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한 판교 청약통장 거래
위험천만한 판교 청약통장 거래
  • 기사출고 2005.02.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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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석 변호사]
최근 판교 아파트 당첨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에, 판교 당첨 확률이 높은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청약통장의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다음에서는 보는 바와 같이 청약통장의 거래는 법적으로 매우 위험한 것이라는 점에서 거래에 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택법 제39조 제1항은, 주택법에 의하여 건설 · 공급되는 주택을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하기 위하여,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 주택상환사채, 입주자저축의 증서, 그 밖에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증서 또는 지위를 양도 또는 양수하는 것을 금하고, 이에 위반된 거래는 무효화하거나 환매조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41조는 투기과열지구 내에서의 전매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여 전매된 분양권을 환매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동법 96조에서는 그 위반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에 추가로 언급되고 있다.

결국 판교 청약통장의 거래는 현행법상 분명히 불법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불법에 가담하고 있는데,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이들이 그 거래의 위험을 제대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점에서 청약통장거래가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법적으로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청약통장의 거래는 인증의 형식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즉, 얼마의 돈을 주고 분양자의 지위를 사게 되므로, 향후 분양절차와 완공 후 이전등기 절차에 협조한다는 취지의 인증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다.

실제 거래과정에서는, 이러한 약속(인증)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권리서류”라고 하여 매도인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여러 가지 서류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증이나 서류수령만으로는 분양권 인수 및 향후 이전등기를 담보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될 수 없다.

청약통장을 매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청약의 자격은 청약통장의 매도인이므로, 분양계약은 청약통장의 매도인 앞으로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청약통장의 매도인이 분양권에 대한 법률상의 권리자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청약통장의 거래를 막기 위해 현행법은 판교의 경우에는 분양계약 후 5년간이나 분양권의 전매를 금지할 예정이라고 하므로, 아파트 건설 기간이 통상 2년 내지 2년 6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에서, 아파트 완공 후 청약통장 매도인 앞으로 보존등기를 받은 후에도 향후 2년 6개월 내지 3년간 이전등기를 받지 못하는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다.

즉, 청약통장을 매수한 사람은 아파트가 완공될 때까지 분양대금 전부를 청약통장의 매도인 명의로 계속 불입하였는데도, 이전등기가 된 시점 이후에도 완전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약통장의 매도인은, 당초 약속과 달리 향후 분양권의 값이 상승하면 자신에게도 그 대가를 추가로 나누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이전등기를 거부하는 억지를 부릴 수 있다.

또, 청약통장 매도인이 분양권이나 자신 앞으로 등기된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해 버릴 수도 있다.

이중매도가 이루어질 경우, 매수인으로서는 권리확보가 더욱 곤란해진다.

청약통장의 거래자체가 불법인 관계로 이중매도에 대하여 청약통장매도인을 적극적으로 형사고발하기도 여의치가 않을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분양권 내지 분양된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해 두기도 하지만, 전매가 금지되는 분양권이라는 점이 가처분 재판부에 밝혀질 경우에 가처분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데다가, 요행히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다른 사람과의 처분금지가처분의 선후에 따라서 권리관계가 뒤바뀌는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더구나, 처분금지가처분 신청행위로 인하여 전매금지기간 내에 전매한 사실이 분양회사측에 드러나게 되는 등 적법하지 못한 거래가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과거에는 분양주체측에서 이러한 불법을 묵인하고 양수인의 권리를 사실상 인정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지만, 이러한 조치는 요행이 뒤따르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고, 판교의 경우와 같이 분양권 전매를 엄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등등한 지금와 같은 상황에서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분양권 거래에 대해 형사고발하고, 전매행위 자체를 취소시킬 가능성도 크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청약통장의 거래를 통해 이윤을 남기고자하는 시도는 원천적으로 법에 호소하기 곤란한 매우 위험한 투자라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광석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으로 있으며, 특히 부동산 관련 분쟁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lawgate87@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