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입법 상당수 위헌 소지"
"경제민주화 입법 상당수 위헌 소지"
  • 기사출고 2013.09.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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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교수, "정파적 접근…법치주의와 거리 멀어""거래 내부화, 해외 자회사 이용 등 부작용 우려"
◇8월 26일 열린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한양대 로스쿨의 이호영 교수가


대부분 의원입법의 형태로 추진되는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의 상당수가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호영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8월 26일 진행된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설령 입법자에게 경제정책에 관한 광범위한 형성권한을 부여하여 위헌의 문제까지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더라도 그 입법취지를 충분히 달성하면서도 관련된 기업이나 개인의 경쟁의 자유나 보호받아야 할 정당한 이익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수단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또 입법과정에서 국회의원 개인이나 소속 정당이 주로 정치적 지지세력의 이익이나 자신의 정파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정작 전체 국민의 관점에서 법치주의적 고려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

이 교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소위 '재벌' 등의 대기업집단을 중심으로 한 경제력집중의 유지 · 강화를 억제하기 위한 취지로 충분한 헌법적 근거가 인정되고 그 목적의 정당성 역시 대부분 쉽게 인정될 수 있으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된 방법으로 인한 침해의 최소성 또는 법익의 균형성의 측면에서 법치주의적 원리를 충분히 고려하였는지 의구심이 드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먼저 재벌 총수나 친인척 등의 사업기회 유용이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를 규제하기 위하여 신설된 공정거래법 23조의2를 예로 들었다. 총수나 친인척 등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이익제공을 금지하면서 그 상대방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거래를 하거나 사업기회를 제공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동법 23조의2 3항)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일정한 매출액의 5% 또는 20억원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동법 24조의2 2항), 특히 상대방이 사업자가 아닌 특수관계인일 경우에 이에 대한 과징금의 본질은 문제가 된 이익제공 행위로 인한 부당한 이익을 환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교수는 그러나 "이와 별도로 2011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신설된 45조의3은 계열회사 간 상품이나 용역 거래에 따라 이익을 얻은 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에 관하여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고 내부지분율이 30% 이상인 경우에 수혜법인에 대한 지분율이 3%를 초과하는 주주에 대한 증여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양 제도의 정책성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고 계열회사 간 일방에게 유리한 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수혜기업의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한 특수관계인에 대하여 한편으로 문제가 된 거래로부터 취득한 이익을 박탈하는 의미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를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을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신설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3조의4도 문제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 그는 "추후 대통령령에 의해 구체적으로 금지되는 특약의 범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일견 하도급계약의 성질에 비추어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불명확하여 수범자의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무거운 벌칙이 부과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하위 법령의 내용에 따라서는 헌법상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파생되는 계약자유의 원칙과 헌법 119조 1항의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가맹점사업자의 점포환경개선에 소요되는 비용 중 가맹본부가 부담하여야 할 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12조의2 역시 특히 가맹계약의 상호의존적 성격을 고려할 때 당사자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최근에 신설된 동법 12조의4는 가맹계약체결 시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을 설정하여 가맹계약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원칙적으로 가맹계약기간 중 해당 영업지역 안에서 동일한 업종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각 가맹점사업자에게 법적으로 자신의 영역지역 내 해당 브랜드 상품에 대한 독점권을 설정해주는 것으로서 소위 '상표 내 경쟁(Intrabrand competition)'을 배제함으로써 특히 유력 브랜드의 경우에 해당 지역 소비자의 후생을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은 물론이고 방법의 적절성마저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특히 "대가 없는 경제규제는 있을 수 없다"면서, "그 대가는 대체로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하고 시장에서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소비자가 종국적으로 부담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예컨대 최근 경제민주화정책의 일환으로 개정된 공정거래법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계열회사 간 거래와 하도급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였는데, 기업은 이를 계열회사를 통한 생산요소의 조달 또는 하도급거래를 통한 생산방식에 드는 비용의 증가로 인식하고 거래의 내부화를 통해 생산요소를 스스로 조달하거나 하도급거래 대신 자체 생산방식을 선호하게 될 수 있고, 결국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기업의 생산과정상 상당한 효율성 감소를 초래하거나 하도급거래의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또 "최근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이익제공 등의 금지는 일정한 범위의 우리나라 대기업집단 소속 국내 계열회사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국내 · 외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 기업들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데 국내 기업의 입장에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다수의 불확정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령의 구체적인 법 집행과정에서 지나치게 엄격하게 집행될 경우 해당 기업의 입장에서 국내 계열회사와의 거래 대신 해외에 설립한 자회사 등과의 거래를 통해 법 적용을 회피할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경제규제 입법을 지리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각국이 소위 '국제적 기준(global standards)'에 부합하지 않는 경제규제로서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하는 입법을 마련하고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종전에 소수의 경제관료에 의해 폐쇄적으로 진행되었던 경제규제 관련 입법과정이 이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과도하게 정치화되었고 정작 경제규제 관련 정책결정에 필요한 전문성과 경험의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경제규제 관련 입법은 직접적인 규제대상인 기업뿐만 아니라 거래상대방, 소비자 등 사실상 국민 전체에 대하여 직 · 간접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비례성의 원칙 등 법치주의의 원리에 반하지 않도록 더욱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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