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 전문' 이윤식 변호사
'변론 전문' 이윤식 변호사
  • 기사출고 2015.06.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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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에 기반 두고 공감 끌어내야"

'변호사가 변론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까'. 대답이 뻔한 우문(愚問)이라고 할 수 있지만, 김앤장 송무팀에서 활약하는 이윤식 변호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는 수긍을 하게 된다.
 

◇이윤식 변호사

2008년 사법연수원 총괄교수를 끝으로 변호사가 되어 올해로 변호사 8년차인 그는 수많은 사건에서 이긴 '승소 변호사'로 이름이 높다. 특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아슬아슬한 차이로 승소판결을 받아내는 등 그의 승소사례 중엔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거머쥔 값진 승리가 적지 않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재판은 일종의 게임이요, 전투다. 당사자, 대리인이 어떠한 전략을 세워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소송의 승패, 재판의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변호사 8년차

"무엇보다도 사실관계를 파악해 재판부에 잘 전달해야지요. 그래서 재판부의 마음을 얼마나 얻어내느냐 이것이 법정변론의 핵심이라고 봐요. 그래야 이길 수 있죠."

결과론적으로만 얘기하면, 원래 이길 사건이었으니까 이겼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체적 진실을 찾아 여기에 법을 적용해 결론을 내는 일련의 과정이 재판이라고 할 때 제대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올바르게 법을 적용했다면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윤식 변호사는 변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판의 두 가지 요소 즉, 팩트 파인딩(fact finding)을 통해 가려져 있을지 모르는 사실관계를 도출하고, 여기에 그 사건에 꼭 맞는 법리를 찾아 제시함으로써 원래의 결론, 승소에 이르도록 하는 게 변호사가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5년간 판사로 근무하며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의 주요 재판부,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원주지원장, 사법연수원 총괄교수 등 법원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그이지만 전관예우 같은 것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아예 제쳐놓고 이야기했다. 그 대신 그는 "사건마다 이길 수 있는 위닝 포인트(winning point), 변론 포인트를 찾아내 재판부를 설득한 것이 높은 승소율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며, "열심히 하다보면 운도 따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사건 승소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이 선고된 강원랜드 카지노 사건이 그가 주도적으로 관여한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된다. 대법원장을 포함 13명의 대법관이 심리에 관여한 이 사건에서 강원랜드 측 변호사로 참여한 이 변호사는 7대 6, 단 한 표의 차이로 최종 승소판결을 거머쥐었다. 물론 김앤장의 동료 변호사와 전문인력이 함께 팀을 이뤄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해외입법례와 판례를 수집하는 등 역할 분담을 통해 일구어 낸 팀플레이의 승리다. 이 변호사의 역할은 전략수립과 함께 재판부를 직접 상대하는 법정 변론과 상고 이유서의 작성.

강원랜드 카지노에 드나들며 3년 만에 231억원을 날린 정 모씨는 "강원랜드가 대리베팅을 조장 내지 묵인하며, V-VIP룸에서 진행되는 바카라 게임의 경우 고객 1인당 베팅한도가 1000만원인데, 이 규정을 위반해 더 많은 돈을 잃게 하였다"며 모두 293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정씨는 고객의 뜻대로 베팅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이른바 병정 5명을 동원해 1회 최대 6000만원까지 베팅하며 하루에 수억~수십억원을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면서 이 돈을 모두 날렸다. 이 사건은 또 정씨처럼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카지노 이용자들이 일종의 기획소송으로 추진, 정씨 사건을 포함해 모두 12건의 유사소송이 제기된 가운데 전체 소가(訴價)가 14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소송으로 진행됐다.
 

1, 2, 3심을 거치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만 6년. 리딩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정씨 사건만 놓고 보면, 1, 2심에선 강원랜드 측에 각각 20%, 15%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내려져 이대로 결론이 굳어지는 듯 했으나, 이 변호사 등이 활약한 대법원 전원합의부는 강원랜드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원고 전부패소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뒤집어

대법원 판결의 핵심 법리는 자기책임의 원칙상 카지노 사업자가 카지노 운영과 관련하여 공익상 포괄적인 영업 규제를 받고 있더라도 카지노 이용자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하거나 카지노 이용자가 카지노 게임으로 지나친 재산상 손실을 입지 아니하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대법원은 또 카지노 사업자가 카지노 이용자가 도박중독 상태에 있음을 알면서도 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영업제한규정을 위반하여 카지노 이용자를 상대로 부정한 이윤을 얻는 경우와 같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카지노 사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으나, 정씨 사건에선 그런 사정이 인정되지 않아 원고 패소로 결론이 났다.

