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에 맞는 진출국가, 지역 선정 중요"중동국가들 투자 활발∙∙∙한국기업에 기회
한국기업들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및 주변 중동국가로의 진출이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세를 보이며 본격적인 궤도로 접어들고 있다. 건설분야는 물론 최근에는 비건설분야, 즉 유통, 식품, 운송, 미디어, IT분야의 대기업 계열사와 중견기업들도 중동시장 개척을 위해 거점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는 상황. 제2의 중동붐을 독려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 역시 현지 대사관을 비롯하여 각 정부 부처의 여러 움직임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 중동로펌 알타미미(Al Tamimi & Company)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종은 미국변호사의 전언이다. 
이종은=개인적으로 한국기업을 자문하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꼈던 것은 고객사들의 중동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기대치이다. 정확하지 못한 정보에 의존해 많은 시간을 허비한 후 로펌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중동진입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내용은.
빠르게 바뀌는 행정체계와 법률
싸메르=어떤 기업이든 중동에서 성장한 회사가 아닌 다음에야 중동시장 진입은 매우 어렵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의 기업에서는 선뜻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UAE는 역사는 짧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다른 서구의 성숙된 시장과 아시아의 IT강국들에 비해 행정체계와 법률이 새로 생기고 빠르게 개정되고 있다. 따라서 시장진입을 고려할 때 파악하고 있는 정보와 규정들이 현시점에서 정확한 최신의 정보인지에 대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UAE의 경우 법률이 제정 또는 변경되더라도 실제 반영되기까지 많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발표나 언론 보도만 믿고 곧바로 실행에 착수했다간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엔 시행시기가 공포 후 1~2년 후가 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이종은=한국기업들은 해외시장에 경험이 많아 개별적으로 많은 사전조사를 한 후, 로펌을 찾아와서 두바이의 특정 Freezone에 어떤 형태로 회사를 설립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진입전략은 이미 독자적으로 짜놓고 그 이후 실제 설립 대행을 위해서만 로펌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에는 전략자문이 자주 선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동 진입을 위한 전략자문이 어떤 업무인지 소개해달라.
싸메르=각 중동국가의 관공서와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많은 회사를 설립하고 있는 우리팀에게 있어서 설립절차 대행은 물론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고객회사가 직접 하는 경우에 비해 두세 배의 시간이 절약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변호사로서 가장 크게 고객에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중동시장 진입단계에 있어서의 전략자문이다. 사실 변호사로서 글로벌 기업의 중동 경영전략을 지원하고 좌우하는 이 부분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기업들이 진입 초기단계에 찾아오면 머리를 맞대고 이들의 사업목적을 이루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진입경로와 시기 등의 계획안을 함께 짜내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가장 필수적인 것은 단기 및 장기적인 사업계획(Business Plan)을 상세히 분석하는 것이고, 그 다음 선행되어야 할 일이 해당 사업계획을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국가와 지역(Jurisdiction)을 선정하는 일이다.
Freezone만 30여개
예를 들어 개별국가는 물론이고, UAE는 각 토후국, 그외 다수의 중동국가에서는 Mainland(onshore), Freezone, Offshore 등 진출 지역과 관련해 여러 선택의 여지가 있다. 두바이만 해도 30여개의 Freezone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각 지역의 정치 상황, 정부 규제, 관세, 조세환경, 생활여건, 기후 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고, 이는 각 고객사의 향후 경영전략과도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진입 이후 몇 십년을 대비한 첫 발판으로서 중동지역에서 해당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사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은=관련된 실제 사례를 소개해달라.
싸메르=한 글로벌 화장품 회사는 중동 포함 인접국 22개국을 꼽으면서, 어느 곳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 가장 유리한 지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이후 4개월여간 그 고객사와 함께 고민한 결과 두바이의 Jebel Ali에 제조공장을 세운 예가 있다.
