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치적 중립 못 지켜 사퇴"
"검찰의 정치적 중립 못 지켜 사퇴"
  • 기사출고 2005.10.19 15: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빈 총장, 수사지휘권 갈등으로 취임 6개월만에 퇴임 "공정한 재판 보장위해 국민들 검찰의 정치적 중립 원해"
김종빈 검찰총장이 17일 오후 3시 퇴임식을 갖고 지난 4월 취임한 지 6개월여만에 검찰을 떠났다.

1978년 검사가 된 지 28년만이다.

◇김종빈 총장
김 총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마련된 총장의 임기를 반드시 채우겠다던 취임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몹시 아쉽고 또한 송구스럽다"며, "이 시점에서 물러서는 것이 제가 평생토록 아끼고 사랑해 온 검찰조직과 검찰 가족 여러분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 굳게 믿었기에 아무런 미련이나 망설임이 없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12일 법무부장관이 피의자의 구속 여부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히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지적하고, "구체적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순간 그동안 우리가 쌓아 온 정치적 중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고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반대 견해를 다시한번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사건 처리는 정치적인 시대상황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며, "비록 남북관계가 급하게 변하고 있다 하더라도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동은 법률에 의해 엄정하게 처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원하는 것이냐"고 자문하고, "검찰이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것은 검찰조직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그러나 "지휘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경우 법집행기관인 검찰총장이 법을 어기게 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검찰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기관이라는 또다른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가슴을 강하게 짓눌렀다"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정당성 평가는 국민들의 몫으로 남기고, 수사 지휘를 수용한 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제 자신은 사퇴하는 것이 가장 원만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이해를 구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국민 여러분과 검찰 가족 여러분들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데 대하여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저의 결단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이루는 작은 주춧돌이 되고, 검찰 가족 여러분들의 상처난 자부심과 명예를 회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