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적 책임까지 벗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도의적 책임까지 벗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 기사출고 2004.05.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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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대국민 담화] "경제 발목잡는 부조리 척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5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국면이 초래된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국정의 안정적 관리, 화합과 상생의 정치에 주력하되 민생경제 회복과 국정혁신을 위한 '제2의 개혁'에 나설 뜻을 분명히했다.

노무현 대통령
노 대통령은 "국민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고 건 총리와 각료 여러분께 감사한"며 "그러나 비록 탄핵에 이르는 사유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정치적, 도의적 책임까지 모두 벗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그 중에서도 대선자금과 제 주변 사람들이 저지른 과오는 분명히 저의 허물"이라며 "이 자리에서 다시한번 국민여러분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노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 입구에서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경제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발전해 나가야 하고, 공공부문과 시장부문 등이 모두 혁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시장을 개혁하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 행정 등의 부조리를 말끔히 정리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야 다시 살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하며 앞으로 잘못된 제도와 원칙을 바로세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은 빠른 변화가 불가피하고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경제정책이나 사회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누군가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일을 해야 하며 이는 다음 선거로부터 자유로운 대통령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일각의 '경제위기론'과 관련, 노 대통령은 "경제를 우려하는 의견중엔 순수한 것도 있지만 의도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은 것 같다"면서 "개혁을 저지하고, 불리한 정책을 유리한 정책으로 바꾸기 위해,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기를 확대 주장하고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위기의 징후를 방심해 놓치거나 대처를 게을리해 진짜 위기를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겠지만 지금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는 아니라는 게 정부 판단"이라며 '과잉반응' 자제를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해집단의 목소리나 갈등에 매몰되는 일 없이 국정의 안정적인 관리자로서 중심을 잡아나가도록 하겠다"며 "때로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인기가 떨어지는 일도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위한 길이라면 꿋꿋하게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단기적 경기부양 논란에 대해 "여론에 쫓기고 인기를 쫓아 허겁지겁 내놓는 대책들이 경제를 살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계획에 따라 착실하게 장기 성장잠재력을 키워 우리 경제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그 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관리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정치개혁은 새롭게 구성되는 17대 국회가 앞장서 해나갈 것으로 믿고 저는 정치개혁이 안정된 토대위에서 질서있게 추진되도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착실하게 뒷받침하는 일에 전념하겠다"며 "특히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지난 1년간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준비해 온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또박또박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며 "시장개혁, 정부혁신, 지방화와 동북아경제중심과제, 기술혁신과 인재양성 정책을 내실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