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기사가 많아야 한다
변호사 기사가 많아야 한다
  • 기사출고 2005.03.1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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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출입기자들의 1차적인 취재 영역은 법조, 즉 법원과 검찰 그리고 변호사라고 할 수 있다.

◇김진원 기자
그중에서도 검찰 취재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게 지금까지의 법조 취재 현실이다.

대형 언론사의 경우 대개 7명 안팎의 기자가 팀을 이뤄 법조를 취재하고 있으나, 취재의 중심은 서울지검과 대검을 주축으로 한 검찰 취재에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과 경험 많은 시니어 기자들이 검찰쪽에 배치돼 주로 검찰의 수사와 관련된 취재를 담당하는 데 보통이다.

법조의 경우 상주하는 기자실은 4~5개쯤 된다.

대법원 기자실, 대검 기자실, 서울지검 기자실, 서울고법 청사에 있는 법원기자실 등이다.

법무부에도 기자실이 있었으나 정부 부처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로 지금은 없어진 상태.

기자실이 있었을 때도 법무부 관련 기사는 서울지검을 담당하는 기자가 서울지검 기자실에 상주하면서 커버하는 게 보통이었다.

법무부에서도 보도자료 등을 낼 때 서울지검 기자실을 이용한다.

이외에 변협,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 사무실 등도 법조 출입 기자들의 주요 취재 대상이나 별도의 기자실이 마련돼 있지는 않다.

이처럼 취재 영역이 넓다보니 법조의 경우 여러 명의 기자가 팀을 이뤄 취재에 나서게 된다.

대개 팀장에 해당하는 최고참 기자(언론사에선 통상 1진이라고 부른다)가 대법원 기자실에 상주하고, 제일 막내 기자(말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가 법원 기자실에 배치돼 소장, 공소장, 영장, 판결문과 재판 등을 챙긴다.

법조 말진의 경우 영장, 소장, 공소장 체크 등 '자질구레한' 일이 적지 않아 언론사에선 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고생하는 출입처 중의 하나로 통하고 있다.

이어 취재 수요가 많은 대검과 서울지검 기자실에 경험있는 중견기자들이 배치되는 식인데, 초년병 기자의 경우 법원기자실에서 법조기자를 시작해 경험이 쌓이면 서울지검 2진-대검-서울지검1진 등으로 취재 영역과 상주 기자실을 바꿔가며 법조기자로서의 경력을 더하게 된다.

언론사에 따라서는 서울지검과 대검 취재의 순서를 바꿔 운영하기도 한다.

변협 등 변호사 관련 취재는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많이 처리했으나 최근 들어선 대검이나 법원 담당 기자가 처리하기도 하는 등 기자나 기자실별로 특별히 영역을 정해 취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같은 취재 시스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조 취재의 중심은 검찰 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법조지만 법원이나 변호사보다는 검찰 관련 기사, 특히 개별적인 사건의 수사에 관련된 기사가 비중있게 취급된다.

언론사별로 보도되는 기사의 양도 검찰 쪽 기사가 단연 많았던 게 현실이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검찰 못지않게 법원의 재판, 판결 등에 관련된 기사가 부쩍 늘고 있다.

법조를 취재하는 주요 언론사의 일선 기자들도 이런 변화가 보이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여기에는 물론 대선자금수사 이후 대형 사건의 수사가 뜸해졌다는 일시적인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의 검찰 수사로 지면을 도배하다시피했던 '**게이트' 류의 구조적인 비리도 사그라들었는지 검찰 기자실이 많이 조용해졌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인 취재 수요의 변화를 떠나 법조 취재 시스템의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없지 않아 더욱 관심이 간다.

언론 보도에 있어서 경찰 기자들이 주로 취급하는 사건 기사의 비중이 많아 낮아진 데 이어 검찰 중심의 법조 취재 현실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과연 검찰의 손이 덜 분주할 만큼 구조적인 비리가 사라지고, 사회가 맑아져 선진화 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법원의 판결 기사 등이 지면에 많이 반영되는 등 법조 취재의 조그마한 변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법조 기자들 사이에서도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자들 사이에선 우리도 미국 등의 경우처럼 사법 취재의 중심이 법원 쪽으로 옮겨가게 되고, 이에 따라 검찰을 맡고 있는 고참 기자들이 법원기자실에 상주하며, 판결과 재판 등의 취재에 적극 나서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언론사에 따라서는 법원기자실에 상주하는 기자를 늘리고, 상대적으로 경험있는 기자를 배치하는 곳도 없지 않다.

기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법원뿐만 아니라 변호사 기사를 늘리고, 변호사와 관련된 취재의 비중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종합지, 경제지, 방송, 전문지 등 언론 매체를 불문하고 말이다.

법률소비자와 최일선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변호사에 관한 취재와 기사야말로 법률서비스 나아가 사법서비스의 향상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의 사건 수사와 법원 판결 기사가 지면을 장식하는 사이에 상대적으로 언론의 취재 순위에서 밀린 변호사, 재야법조계는 정보가 부족한 나머지 실질이 왜곡되기 일쑤고, 이는 결과적으로 재야법조계의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게 작용하게 된다.

또 재야법조계 스스로도 전국의 개업 변호사가 약 7000명에 이를 만큼 규모가 커진 가운데 여러 과제를 안고 있어 이에 대한 언론과 일반인의 관심 또한 더욱 요구되고 있다.

변호사 수 증가에 따라 개업변호사들은 사무실 유지 조차 어렵다고 아우성이고, 초읽기에 들어간 법률시장개방 일정, 로스쿨 도입등 변호사들만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해답이 간단치 않은 고차방정식이 겹겹이 놓여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얼마전에 치러진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회장 및 대한변협 회장 후보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변호사의 홍보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서울변호사회 회장으로 당선된 이준범 변호사는 "홍보활동을 강화해 변호사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편견을 바로잡겠다"고 했을 정도다.

검찰 대신 법원, 법원 대신 변호사 기사가 많아야 선진 법조 취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조 3륜인 법원, 검찰, 변호사에 대한 기사와 정보가 함께 어우러져 공론의 장이 마련된 가운데 법조 전체의 발전도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기자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발간하는 잡지 '시민과 변호사 3월호'에 기고한 글을 '시민과 변호사'의 동의아래 전재합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