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진출 외국 로펌에 의한 일본변호사의 고용이 4월1일부터 전격 허용된 데 따른 일본 재야 법조계의 파장이 꼭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 개방과 관련, 주요 소식통들에 의해 전해지는 일본 변호사업계에 관한 뉴스들은 국내 로펌들이 주의를 기울이기에 충분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
일본 로펌에 대한 외국 로펌의 공격은 이미 4월 이전에 시작된 느낌이다.
한 영국계 로펌이 모 일본 로펌의 변호사들을 빼내가면서 그 일본 로펌이 사실상 와해될 정도로 축소됐다는 얘기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일종의 '나누어서 공략하는 방식(divide & rule)'이라고 할까.
이 영국계 로펌과 일본 로펌은 먼저 서로 합병하기로 하고 절충을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협상이 틀어지는 바람에 합병 대신 변호사들을 개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상황이 바뀌었고, 대표변호사 등 일부 변호사를 제외한 많은 변호사들이 영국 로펌으로 말을 갈아 탔다고 한다.
" 이 나이에 외국 사람들 밑에 가서 일할 것도 아니고…"
연로한 것으로 알려진 이 로펌의 대표변호사가 많은 변호사들이 떠나가는 것을 보고 지인들에게 전했다는 소회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한경쟁업계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물론 외국 로펌에 고용된 일본변호사가 일본법에 관한 자문을 할 경우엔 독립적인 지위에서 해야 하고,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연)에 이에 관한 조사권이 있다고 한다.
고도의 전문적인 서비스인, 자국법의 내용와 의미에 관한 해석마저 외국 로펌의 지휘아래 수행하도록 해선 안된다는 우려에서 이같은 단서조항이 마련된 것으로 이해되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또다른 문제다.
독일과 프랑스, 싱가폴 등에서도 영미 로펌의 상륙 이후 자국변호사들이 외국 로펌에 흡수되는 등 자국 로펌들이 사실상 와해되는 상황을 맞았다는 것을 보면, 국내 로펌들이 외국 로펌들에게 안마당까지 내 준 일본의 경우를 우려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반응일지 싶다.
합병 후에도 지속적으로 변호사를 영입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로펌의 한 변호사는 "로펌의 규모와 전문성이 일정 규모와 수준 이상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시장이 열렸을 때 소속변호사를 빼가려는 외국 로펌의 공격 대상이 돼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규모 확대의 이유를 시장개방과 연계해 설명한 적이 있다.
시장 개방의 이런 측면을 걱정하는 사람이 비단 이 변호사뿐일까.
다른 로펌의 한 변호사는 여기에다 "내부적으로 조직을 더욱 공고히 하며 규모를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로펌 성장의 필요조건을 하나 더 추가한다.
얼마전 서울을 방문한 영국변호사협회의 한 간부는 "한국 로펌들은 경쟁력이 있다. 또 시장 개방까지 아직 대비할 시간이 남아있지 않느냐"고 기자에게 국내 법률시장 개방에 대해 고무적으로 이야기했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국내 로펌들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대한변협회장 취임식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혀 경쟁력이 없다. 시장이 열리면 국내법률시장은 초토화된다. 최소한 합작 · 고용 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천기흥 변협 회장의 주장이 아직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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