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에 비법조인 의사 많이 반영돼야"
“사법 개혁은 국민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었으면 좋겠어요.”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진 1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만난 이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민법학)는 사법개혁위원회 제1분과위원장보다는 열린우리당 사법개혁팀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 교수는 지난 17대 총선때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돼 오는 30일 국회 등원을 앞두고 얼마전 사법개혁위원회에 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17일 전체회의가 마지막 회의가 될 것이라는 그는 “국민들의 의견이 뒷받침되지 않은 사법개혁은 의미가 없다”며 “국회에 들어가면 국민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데 노력하겠다”는 말부터 강조하고 나섰다.
“그동안 법률전문가들 중심으로 발표와 토론 등 논의가 진행돼 온 측면이 강한데 비법률전문가들의 참여가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그는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안이 마련돼 올 정기국회에 제출되었으면 좋겠다”며 “그 안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개혁안을 확정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복안까지 내놓았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위원으로 참여정부의 검찰과 경찰 개혁방안을 입안했으며, 비록 사법부 사항이었지만 사법개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었다.
이어 지난해 10월말 출범한 사법개혁위원회의 위원이자 제1분과위원장으로서 그동안 사법개혁 추진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인물.
이번에 국회의원이 돼 열린우리당의 사법개혁팀장을 맡아 조만간 청사진을 드러낼 사법개혁 추진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사법개혁의 방향에 대해 얘기를 들어 보았다.
- 대법원에 정책판단 법원으로서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분쟁의 최종적인 조정자이자 정의수호자이다. 정책 판단의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 권리구제의 실무형 법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회의 여러 가지 가치를 비교해 무엇이 중요한가를 찾아내는 데는 워낙 사건이 많아 시간적으로도 어렵고, 대법원을 구성하고 있는 대법관들의 경험도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대법관 절반은 사회 경험 풍부한 비법조인중에서 임명해야"
- 대법원을 구성하고 있는 대법관 임명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전체 대법관의 3분의1, 장기적으로는 절반 정도는 비록 사시합격을 못했어도 사회 경험이 풍부한 사람중에서 임명했으면 한다. 교수나 사회 각 분야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을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교수는 꼭 법학 교수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 법학 교수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든데.
“법과대학에서 부교수 이상 15년 이상을 봉직한 교수에겐 변호사 자격을 주었으면 한다. 단 , 개업은 안되고, 자격을 주어 법조 4륜으로서의 신분적 일체감을 주자는 것이다. 일종의 산학연계라고 할까. 그러나 이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로스쿨이 도입되면 로스쿨 교수들에겐 변호사 자격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 로스쿨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전에는 관망하는 입장이었는데 사개위에 참여해 여러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로스쿨제가 옳은 것 같다. 국제적인 추세가 법학전문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우리도 전문교육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현재 우리의 법학교육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경우 로스쿨제가 도입되면 장기적으로 법과대학 등 학부과정은 없애야 한다. 미국처럼 학부에서 다양하게 전공을 공부한 학생이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이다”
- 법관의 임명에 대해선.
“사시 합격후 사법연수원을 마치면 곧바로 법관으로 임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사회 경험과 실무 경험이 없어 문제다. 우선 변호사로서 사회를 공부하고, 실무 경험을 쌓은 후 그중에서 법관을 임명하는 게 옳다.”
- 사법개혁위원회 논의가 점 더디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이미 연구가 많이 돼 있다. 또 논의도 성숙돼 있다. 몇 년 논의하는 게 아니다. 이미 논의되고 연구돼 온 것을 취합해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사개위는 큰 틀만 짜면 된다. 즉 사개위는 로스쿨이 필요하냐, 학부는 없애느냐 등을 정하고, 구체적인 인가 기준 등은 로스쿨인가위원회 등에서 논의하면 된다. 사개위의 구성은 직역별로 돼 있다. 직역의 이해관계 때문에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통합해 결론을 이끌어 내느냐가 관건이다.”
- 국회에서도 사법개혁 논의가 활발해 질 것 같은데, 그러면 사개위 논의와 중복되는 것 아닌가.
“국회는 국회대로 논의해 간다. 사개위안이 나와 이 안이 정부측 법개정안이나 제정안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돼 국회에서 완성짓는 방식으로 공조가 이뤄지면 좋겠다. 가능하면 정기국회에 빨리 안을 내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김진원 · 최기철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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