를 하고, 척추 등에 나타나는 불균형상태를 교정하기 위해 손이나 기타 방법으로 통증 부위를 압박하는 '추나요법'이라는 교정시술을 실시했으며, 주사기를 이용해 환자들의 통증 부위에 주사제를 투여하는 무면허의료행위를 했는데, 2012년 4월경부터 9월경까지 조씨로부터 주사제를 투여받은 총 243명의 환자들 가운데 백씨와 신씨를 비롯한 61명에게서 박테리아 감염, 화농성 관절염, 결핵균 감염 등의 집단 감염증이 발병했다. 이에 백씨와 신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조씨는 병원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자 자살했고, 이씨는 의료인이 아닌 조씨에게 무면허의료행위를 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조씨는 환자들에게 추나요법을 실시하고 환자들의 피부를 직접 손으로 눌러가면서 통증 부위를 확인한 다음 해당 부위에 주사제를 투여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1회용 장갑을 착용하거나 주사 부위를 소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동일한 주사기를 이용하여 여러 부위에 주사제를 수차례 투여한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외부 환경 중에 존재하던 병원균이 조씨의 손이나 환자의 피부에 묻은 후 주사침과 함께 환자의 피부 내로 주입되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며 "조씨는 주사제의 조제, 보관과 투여 과정에서 병원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조치를 게을리 한 의료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고, 조씨의 이와 같은 의료과실 외에 원고들에게 감염증이 발병할 만한 다른 원인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상, 원고들의 감염증 발병과 조씨의 의료과실 사이의 인과관계는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실제로 조씨를 지휘 · 감독한 사실이 없다거나 또는 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조씨에게 고용되어 단지 자신의 명의만을 대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객관적 · 규범적으로 볼 때 의사인 피고로서는 병원에서의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간호조무사인 조씨를 지휘 · 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으므로, 의료사고와 관련하여 피고는 조씨의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들은 조씨로부터 주사제를 투여 받기 전부터 어깨, 허리, 무릎 등의 통증을 호소하던 환자들로서, 이와 같은 기왕증이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의 확대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조씨로부터 트리암주 주사제를 투여받은 243명의 환자들 중 원고들을 비롯한 61명의 환자들에게서만 집단 감염증이 발병한 것을 감안할 때 원고들의 체질적인 소인 역시 감염증 발병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에 앞서 같은 재판부는 올 2월 집단 감염 피해자 김 모씨 등 14명이 이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씨의 책임을 70% 인정, "원고들에게 각 1000만∼3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다승이 원고들을, 피고는 법무법인 양헌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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