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11곳 '4대강 살리기' 조직적 담합
건설사 11곳 '4대강 살리기' 조직적 담합
  • 기사출고 2013.09.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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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건설사 및 임원 22명 기소
3조 8000억원 상당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에 참여한 국내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입찰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9월 24일 보(洑) 공사 등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 입찰에서 들러리 업체를 세워 경쟁입찰을 가장하고 투찰가를 담합한 혐의로 11개 건설사와 전 · 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건설산업기본법위반 및 입찰방해죄를 적용했으며, 11개 건설사는 건산법 상의 양벌규정이 적용됐다.

11개 건설사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쌍용건설 등. 삼성물산(2명)과 현대(2명)·SK·GS건설 임원 6명은 구속기소됐으며, 현대건설 김중겸 전 사장과 대우건설 서종욱 전 사장 등 18명은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중 상위 6개 대형 건설사가 담합을 주도했다. 막후 협상을 통해 서로 경쟁없이 공사 물량을 나누어 가지기로 합의한 이들은 일정한 공사 지분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다른 건설사들까지 규합하여 19개 건설사 모임을 결성한 후 6개사 임원들이 회합과 연락을 통해 2009년 2월~6월 발주된 16개 보 공사에서 8개사가 14개 공구를 배분했다.

공구를 배분한 8개 건설사들은 이어 배분된 공구에서 경쟁없이 낙찰을 받기 위해 서로 들러리를 서주거나 중견 건설사를 들러리로 세웠다. 들러리로 응찰한 건설사들은 설계점수와 가격점수를 합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턴키 입찰에서 설계점수를 일부러 져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설계인 속칭 'B설계'를 했으며, 낙찰이 예정된 건설사의 요구대로 투찰가격을 써 줌으로써 입찰 담합 합의를 실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낙동강 하구둑 배수문 증설 공사(낙찰금액 2105억원), 영주다목적댐 공사(낙찰금액 2214억원), 보현산다목적댐 공사(낙찰금액 1568억원) 등 2009~2010년 발주된 다른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에서도 가격경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응찰가격의 차이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수준을 넘지 않도록 서로 투찰가격을 맞춰 입찰했다.

검찰은 "4대강 살리기 보 공사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한 대부분 건설사들이 발주처가 입찰에서 탈락한 건설사들에게 지급해 주는 설계보상비에 맞춰 B설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담합 혐의가 확정되는 건설사들에 대해 관계 규정에 따라 설계보상비 환수 조치를 검토하도록 발주처에 관련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담합 혐의가 확인된 14개 보 공사에서 지급된 설계보상비 총액이 293억원으로, 많은 건설사의 입찰 참여를 유도하고 설계수준을 높이기 위해 조성된 국가 예산이 들러리 입찰 비용으로 낭비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턴키공사에서 검찰이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 혐의를 수사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고, 특히 대형 건설사 임원을 담합 혐의로 구속기소한 것은 1998년 이후 15년만의 일"이라며,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각종 토목사업에서 경쟁질서의 근간에 해당하는 입찰제도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행적 변명이 더 이상 관용될 수 없고 엄정한 사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거듭 수사의지를 밝혔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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