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7개월 지나 체포…불법체포"
유효기한이 지난 체포영장에 기해 체포된 피해자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명백한 불법체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서울중앙지법 문혜정 판사는 6월 10일 불법체포를 당한 최 모씨가 "손해배상으로 2000만 100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2015가단5328715)에서 "국가는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전문 보기)
최씨는 2014년 8월 15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세월호 집회에 참가했다가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경찰 출석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최씨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자 경찰은 같은해 10월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서울동부지법은 유효기간을 2014년 12월 24일까지로 하여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런데 경찰이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을 일반교통방해죄의 공소시효 만료일인 2024년 8월 14일까지인 것으로 착각하고 지명수배 전산입력을 했다. 최씨는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2015년 7월 21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성동구의 집 부근에서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당시 수사관은 체포영장 원본을 소지하지 않았고, 단지 휴대용 수배자 조회기에 나타난 지배수배 사항을 최씨에게 보여 주며 조회기에 나타난 죄명,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 등을 고지하고 피의사실의 요지는 죄명의 고지로 대신했다. 최씨는 체포 후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아니한 채 다음날 오전 9시쯤 석방됐다. 이에 최씨가 경찰의 불법체포로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2000만 100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문 판사는 "형사소송법 200조의 5, 200조의6, 75조 1항, 85조 1항에 의하면,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할 경우에는 피의사실 요지를 고지하고, 체포영장(원본)을 반드시 제시하여야 하며, 영장의 유효기간이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고 영장을 반환하여야 하고, 또한 피의사실 요지를 고지할 경우에는 단순히 죄명만을 고지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고 어느 범죄사실에 의하여 신병이 구속되는지 알 수 있는 정도의 고지를 요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 판사는 "피고 소속 수사관들은 인신구속에 관여하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국민의 인권과 형사절차를 지키고 보장하여야 할 중요한 책무가 있음에도 유효기한이 지나 효력이 없는 체포영장을 내세워 원고를 체포하였고, 체포과정에서도 체포영장의 제시나 피의사실의 요지를 제대로 고지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러한 행동들은 법규들을 명백하게 위반한 불법체포에 해당하고 원고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였다며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 2조에 따라 그 소속 수사관들의 직무집행상의 고의 또는 과실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문 판사가 인정한 위자료 액수는 300만원.
이에 대해 국가는 "형사소송법 200조의6, 85조 3항에 의하면,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고지하고 체포영장 제시 없이 체포할 수 있는데, 검거 당시 원고의 실제 거주지와 주소지가 달랐고, 수사관이 원고와 전화통화 후 3분여만에 체포하게 되어 체포영장을 발부서로부터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므로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문 판사는 "형사소송법 85조 3항의 '급속을 요하는 때'란 이미 발부된 영장을 입수할 때까지 방치해 두면 피고인의 소재가 불명확해지고 영장의 집행이 현저히 곤란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 영장자체는 이미 유효하게 발부되어 있는 경우에 긴급집행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에 대한 체포영장은 이미 유효기간이 경과된 상태에 있었으므로, 법규에 기초한 긴급집행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더구나 원고의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는 모두 동일하였으며, 수사관은 원고와 전화통화한 후 원고의 집근처로 찾아가 원고를 체포하였는바, 이를 영장의 집행이 현저히 곤란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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