바레인에 공장 설립 조언
반면 한 제조업체의 경우에는 얼마 전 두바이가 아닌 바레인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이는 현재 우리가 커버하는 9개국의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어느 지역이 고객에게 가장 유리할까를 분석한 후 함께 협의를 하였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다. 바레인에 공장을 세운 이 사례에서 고객사가 누릴수 있는,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오히려 두바이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유리하여 초기 투자비용을 많이 절약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어떤 세계적인 사모펀드의 한 유명 식당 브랜드 투자를 위해 두바이 지역에 4개의 회사를 각각 설립하고 그 지주회사의 설립지역 및 향후 매각에 대비한 회사 형태에 대해 자문한 적도 있다.
사우디 시장 중요
대부분의 기업은 일단 한 번 중동에 투자하고 진출한 이상, 향후 다른 주변국 시장으로 확대하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초기부터 Multi-jurisdictional Expansion Plan을 경영진과 함께 기획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은 대부분의 기업에 있어서 언젠가는 고려대상이 되기 때문에 초기 자문단계부터 전략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에서 기업자문을 하는 변호사로서, 우리는 이곳 문화에 친숙하지 않은 외국 투자회사들의 전략자문가로서, 이곳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현지 회사들과의 소통 및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많은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법률만을 자문하는 경우보다 고객과 폭이 깊고 장기적인 유대관계를 맺게 된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받은 느낌 역시 이와 비슷하다. 법률서비스만 제공하는 관계를 뛰어넘어 고객사의 사업계획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같이 전략을 자문할 수 있는 변호사의 깊은 관여를 중시하는 고객들의 성향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중동의 비즈니스 문화와 많이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종은=이런 진입전략 자문에 대해서 한국기업들도 많이 이해하고 전문가를 통한 지원을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어 한국기업들의 진입단계에서 UAE에 대해 쉽게 오인하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다.
Freezone을 제외한 UAE 대부분의 지역에서 외국투자기업은 Limited Liability Company 즉, 유한책임회사 또는 지사의 형태로 진입한다. 이 경우 현지 사업파트너의 51% 지분 소유, 지사 설립을 위한 Local Agent의 선임이 필요하다. 한국기업들이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데, 많은 경우 현지에 관계를 갖고 있는 사업파트너에게 자회사의 경우는 51%의 지분을 실제로 할애해야 하고, 지사의 경우에는 많은 커미션을 요구하는 Local Agent를 선임해야 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고치기 위해 기본적인 사항부터 짚어달라.
수익배당율 3%까지 낮출 수 있어
씨메르=먼저 51% 지분 소유 부분은 일정 금액의 Fee를 받고 경영에 일체 참여하지 않는 Sleeping Partner의 역할을 하는 Nominee Shareholder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대략 85%가 넘는 해외투자기업이 이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또 지분에 따른 수익배당율을 정관상으로 Nominee Shareholder에게 아부다비는 최대한 3%, 두바이는 최대한 20%까지 낮추어 규정할 수 있다.
Local Agent 역시 별도의 커미션 없이 annual fee만을 지불해야 하는 Local Agent로 선임할 수 있다. UAE 현지에 진출하기 위해 꼭 현지 사업파트너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섣불리 계약관계를 맺을 이유는 없다. 우리팀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이러한 Nominee Shareholder와 Local Agent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이종은=중동의 물류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두바이에 발판을 마련하고 중동 및 아프리카로 진출하려는 한국기업들이 많다. 아시다시피 중동의 산유국들은 오일머니 의존에서 벗어나 자국 인력의 전문성을 키워서 경쟁력 있는 산업의 다변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한국의 기업이 중동에 진출하여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관심 있는 기업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의료서비스 유치 경쟁 치열
씨메르=현재 중동국가들 사이에서는 자국의 산업발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업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예컨대 의료서비스를 위한 중동의 허브가 되기 위해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경쟁하는 가운데 사우디 역시 요즈음 의료산업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중동의 외국인 투자자로서, 또는 중동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는 자회사 또는 지사로서 시장 진입단계에 많은 선택의 여지가 있다. 또 필요한 경우 법규정을 초월해 개별회사가 각각의 현지 정부와 협의해서 인센티브를 따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진입하는 국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현지의 젊은 전문가를 많이 육성할 자세를 보인다면, 어느 국가에서든 크게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중동특집에서는 이번호를 시작으로 사우디, 이집트, 바레인, 이라크, 요르단,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 진출할 때도 고려되어야 할 특이사항들을 차례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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