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아이폰 수리기사가 부품 빼돌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아이폰 수리기사가 부품 빼돌려
  • 기사출고 2016.06.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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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검, 수리기사 등 6명 구속기소리퍼폰 정책 맹점…개인정보 유출 우려
애플사의 국내 유일의 아이폰 공식 수리업체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수억원대의 정품 부품을 몰래 빼돌려 온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지청장 권오성)은 6월 16일 애플사의 리퍼폰(재생 가능한 중고 부품과 새 부품을 조합하여 만든 아이폰) 정책을 악용해 아이폰 부품을 조직적으로 절취 · 유통시킨 국내 아이폰 공식 수리업체 B사의 수리기사 A 등과 국내 휴대폰 유통업자 C, D , 중국인 해외 밀수출 업자 등 12명을 적발, 그 중 A 등 6명을 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1명을 기소중지,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애플은 아이폰에 대하여 제품 고장시 해당 부분을 수리하거나 고장난 부품을 교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을 교환비용으로 부과한 후 고객들로부터 고장난 아이폰을 회수하고, 그 대신 동종의 리퍼폰을 지급하는 '리퍼폰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프로그램 오류, 버튼 불량, 스피커 고장 등의 경우 일반 수리대상으로 분류되어 즉시 리퍼폰으로 교환하고, 액정 이상, 전원 불량, 단기간 반복수리의 경우 진단센터 수리대상으로 분류되어 진단센터로 보내 점검 후 리퍼폰으로 교환하며, 보관함에 보관된 고장 아이폰은 배송업체를 통해 애플사에 반납된다. 이 사건에선 수리기사가 부품이 교체된 아이폰을 보관금고에 보관시켜 정상적인 제품인 것처럼 애플사로 송부하는 방법으로 부품을 절취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수리기사인 A 등은 C와 D로부터 1대당 10만원씩, 최대 1억 5000만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례금을 받고 고객의 수리의뢰로 입고된 정품 아이폰 수백대를 회사 보관함에서 빼돌려 C, D에게 넘겨주고, C, D는 이들로부터 넘겨받은 아이폰의 정품 메인보드, 액정 등을 중국산 모조품으로 교체한 후 이를 다시 A 등을 통해 B사에 반납되도록 하는 방법으로 약 6억 4000만원의 아이폰 정품 부품을 빼돌려 국내 유통시키거나 중국 등으로 밀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B사의 경우 고장 아이폰을 리퍼폰으로 교환할 때 담당 수리기사의 독자적인 판단만으로 리퍼폰 교환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고, 입고대상 아이폰과 리퍼폰 관리도 수리기사가 담당하는 등 아이폰 수리의 전 과정을 수리기사가 전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수리기사가 입고대상 아이폰을 몰래 빼돌려 부품을 모조품으로 교체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그러한 범행이 발생하였는지 조차도 알 수 없었으므로(부품이 모조품으로 교환되었는지 여부는 고장 아이폰을 송부받은 애플사만 확인 가능)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된 셈이다. 심지어 국내 공식 수리업체 B사의 한 수리기사는 절취 범행으로 취득한 부품을 이용한 사설 수리 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플에서는 수리용 아이폰 부품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중고품에서 분리한 부품과 중국산 모조품 이외에는 수리용 부품을 구할 방법이 없는 사설 수리업체 운영자들은 결국 공식 수리업체인 B사 직원들을 돈으로 유혹하여 부품을 빼돌리도록 교사하게 되었고, 아이폰 부품 절취사건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기에 이르렀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리퍼폰 교환 비용에 부담을 느낀 고객들이 공식 수리센터를 통한 리퍼폰 교환보다 고장 부분만을 수리하여 비용을 줄이려 하자 이에 부응하여 사설 수리업체가 난립되어 있다.

애플사의 리퍼폰 정책은, 고객들이 고장 부위나 정도와 무관하게 새 부품과 중고 부품을 조합하여 만든 리퍼폰을 사용하게 되는 장점이 있지만, 고장난 부분만 수리할 때보다 고액의 비용(금감원에 따르면 고장난 부품을 교체해 수리하는 일반적인 수리비용보다 2~3배 정도 높음)을 지불하게 되는 단점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그만 결함 또는 고장에도 휴대전화 자체를 교환하여 소비자에게 고비용을 부담시키는 애플 특유의 리퍼폰 정책의 문제점과 국내 공식 수리업체인 B사의 관리 부실 등 요인이 결합하여 발생한 사건으로 애플의 리퍼폰 정책이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동종 · 유사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말혔다.

이 관계자는 또 "공식 수리업체인 B사는 이런 범행을 확인할 수 없었던 반면, 애플사만은 부품 절취 피해를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실태 파악 이후에 이와 관련된 특별한 조치를 취한 바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고객이 맡긴 아이폰이 초기화되지 않은 채 외부로 무단 반출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되는 결과가 초래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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