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로펌'의 합병
'국내 최초 로펌'의 합병
  • 기사출고 2005.03.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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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장 · 리 법률사무소'가 법무법인 바른법률과 합쳐 법무법인 바른으로 다시 태어나기로 한 것은 분명 빅 뉴스라고 해야 한다.

◇김진원 기자
국내 최초의 로펌의 이름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로펌 업계의 한 발전 방향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국제변호사 1호 김흥한 변호사에 의해 '김 · 장 · 리'가 설립된 것은 지금부터 47년전인 1958년.



이후 1970년대까지만 해도 '김 · 장 · 리'가 국내 로펌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했다고 한다.

걸프 오일사를 시작으로 수많은 다국적 기업과 은행들이 김 변호사의 손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으며, 미국의 '포춘(Fortune) 500'에 드는 거의 모든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었다는 게 '김 · 장 · 리' 변호사들의 전언이다.

다른 로펌들이 잇따라 설립되며 고객의 수는 줄어 들었지만, 외국기업이 관련된 섭외사건이나 합작투자, 기업 인수 · 합병(M&A) 등 기업거래분야에서의 '김 · 장 · 리'의 명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법무법인 바른법률과의 합병소식을 전하는 보도자료가 제시한 '김 · 장 · 리'의 합병 당시 변호사 수는 30명.

그러나 '김 · 장 · 리'가 지니고 있는 로펌으로서의 위상과 역량은 변호사 수를 훨씬 상회하고도 남는다고 보는 게 옳은 평가일 것이다.

이런 매력 때문인지 '김 · 장 · 리'와 손을 잡으려는 구애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장법률사무소도 한때 김흥한 변호사에게 합병을 제의한 적이 있다고 한다.

법무법인 바른법률이 '김 · 장 · 리' 를 합병 파트너로 맞이한 것도 '김 · 장 · 리' 의 바로 이런 강점에 이끌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김 · 장 · 리' 의 47년 역사는 합병 등을 통한 규모 확대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법률회사를 운영해 온 나머지 다른 로펌들과의 경쟁에서 메이저 자리를 내 준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내부 갈등이 빚어지는 바람에 93년 5월 상당수의 변호사들이 또다른 로펌을 세우며 독립하는 일도 있었다.

후발 주자들이 판, 검사 출신을 영입하고 규모를 키워 100명 이상의 대형 로펌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안에 '김 · 장 · 리' 는 창업주가 바탕을 이뤄놓은 섭외사건의 영역을 뛰어 넘어 더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고 하면 틀린 말일까.

주요 로펌에서 대표변호사 또는 파트너변호사로 활약하는 수많은 변호사들이 원래 '김 · 장 · 리' 출신이라는 사실이 '김 · 장 · 리'의 오늘과 대조를 이룬다.

이런 '김 · 장 · 리'이기에 법무법인 바른법률과의 합병에 업계의 더욱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구나 바른법률은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을 지낸 쟁쟁한 재조 출신 변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송무전문 법무법인으로, 98년 5월 설립된 이후 탄탄한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곳이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두 법률회사의 합병을 놓고 서로에게 부족한 나머지 반을 채워줄 수 있는 완벽한 한쌍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듯 싶다.

"양측의 정례 미팅을 통해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지난 3월4일에 있은 합병 조인식에서 '김 · 장 · 리'의 한 변호사는 이렇게 합병 추진 경과를 보고했다.

법무법인 바른으로 다시 태어나는 국내 최초 로펌의 발전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