특히 이 사건은 강원랜드 측의 출입제한규정 위반 여부를 놓고 대법관 7명 대 6명으로 의견이 갈려 팽팽히 대립했을 만큼 쟁점별로 법리공방이 치열했다. 다수의견은 정씨의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카지노 출입제한 요청서를 강원랜드에 발송했으나, 강원랜드가 정씨를 출입제한자로 등록하기 전에 아들이 다시 전화로 출입제한 요청을 철회하고, 출입제한 요청서의 반송을 요구했으므로 강원랜드 측에 정씨의 출입을 제한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으나, 다른 대법관 6명은 "카지노 이용자의 가족이 출입제한 요청서를 발송한 이상 그 철회 역시 피고가 정한 카지노출입관리지침에 따라 문서로써 하여야 하므로, 원고의 아들이 전화로 출입제한 요청을 철회하겠다고 한 것은 효력이 없고, 강원랜드 직원들이 정씨의 카지노 출입을 허용한 것은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행위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맞섰다.

대법관 7대 6 대립

이 변호사는 "호주와 미국의 입법례 및 도박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카지노 측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없다는 다양한 판례를 수집해 재판부에 제출했다"며 "이 사건은 결국 자기책임의 원칙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느냐가 재판의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또 "강원랜드의 베팅한도 제한이 카지노 이용자를 위한 것이냐 아니면 카지노를 위한 것이냐 이런 이슈도 중요한 대목 중 하나로, 돈 많은 사람이 잃은 돈에 더 해 베팅액을 늘려가며 계속해서 베팅할 경우 카지노에선 이런 식의 베팅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베팅한 도의 당초 취지가 카지노를 위한 것이라는 자료도 찾아 제출했는데, 이런 노력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윤식 변호사는 누구…

2012년 보건복지부의 이른바 보험약가인하고시 공포로 시작된 이른바 약가환수소송도 이 변호사가 뛰어난 변론실력을 발휘해 제약사에 전부승소 결과를 안긴 승소판결중 하나. 건강보험공단은 제약사들이 원료의약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완제의약품의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경우 복제약에 대해서도 오리지널약과 동일한 최고가를 부여하는 제도인 원료합성 특례제도를 부당하게 적용받아 왔다고 주장하면서 30여 제약사를 상대로 이미 지급된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다수의 제약사를 대리한 김앤장 변호인단의 한 사람으로 변론에 나섰다.

제약사 첫 전부승소 받아내

결과는 제약사 전부승소의 첫 판결. 그 이전에 선고된 다른 제약사 사건에선 제약사가 청구금액 대비 70% 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있었으나 이 변호사가 활약한 H제약 사건에서 100% 이긴 데 이어 뒤이어 진행된 모든사건에서 항소심,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제약사들이 전부 이겨 제약사들이 10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책임에서 벗어나게 된 사건이다.

이 변호사는 "김앤장 제약팀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원료합성 특례제도의 도입 취지와 역사, 실무관행은 물론 20년 이상 된 자료까지 발굴해 법정에 효과적으로 현출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물론 직접 법정에 나가 재판부에 설명하고, 재판의 진행을 따라가며 그때그때 적절한 공격방어방법을 찾아내 변론에 대처하는 것은 이 변호사의 몫이었다. 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원료합성 기술을 인정받아 약값을 높게 책정 받았으나 그 후 시설비 과다 등 사정이 생겨 외국에서 원료를 수입해 똑같은 약을 만들었어도 평가원에서 종전대로 약값을 인정해 준 사례를 찾아내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설명하고, "특례제도가 원료합성 기술을 육성하는 데 취지가 있는 것이지, 원료의약품을 직접 계속해서 생산하는 데 대한 보상이 아니라는 점을 포인트로 잡아 집중적으로 변론을 전개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약가환수소송을 수행하던 중 김앤장이 변론을 맡지 않은 또 다른 제약회사로부터 쟁점이 약간 다른 소가 300억원의 약가환수소송을 의뢰받았다. 그 회사 법무팀장이 이 변호사의 설득력 있는 변론에 감동받아 사건을 맡긴 것인데, 이 사건 역시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에서 제약사가 전부 이겨 그대로 확정됐다.

