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80대 여성이 아파트 인근 농수로에 빠져 익사 …농어촌공사 책임 60%"
[손배] "80대 여성이 아파트 인근 농수로에 빠져 익사 …농어촌공사 책임 60%"
  • 기사출고 2016.07.0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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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위험표지판, 차단벽 등 설치했어야"
80대 여성이 농수로에서 물을 뜨려다가 농수로에 빠져 숨졌다. 법원은 농수로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의 책임을 60%로 인정, 유족들에게 4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오상용 판사는 6월 30일 농수로에 빠져 숨진 이 모(사망 당시 87세)씨의 배우자와 자녀, 손자녀 등 유족 16명이 약 1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5가단5377809)에서 농어촌공사의 책임을 60% 인정, "피고는 배우자와 자녀 5명에게 4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손자녀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이씨는 2015년 5월 경기도 파주에 있는 아파트 근처 농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이씨가 아파트 근처에서 밭일을 하던 중 농수로에 내려가 물을 뜨려다가 농수로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씨는 초기 치매 증상은 있었으나 비교적 건강했다. 농수로의 수심은 약 90cm로 유속이 빠른 상태였다. 농수로 주변에는 이씨가 살던 656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비롯하여 1080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위치하여 있다. 이씨의 유족들이 농수로를 점유 ·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오 판사는 ▲농수로 부근에는 대규모 아파트가 인접하여 있어 그 부근에는 많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인근 주민들이 출입하는 아파트의 출입계단이 농수로에 가까이 있는 점 ▲인근 주민들이 텃밭에 물을 주기 위하여 농수로로 통하는 계단을 설치하면서 농수로를 자주 이용하여 왔고, 농수로의 관리인 또한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사고 발생 약 3주 전에도 알코올중독 증상이 있던 40대 남성이 농수로에 빠져 사망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씨와 같이 텃밭을 경작하면서 농수로에서 물을 뜨는 인근 주민들이나 대로변 인도에서 술에 취하여 농수로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농수로 근처에서 추락할 경우 익사 등 사망사고의 발생 위험이 큰 곳이므로, 피고는 농수로의 관리자로서 위험표시판을 세우고, 그 부근에 차단벽이나 철조망 등을 설치하여 이씨와 같은 인근 주민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씨의 사고는 피고의 이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사고로 인하여 이씨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씨로서도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른 농수로에 접근하지 않거나 그 근처에 갈 경우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텃밭에 물을 주기 위하여 농수로에 접근하다가 그 주의를 게을리 하여 추락한 잘못이 있는바, 이씨의 이러한 잘못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며 농어촌공사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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