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법관제 확립에 기여하지 못하고 떠나"
"평생법관제 확립에 기여하지 못하고 떠나"
  • 기사출고 2005.02.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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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건 서울고법원장, 퇴임사서 사직 아쉬움 표해"서울고법은 Rule of Law수문장, 사실심의 심장부"
김동건 서울고법원장이 2월7일 30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김동건 서울고법원장
김 법원장은 이날 서울고법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서울고법은 Rule of Law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 수문장 법원이요, 사실심의 심장부"라고 1년전 부임할 때 당부했던 말을 상기시키며, "서울고법은 재판방식이나 업무처리 스타일이 전국 법원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밖에 없는 선도법원"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법관들이 그토록 열망하고 있는 평생법관제의 확립에 조금도 기여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자신의 퇴임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고, "부임초 '불만은 개선의 어머니'라는 구호를 내걸고 많은 개선사항을 건의받기도 했으나 실천은 항상 미진하고 결국에는 불만사항만 수없이 쌓이게 되는 잘못을 범하게 되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11회에 합격한 그는 1975년 3월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관생활을 시작,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조사국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제주지법원장 ▲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고법원장을 끝으로 법원을 떠나는 그에게 여러 로펌에서 함께 일하자는 영입제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는 로펌행이냐 단독개업이냐를 놓고 아직 방향을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은 그가 퇴임사에서 인용한 어느 시인의 시 한편이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겠고

무겁고 깨질 것 같은 그 독을 들고 아둥바둥 세상을 살았으니

산 죄 크다.

내 독 깨뜨리지 않으려고

세상에 물 엎질러 착한 사람들 발등 적신 죄

더 크다.