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합병의 경제학
로펌 합병의 경제학
  • 기사출고 2005.06.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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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광장과 제일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합병이 무더위에 장마비 쏟아붓듯 업계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광장측이 보도자료에서 지적한 대로 이번 합병은 규모 확대는 물론 지적재산권(IP)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합종연횡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원 기자
서로 업종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법무법인과 특허사무소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도 광장과 제일의 합병이 던지는 화두는 반향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한마디로 법률회사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합병 대상의 업종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는 고정관념 탈피의 자유로운 발상이 업계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요즈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일국제와의 조인식이 있은 6월27일 광장 주변에선 한걸음 더 나아가 회계사무소와의 합병이 거론되고 있었다.

또 주요 로펌들 사이에선 국내법률시장이 외국에 개방되면 외국 로펌과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는 현실이다.

'적과의 동침'을 연상시키는 역발상의 이런 분위기엔 물론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로펌 업계의 뜨거운 경쟁이 밑에 깔려 있다.

그러나 과연 합병엔 항상 시너지가 발생하고, 짝찟기 뒤엔 으례 옥동자가 태어나게 마련인 것일까.

로펌간 합병이 이어지면서 합병의 이해득실 또한 주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합병을 이뤄 조직을 더욱 공고히 해가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 광장, 화우, 바른 등 이른바 합병 법인의 관계자들은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 4개 로펌은 2001년 1월 법무법인 세종과 열린합동법률사무소의 합병을 시작으로 2001년 7월 광장과 한미의 합병, 2003년 2월 화백과 우방의 합병, 지난 3월 바른법률과 김 · 장 · 리 법률사무소가 합쳐 탄생한 법무법인 바른에 이르기까지 법률사무소간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했다.

'송무 신랑'과 '섭외 신부' 식으로 자신이 갖지 못한 또다른 반쪽을 찾아 신방을 차린 만큼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이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합병 법인의 한 변호사는 "섭외쪽 일감이 줄면 송무가 뒤를 바쳐주고, 송무의 일시적인 수요 감소를 섭외가 보완하는 식으로 회사 전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가 하면, 섭외 사건이 소송으로 비화되고, 송무를 하다 보면 자문해 줘야 할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합병으로 인한 선순환을 설명했다.

광장과 제일의 합병을 이 공식에 넣어보면 특허 출원 등의 업무를 처리하다 침해소송 등으로 발전할 경우 광장의 변호사들이 맡아 처리하고, 반대로 송무나 자문쪽의 고객이 특허 출원 등의 새 일감을 제일의 특허팀에 맡기는 식의 상호 작용이 없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 법인의 다른 변호사는 또 "합병 전 양측의 매출을 더한 수치와 합병후의 전체 매출을 비교해 보면 합병이 성공적이었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물론 합병후의 그것이 더 많다"는 말로 합병의 시너지를 시사했다.

여기에다 몇십명의 변호사가 동원돼야 하는 커다란 사건을 동시에 여러 건 처리하거나 분야별로 전문화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규모의 논리도 합병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적하는 또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합병으로 인한 부(否)의 측면도 전혀 무시해 버릴 수 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합병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합병후의 매출 증가가 커버하지 못한다면 단기적이나마 합병효는 일단 마이너스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합병 과정에 흔히 나타나는 변호사나 변리사 등 구성원들의 이탈은 통합과정에서 야기되는 불가피한 댓가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단순한 통과의례로 치부해 버릴 수 없을 만큼 후유증이 크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질적인 문화에서 일해 온 양측 구성원들의 융합이야말로 합병의 성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합병 관계자들이 틈만나면 화학적 결합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나아가 합병을 통해 몸집은 키워 놓았으나 경기가 얼어붙어 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거나 하면 시장을 예측하지 못한데서 오는 혹독한 댓가를 치러야 할 지 모른다.

합병의 경제적 이해득실은 합병으로 하나가 된 구성원들의 융화와 비용과 수임 사건 증가의 함수관계는 물론 시장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고차방정식과 같은 문제라고 하겠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