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혼수요구' 의사 신랑에 이혼판결
'과도한 혼수요구' 의사 신랑에 이혼판결
  • 기사출고 2004.04.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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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신부측에 1억5000만원 물어 줘라”


의사인 신랑측이 요구한 아파트와 억대의 예단비 등 혼수를 마련하느라 진 빚 문제가 촉발이 돼 파경에 이른 부부에 대해, 법원이 부부는 이혼하고 신랑과 시부모는 신부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산지법 가정지원 가사1부(재판장 홍광식)는 23일 중학교 교사인 신부 A씨가 의사인 신랑 B씨와 그 부모를 상대로 제기한 사실혼관계 해소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신랑측은 신부에게 위자료 5000만원과 받아간 예단비 1억원 등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신부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신랑측이 신부를 상대로 낸 맞소송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인 점을 내세워 신부측에 무리한 혼수를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못한 신부를 무시하고 냉대하며 모욕적인 언사와 폭언까지 서슴지 않은 신랑측에 파경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의사 수련의 과정에 있던 B씨를 중매로 만나 3개월 만인 2002년 2월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전 신부는 중매인을 통해 예단비 1억원과 32평형 아파트, 중형승용차, 명품 코트 등을 혼수로 요구하는 신랑측에 예단비 1억원을 송금하고 신혼집으로 1억2400만원짜리 32평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또 결혼비용과 예물값 등으로 4000만원을 추가 지출했고, 차량은 중형 대신 소형차량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신부가 결혼 자금을 대기 위해 3000만원을 빚진 사실이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신랑과 시부모에게 알려지면서 이들의 결혼생활은 파경으로 치달았다.

신랑측이 ▲대출금을 갚을 때까지 신랑 월급을 시어머니가 관리하고, 생활비는 신부 월급으로 충당할 것 ▲신부 명의로 등기한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등기할 것 ▲결혼 전 약속한 중형승용차 대신 신랑의 근무처인 포항에 오피스텔을 장만할 것 등을 요구했던 것. 신랑측은 신부가 이를 들어주지 않자 “돈도 없이 의사와 결혼하려 했느냐” “사기결혼 당했다”며 신부를 냉대했다. 결국 두 사람은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결혼식 일주일 만에 별거에 들어갔고 몇달 뒤 각각 이혼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