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경업금지약정 어기고 하이트 나와 오비 입사…퇴직위로금 25% 반환하라"
[민사] "경업금지약정 어기고 하이트 나와 오비 입사…퇴직위로금 25% 반환하라"
  • 기사출고 2013.02.2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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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경업금지약정 무효 아니야"
하이트진로의 차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직위로금을 받고 희망퇴직한 직원이 경업금지약정을 어기고 경쟁업체인 오비맥주에 입사했다. 법원은 이 직원에게 퇴직위로금의 25%를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재판장 정효채 부장판사)는 2월 6일 하이트진로가 "퇴직위로금 1억 3900여만원을 반환하라"며 오비맥주에 입사한 전 직원 김 모(48)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2가합75531)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위로금의 25%인 3500만원을 돌려주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1989년 지금은 이름이 하이트진로로 바뀐 진로에 입사해 특판강남지점 지점장(차장 직급)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2010년 12월 회사에서 희망퇴직하고, 퇴직금과 별개로 퇴직위로금 1억 3900여만원과 15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을 받았다. 퇴직 당시 김씨는 '희망퇴직 후 2년 이내 하이트진로그룹의 계열사 또는 오비맥주 등 9개 경쟁사에 취업하면 희망퇴직시에 지급받은 위로금 전액을 회사에 반납한다'는 내용의 경업금지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김씨가 퇴사 1년 6개월만인 2012년 6월 오비맥주에 입사하자 하이트진로가 "약정을 어겼으니 퇴직위로금 전액을 반환하라"며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에서 부장 직급인 유통채널본부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경업금지약정이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무효라고 주장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반환해야 할 퇴직위로금을 대폭 감액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주류의 공급가격, 판매현황, 시장점유율 정보 등은 동종업계 등에 널리 알려져 있거나 이를 입수하는 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 않는 것으로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을 통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고 보이지 않으나, 주류회사의 프로모션계획, 홍보계획 등을 포함한 판매 · 영업 전략, 인적 · 물적 조직의 관리방법 · 노하우의 경우 각 회사에서 독자적으로 계획하여 시행하는 것들로서 이는 영업비밀로 볼 수 있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해 사용자인 원고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보호가치가 있는 정보라고 볼 수 있다"며, "경업금지약정이 2년의 기간 제한을 두고 있으나 이는 원고가 2년분의 급여 및 상여금을 퇴직위로금으로 지급받은 점에 비추어 보면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비맥주를 포함한 9개의 경쟁사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그 취업 제한의 대상이 되는 업종 및 업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제한 범위가 과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받은 퇴직위로금이 희망퇴직에 따른 금전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경업금지약정의 대가로서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고, 경업금지약정이 경쟁사인 원고와 오비맥주 상호간의 무차별적인 인력 영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시장거래질서의 건전성 및 공정성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라고 할 수 없어 민법 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퇴직한 진로와 오비맥주의 상품시장이 소주와 맥주로 서로 다르고, 퇴직 이후 약 1년 6개월 후에야 오비맥주에 취직한 점, 피고가 배우자 및 자녀 2명을 두고 있어 원고로부터 퇴사한 이후 2년이 넘도록 취업을 하지 않는 경우 가족의 생계에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퇴직위로금 전액을 반환하는 것은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손해배상예정액의 지급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할 것"이라며, 위 예정액의 1/4 정도인 3500만원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화우가 원고를, 피고는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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