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법원 판결로 연명치료 중단했어도 숨질 때까지 병원비는 내야"
[의료] "법원 판결로 연명치료 중단했어도 숨질 때까지 병원비는 내야"
  • 기사출고 2016.02.10 10: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나머지 범위 내 의료계약 유효""상급병실 이용료 등 8600여만원 주라"
법원 판결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했더라도 실제 사망할 때까지 발생한 병원비는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월 28일 세브란스병원을 운영하는 연세대가 2009년 치료중단 확정판결 이후 인공호흡기를 뗀 상태에서 생명을 유지하다가 숨진 김 모(사망 당시 78세) 할머니의 자녀와 사위 이 모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진료비 청구소송의 상고심(2015다9769)에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8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16일 폐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에서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던 중, 과다 출혈 등으로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에 병원 의료진은 심장마사지 등을 시행하여 심박동기능을 회복시키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으나, 김 할머니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지속적 식물인간상태에 빠졌다. 김 할머니는 지속적 식물인간상태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로 항생제 투여, 인공영양 공급, 수액 공급 등의 보존적 치료를 받았다.

김 할머니와 자녀들은 같은해 6월 병원 측을 상대로 연명치료 중단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병원 측이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됐고, 2009년 5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상고를 기각, 판결이 확정됐다. 병원은 2009년 6월 김 할머니에게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으나, 그 후에도 김 할머니는 자발호흡으로 연명하다가 2010년 1월 사망했다. 이에 병원 측이 "연명치료 중단판결이 확정된 이후 김 할머니가 사망할 때까지의 상급병실 사용료 6669만원 등 미납진료비 8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김 할머니의 자녀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식물인간상태에 있던 환자에 대하여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되어 인공호흡기가 제거되었으나 그 후에도 환자가 상당기간 생존한 경우 병원 측이 진료계약에 의하여 입원비 등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재판의 쟁점.

1심 재판부는 "원고와 김 할머니 사이의 의료계약은 김 할머니의 진료중단 의사가 추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담긴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원고에게 송달된 2008년 12월 4일 해지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뒤 김 할머니에 대하여 발생한 의료비는 의료계약에 따른 진료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 의료계약에 따른 진료개시일인 2008년 2월 16일부터 연명치료 중단판결 송달일인 같은해 12월 4일까지 발생한 진료비 중 미지급액인 470여만원만을 병원 측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 할머니의 해지의사표시의 효력 발생 시기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09년 5월 21일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해지로 인하여 원고 병원이 중단하여야 할 진료행위는 인공호흡기 부착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며, 그 이외 연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인공영양공급, 수액공급, 항생제 투여 등)와 (상급병실을 포함한) 병실사용에 관한 부분은 의료계약이 유지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 김 할머니 측이 선택진료 해지 신청을 한 이후의 선택진료비 40여만원을 제외한 미납진료비 8600여만원 전액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대법원 재판부도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 재판부는 "환자가 의료인과 사이에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진료를 받다가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사전의료지시)를 밝히지 아니한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을 하였고, 환자 측이 직접 법원에 연명치료 중단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중단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주문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기존 의료계약은 그 판결 주문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어 "김 할머니는 원고와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다가 사전의료지시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을 하였고, 김 할머니 등이 원고를 상대로 연명치료중단 소송을 제기하여 연명치료중단 판결을 받았으며 그 판결이 대법원에서 상고기각판결이 선고됨으로써 확정되었으므로, 그 이후로는 '연명치료중단 판결에서 중단을 명한 인공호흡기부착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의료계약은 연명치료중단 판결 확정 이후로도 인공호흡기부착을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게 존속하였다고 할 것"이라며 "따라서 의료계약의 연대보증인 또는 김 할머니의 상속인들인 피고들은 의료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연명치료중단 소송이 제기된 2008년 6월부터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된 2009년 5월까지 인공호흡기 유지비용뿐만 아니라 2009년 6월 김 할머니가 상급병실로 전실된 이후 그가 사망할 때까지 발생한 상급병실 사용료를 포함한 미납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은 최종백, 전병남, 김성주 변호사가, 피고 측은 신현호 변호사 등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