박찬구 회장 집행유예 변호

이 변호사는 이 외에도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금호석유화학그룹 박찬구 회장의 변호를 맡아 2014년 1, 2심에서 대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냈으며, 2013년 6월엔 대한상사중재원 역사상 최대 규모인 소가 약 8500억원의 발전소 건설계약과 관련된 중재사건에서 중재 전문가 등과 함께 팀을 꾸려 98% 이상 승소하는 판정을 이끌어냈다. 또 사실상 기업측의 패소로 종결된 키코소송,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 손배소,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들에게 일반 투자자보다 주문 속도가 빠른 전용선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으나 증권사 대표 전원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진 ELW(주식워런트증권) 거래 사건 등 세간의 이목을 끈 주요 사건의 변호인 명단에 이 변호사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올라 있다.

이 변호사는 "송무 변호사는 원래 잡화상"이라며 민사, 행정, 형사, 중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맡는, 로펌 내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어려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해결사로 나서는 그에겐 '리베로 변호사'라는 표현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나아가 고도의 스킬이 요구되는 법정변론을 책임지는 변론 전문 변호사가 이윤식 변호사다. 영국에선 배리스터(Barrister)라고 하여 아예 법정변호사는 자문변호사(Solicitor)와 별도로 선발하고, 미국도 법정변론 등을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를 소송변호사(Litigator)라고 구별해 부르는데, 이 변호사가 바로 그런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선 법정변호사 별도 선발

"사건마다 변론의 위닝 포인트가 있어요. ELW 사건의 경우 전문가들이 전자적인 분석을 통해 일반투자자가 로그인해서 온라인상으로 주문한 내용이 매매에 반영되기까지 영점 몇 초가 걸리는지 소숫점 세자리까지 소요시간을 측정해 낸 후 스캘퍼들에게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의 전용선을 제공하더라도 일반투자자의 거래엔 전혀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해 재판부에 제시해 인정을 받았어요. 거기서 유무죄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변호사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사실에 기반을 둔 변론이라야 한다"고 진실의 힘을 강조했다. "그래야 자신있게 변론할 수 있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그렇지 않은 변론은 성공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사실이, 진실이 이긴다는 것이다.

구술변론과 공판중심주의가 갈수록 강조되면서 이 변호사와 같은 송무변호사, 특히 법정변호사의 역할이 중시되고 있다. 변론 기술에서도 복잡한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기 위한 프리젠테이션은 기본이고, 프리젠테이션의 방법, 구술변론, 최후 변론 등의 노하우가 갈수록 새로워지고 있다.

"재판부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재판부에 예쁘게 보여야 하는 의미가 아닙니다. 예컨대 재판부가 처음엔 30대 70대의 비율로 우리 측에 불리하게 사안을 이해하고 있을 수 있어요. 사실관계를 더 현출하고 관련 법리를 제시해 우리 측에 유리한 방향에서 바라보도록 재판부의 이해를 도와야지요. 물론 그것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해야 하고요."

발전소 주기기 기술적 특성까지 설명

이 변호사는 중공업 회사를 대리한 발전소 건설 중재를 예로 들며,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일러, 터빈 등 발전소 주기기의 기술적 특성까지 세밀하게 설명하여 중재판정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이 변호사가 크게 신경 쓰는 변론 포인트 중 하나는 형사사건의 최종 변론문을 직접 작성해 변론하는 것. 이를 통해 그는 재판부의 공감을 얻어내고 피고인 등 의뢰인들로부터도 감동적이었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피고인이나 당사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듣고, 그들의 심정을 담아 최종 변론에서 호소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의뢰인의 입장에서 얘기를 듣고 변호사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해요. 변론의 힘, 재판부를 움직이는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 변호사의 승기를 잡는 변론은 한마디로 사실에서 시작해 의뢰인과 변호사가 완전히 하나가 되는 공감으로 시너지를 낸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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